찾아온 한 번의 기회를 살리는 능력. 냉정한 축구장에서 해결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조건이다. 손흥민에게도 기회가 왔다. 하지만 빗맞은 마무리 슛 동작으로는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반면에 모나코는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얻은 한 번의 기회를 기막히게 결승골로 만들었다.

로저 슈미트 감독이 이끄는 바이에르 04 레버쿠젠(독일)이 우리 시각으로 17일(수) 새벽 3시 45분 모나코에 있는 스타드 루이II에서 열린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C그룹 AS 모나코(프랑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후반전 중반에 주앙 무티뉴에게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빗맞은 왼발 슛, 아깝다 손흥민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대진 추첨 결과가 발표된 뒤 C그룹에 속한 팀들은 저마다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이른바 빅 리그의 절대 강자가 한 팀도 없는 조편성이었기 때문이었다.

손흥민을 응원하는 한국의 축구팬들도 마찬가지 마음이었을 것이다. 레버쿠젠이 상대하게 된는 '모나코, 제니트, 벤피카'가 모두 해볼 만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그 첫 번째 뚜껑이 열리는 날이었다. 사실 레버쿠젠에게 득점 기회가 더 많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들은 아쉽게도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전반전 후반부에 방문 팀 레버쿠젠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세 차례나 찾아왔는데 한 차례도 살리지 못했다. 

35분, 레버쿠젠 미드필더 벨라라비에게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주어졌다. 동료의 찔러주기를 받아 혼자서 상대 문지기 수바시치와 맞선 상황이었다. 여기서 벨라라비는 골문을 비우고 달려나온 수바시치의 키를 넘기기 위해 찍어차기를 시도했지만 마지막 순간에 빗맞는 바람에 공은 엉뚱하게도 골문을 벗어나 왼쪽으로 굴러나갔다.

전반전이 이대로 끝날 리는 없었다. 44분에 손흥민에게 좋은 슛 기회가 찾아왔다. 동료 미드필더 카스트로의 찔러주기가 모나코 수비 사이로 들어왔고 왼발도 잘 쓰는 손흥민에게 선취골이 떠올랐다. 이곳 본선 조별리그에 올라오기까지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동안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왼발 슛을 성공시킨 경험도 있었기에 슈미트 감독은 기대를 잔뜩 걸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왼발 안쪽에 빗맞은 공은 모나코 골문을 외면하고 오른쪽으로 굴러나갔다.

한 번의 실수가 모든 것을 말해줄 수는 없었지만 최근에 그의 왼발이 물오른 감각을 뽐냈기에 기대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힘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손흥민의 마무리 슛 동작은 경직된 느낌을 줬다.

베르바토프의 결정적 도움

레버쿠젠은 이 기회도 모자라 전반전 추가 시간이 끝날 무렵에 카스트로가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발리슛으로 역시 선취골을 노렸다. 그의 발등에 별 무늬 공이 제대로 맞았지만 모나코 수비수 쿠르자와의 머리를 스친 공은 크로스바를 넘어가고 말았다.

후반전, 전반 44분에 손흥민이 놓친 절호의 기회와 같은 패턴으로 모나코의 공격이 이루어졌다. 61분의 그 장면은 이 경기 결승골로 만들어졌다.

이제는 전성기가 지났다고 평가받는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였지만 골을 엮어내는 감각만큼은 여전했다. 그는 이마로 떨어뜨려주는 공으로 동료 주앙 무티뉴를 빛냈다. 이 연결을 받은 무티뉴는 침착하게 왼발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비록 레버쿠젠 수비수 스파히치의 발에 맞고 방향이 바뀌기는 했지만 모나코의 결정력은 분명히 한 수 위였다.

이에 동점골이 절실한 레버쿠젠은 수비형 미드필더 벤더를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드르미치를 들여보내며 손흥민에게 벤더가 뛰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주문했다. 나름대로 공격의 변화를 꾀한 조치였지만 노련한 수비수 카르발류가 버티고 있는 모나코의 수비벽을 끝내 허물지는 못했다.

한편, 같은 시각에 리스본에서 벌어진 SL 벤피카(포르투갈)와 제니트(러시아)의 맞대결은 예상을 뒤엎고 방문 팀 제니트가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C그룹은 어느 정도 예상된 흐름이기는 하지만 초반부터 혼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

1패를 안고 출발한 레버쿠젠은 다음 달 2일 새벽 SL 벤피카를 안방(바이아레나)으로 불러들여 승점 쌓기에 나선다. 모나코도 같은 날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들어가 제니트와의 초반 선두 다툼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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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C그룹 1라운드 결과(17일 새벽 3시 45분, 스타드 루이 II)

★ AS 모나코 1-0 바이에르 04 레버쿠젠 [득점 : 주앙 무티뉴(61분,도움-베르바토프)]

◎ 모나코 선수들
FW : 오캄포스(57분↔베르나르도 실바), 베르바토프, 페레이라-카라스코
MF : 주앙 무티뉴, 툴라랑, 콘도그비아(90+4분↔월러스)
DF : 쿠르자와, 라기, 카르발류, 파비뉴
GK : 수바시치

◎ 레버쿠젠 선수들
FW : 키슬링
AMF : 손흥민, 하칸 칼하노글루, 벨라라비
DMF : 카스트로, 벤더(76분↔드르미치)
DF : 보에니쉬, 스파히치, 외메르 토프락(71분↔레이나르츠), 예드바이(65분↔도나티)
GK : 레노

★ SL 벤피카 0-2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

◇ C그룹 현재 순위
제니트 3점 1승 2득점 0실점
모나코 3점 1승 1득점 0실점
레버쿠젠 0점 1패 0득점 1실점
벤피카 0점 1패 0득점 2실점
축구 손흥민 챔피언스리그 레버쿠젠 AS 모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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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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