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대표팀이 16년 만의 세계무대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고도 앙골라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농구대표팀은 30일(한국시간) 스페인 라스팔마스의 그란카나리아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4 FIBA농구월드컵 D조 예선 앙골라와의 첫 경기에서 초반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80-69로 아쉬운 패배를 기록했다.

1쿼터, 시작은 좋았지만

양동근(모비스), 조성민(KT), 양희종(KGC), 오세근(상무), 김종규(LG)로 라인업을 꾸려 경기에 나선 대한민국은 시작하자마자 조성민의 미들슛과 양희종의 3점으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수비에서도 적극적인 더블팀 수비로 상대의 실책을 유도했다.

그러나 호아킴과 시프리아노에게 연속득점을 허용하며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대한민국의 공격은 2% 아쉬운 모습이었다. 5명의 선수들이 모두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골밑에서 상대의 높이를 의식한 듯 쉬운 골밑슛을 여러 차례 놓치면서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김태술(KCC)과 문태종(LG), 이종현(고려대) 등을 차례로 투입하면서 공격의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지만 문제는 필드골 성공률이었다. 조성민, 문태종 등이 던지는 외곽슛이 번번이 림을 외면하면서 결국 경기 초반 연속 5득점에 1쿼터 막판 이종현의 자유투 1개가 1쿼터 득점의 전부였다. 앙골라도 우리 수비에 막혀 좋은 출발을 하진 못했지만 자유투와 골밑득점으로 16-6으로 앙골라가 앞선 채로 1쿼터가 끝났다.

2쿼터, 계속해서 침묵하는 대한민국의 슛

2쿼터 들어서도 대한민국의 슛 난조는 계속되었다. 국내 최정상급 슈터로서 해결사 역할을 해줘야 할 문태종이 침묵하면서 좀처럼 주도권을 가져오지 못했다. 7분39초경 문태종이 첫 3점슛을 터트리며 10점차 이내의 점수차로 추격을 시작했지만 1쿼터에 이어서 또 다시 필드골 성공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 특유의 압박수비를 통해 수비를 성공했지만 선수들이 넣어줘야 할 상황에서 득점에 실패하면서 추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2쿼터 후반에는 집중력마저 떨어지면서 실책을 남발했고 앙골라에게 손쉬운 득점을 수차례 허용하고 말았다. 그 결과 36-18, 정확히 두 배의 점수 차이로 전반전을 마쳤다. 특히 전반전까지 앙골라는 55%의 2점슛 성공률을 보인 반면, 대한민국은 2점슛 성공률이 19%에 그쳤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힘든 경기를 풀어나갈 수 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3쿼터, 180도 달라진 대한민국

3쿼터 초반에도 필드골 성공률은 거의 그대로였다. 골밑의 열세와 20점이 넘는 점수차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3점슛이었지만 양동근이 던진 수차례의 3점슛은 림을 번번이 외면했다. 그나마 조성민이 오늘경기 본인의 첫 3점을 성공시켰지만 점수차를 줄이는데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5분경부터 대한민국의 무서운 추격이 시작되었다. 김종규의 풋백 득점과 문태종의 3점으로 추격의 시동을 걸었다. 문태종의 컷인 득점과 김선형(SK)의 3점이 연이어 터지면서 한때 20점 넘게 벌어졌던 점수차를 어느새 10점차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분위기를 타자 대한민국은 전반전과 완전히 다른팀이 되어있었다. 수비에서는 상대 프론트코트부터 시작되는 압박수비가 더욱 빛을 발했고 공격에서는 김선형의 플로터와 양동근의 속공득점으로 50-43으로 추격해나갔다. 거기에 종료와 동시에 양동근이 3점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면서 52-48로 3쿼터를 마쳤다.

4쿼터, 결정적 한방이 아쉬웠던 대한민국

3쿼터에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4쿼터를 기대케했던 대한민국은 쿼터 초반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에게 잇따라 외곽슛과 골밑득점을 허용하면서 다시 점수차를 10점차로 벌어지게 하고 말았다. 특히 상대 주포인 레지무어에게 3점슛 2방을 허용하면서 힘든 경기를 펼쳤다.

작전타임으로 전열을 정비한 대한민국은 바로 이어진 공격에서 조성민의 3점과 김선형의 속공 득점으로 66-59로 다시 추격을 시작하는가 했지만 결정적 한방을 터트려 줄 해결사가 나타나지 않았다. 추격을 위해 던지는 회심의 3점슛이 침묵했고 오히려 종료 3분 전에는 치파리노가 시간에 쫓겨 먼거리에서 던진 3점슛이 림을 가르면서 추격의 동력을 잃고 말았다.

이후에도 대한민국 선수들은 끝까지 압박수비를 펼치고 양동근이 연속 3점슛 2방을 꽂아넣었지만 10점차 이상 벌어진 점수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최종 스코어 80-69로 아쉬운 패배를 당한 대한민국은 한국시간으로 8월31일 오후 8시 30분 FIBA랭킹 9위의 호주와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른다.

극심한 야투부진이 패배의 결정적 요인

대한민국은 이번 농구월드컵에서 1승 내지는 2승을 목표로 잡았다. 그 제물은 앙골라와 멕시코였는데, 그 중에서도 앙골라는 다른 팀에 비해 높이가 낮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우리와 가장 해볼 만한 상대로 꼽혔다. 실제 맞대결에서도 우리의 장신 선수들이 때때로 높이에 막히기도 했지만 크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유재학 감독이 대회 준비기간 공들여 완성한 풀코트 프레스 역시 쏠쏠하게 재미를 본 경기였다.

하지만 문제는 필드골 성공률이었다. 경기초반 적어도 20~30%의 필드골 성공률만 보여줬더라도 경기 후반 추격을 하기에 조금 더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재미를 본 풀코트 프레스는 우리의 득점이 성공된 후에 제대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초반 좋은 수비조직력을 보여주고도 풀코트프레스를 적절하게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 1차전보다는 나은 필드골 성공률과 함께 초반 주도권을 쉽게 뺏기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더라도 농구팬들에게 희망을 주고 박수를 받을 수 있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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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www.blog.naver.com/kti0303)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농구월드컵 대한민국 앙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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