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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의 세월호특별법제정 결단과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 5일째인 세월호 유가족들. 유가족 주변으로 경찰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 경찰, 버스벽 철수, 통제 펜스 설치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대통령의 세월호특별법제정 결단과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 5일째인 세월호 유가족들. 유가족 주변으로 경찰통제선이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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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방문하려는 한 시민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도로 한가운데서 경찰에게 둘러싸여 있다.
▲ 유가족 방문 시민, 도로한 가운데서 포위 농성 중인 세월호 유가족을 방문하려는 한 시민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도로 한가운데서 경찰에게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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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5일째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가족 농성장이 경찰에 둘러싸여 고립돼 있다. 지지 방문을 원하는 시민들은 유가족의 동행하에서만 제한적인 출입이 가능하다.

방문을 원하는 시민들이 경찰에 항의했지만, 경찰은 경호상의 이유를 들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헌법상 거주·이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농성장 가고 싶은 시민은 유가족 손잡고 오라

26일 오후,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 농성장에는 40여 명의 유가족들이 비닐 차양막 아래에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농성장은 지난 22일 박근혜 대통령의 면담을 요구하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가 설치한 것이다. 돗자리가 깔린 농성장에는 '청와대는 응답하라', '4.16 특별법 제정하라'는 내용이 적힌 피켓과 풍선, 우산 등이 걸려 있다.

경찰은 농성장 주변을 둘러쌌다. 앞 도로에 경찰 버스 3대가 나란히 배치돼 농성장 절반을 가렸다. 나머지 절반은 '이 선을 넘지 마시오'라고 적힌 폴리스라인이 15미터가량 깔려 있다. 라인 앞으로 경찰 10여 명이 1미터 간격으로 서 있다. 길 건너편에서 보면 유가족 농성장이 있는지 찾기 힘들 정도다.

농성장 주변 골목 곳곳에도 경찰이 배치돼 있다. 2명에서 많게는 10명이 인근 골목을 지키고 있다. 주민센터 들어가는 길목 바닥에는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 가족은 시원한 특별법을 소원합니다, 경찰은 왜 저희를 가두고 있는지요'라는 피켓이 붙어 있다.

이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동민씨 등 6명과 세월호 지리산 천일기도 추진위원회 소속 조계종의 도법 스님, 홍현두 원불교 교무 등이 차례로 현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모두 유가족들의 동행 하에 출입이 가능했다. 고씨는 "경복궁역에서 농성장 오는 도중에 경찰이 세 번이나 어디 가는지 물어봤다"며 "유가족이 함께 있어서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성희(33)씨는 경찰의 제지로 농성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동행한 유가족이 없다는 이유였다. 경찰은 경호상의 이유를 들었다. 김씨는 "인근에 볼 일이 있어 왔다가 유가족들이 농성한다고 해서 필요한 게 있을까 싶어서 왔다"며 "이렇게 길이 막힌 것은 난생 처음이다, 정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이 우리 고립시켜"... 이동권, 집회 자유 침해 지적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참가자들(왼쪽 아래)이 유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청운동사무소 인근에 모였으나, 경찰 차벽에 막혀 농성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 세월호 유가족 응원 온 시민들, 경찰에 막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되는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리며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 참가자들(왼쪽 아래)이 유가족들을 응원하기 위해 청운동사무소 인근에 모였으나, 경찰 차벽에 막혀 농성장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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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단원고 희생자 고 오영석군의 어머니 권미화씨는 "원하지도 않는데 우리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우리를 고립시키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유가족들에게 힘을 줄 때 저 위에 계시는 높은 분의 반응이 있지 않겠냐"고 경찰을 비판했다.

단원고 희생자인 고 전현우군의 아버지 전상준씨는 "경찰의 과잉 대응을 하루 이틀 겪는 게 아니어서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서도 "앞에는 경찰 차벽 밖에 안 보여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법률대리인인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의 대응이 헌법상 시민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시민이 세월호 농성장에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은 시민의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누구도 시민의 이동권을 제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유가족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경찰 차벽 때문에 밖으로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며 "이는 유가족들과 일반 시민들을 분리하는 것으로 집회를 방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설광섭 종로경찰서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와대 인근은 특별경비구역으로 경찰의 검문 검색이 가능하다"며 "적법 절차에 따라 시민 출입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유가족 접촉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설 서장은 "유가족 외에 다른 시민이 한정된 공간인 농성장에 들어가게 되면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특별한 이유 없이 일반 시민이 농성장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태그:#청와대 농성장, #세월호 유가족, #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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