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28년만의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축구 대표팀의 대진표가 확정됐다. 21일 인천 하버파크호텔에서 열린 조추첨식 결과 개최국인 한국은 말레이시아(14일), 사우디아라비아(17일), 라오스(21일)와 함께 A조에 편성됐다.

최상은 아니지만 무난하다고 말할 수있는 대진표다. 말레이시아와 라오스는 한국과는 전력차가 큰 상대다. 조 2위까지 주어지는 16강 티켓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경계해야 하지만 전력상 홈 이점까지 안고 있는 한국이 크게 밀릴 부분은 없다.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일본, 이란,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북한 등 한국 입장에서 껄끄러운 5대 난적을 모두 피하고 그나마 사우디를 만난 것은 오히려 행운에 가깝다.

관건은 토너먼트... 우즈벡 1위 차지할 확률 높아

관건은 토너먼트다. 16강은 문제가 없겠지만 만일 사우디에 밀려 조 1위를 놓칠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16강에서는 B조팀(우즈베키스탄, 홍콩,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을 만나는데 객관적인 전력상 우즈벡이 1위를 차지할 확률이 매우 높다.

우즈벡은 전통적으로 한국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최근 몇 년간은 아시아축구에서 급속도로 그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는 팀이다. 패싱게임과 역습에 능하고 조직력도 빼어나다. 지난해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국, 이란과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올해 1월 열린 AFC 22세 이하 선수권에서는 16강에 올랐다. 이광종 감독도 이번 대회에서 피하고싶은 팀중 하나로 우즈벡을 꼽을만큼 만만치않은 팀임에 분명하다.

설사 한국이 조 1위를 차지하고 순항한다 해도 고비는 8강이 될 전망이다. C조 및 D조에서 올라온 팀들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에서 D조의 일본이나 이라크 중 한 팀을 상대할 가능성이 높다. D조와 16강에서 상대할 C조(오만, 팔레스타인, 싱가포르, 타지키스탄)의 경우 이번 대회 최약체 조중 하나로 평가될만큼 이렇다할 경쟁자가 없기 때문에 조별리그만 통과하면 8강은 무난해 보인다.

일본은 설명이 필요없는 아시아 축구계의 라이벌이고, 이라크는 지난 22세 이하 선수권 우승팀이다. 이 두 팀에 중동의 복병 쿠웨이트까지 속한 D조는 이번 대회 최대 죽음의 조로 예상된다.

일본은 특이하게도 올해부터 22세 이하 대표팀을 J리그 3부에 출전시키고 있다. 일부 선수를 제외하고 젊은 선수들이 프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문제점을 일본 축구협회 차원에서 보장,관리하려는 시도다.

군인팀은 아니지만 역할상 일본판 상무라고 할만하다. 리우올림픽을 대비한 장기 프로젝트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나설 선수구성도 2년뒤를 예비한 21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될 전망이다. 스타선수는 없지만 그만큼 조직력의 완성도는 무시할수 없다는 평가다.

이라크는 설명이 필요없는 아시아축구의 신흥강자이자, 이광종호의 천적이기도 하다. 이광종 감독은 최근 연령대별 대표팀을 이끌고 이라크와의 4번의 맞대결에서 한 번도 시원하게 이겨본 적이 없다.

2012년 11월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리그와 결승서 이라크와 예선에서 0대0 무승부, 결승전에선 1대1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4-1로 신승하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터키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8강에서는 3대3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서 4-5로 무릎을 꿇으며 4강의 꿈이 좌절됐다. 지난 1월 AFC U-22 챔피언십 4강전에서도 고비를 넘지못하고 0대1로 무릎을 꿇은바있다. 이라크는 여세를 몰아 이 대회 우승까지 차지했다.

일본보다는 이라크가 어려운 상대

굳이 두 팀중 한 팀을 만나야 한다면 일본보다는 이라크가 더 어려운 상대로 보인다. 한국은 이라크를 만날때보다 두터운 수비와 거친 플레이를 앞세운 힘의 축구에 고전했다. 일본-쿠웨이트와 죽음의 조에 속한 이라크가 조별리그에서 조기탈락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밖에도 중동의 또다른 난적으로 꼽히는 이란(H조)이나, 경기 내외적으로 껄끄러운 상대인 북한(F조)은 4강 이후에나 만날 수 있다. 이란 22세 이하 대표팀은 FC 서울 전감독으로 친숙한 한국통인 넬로 빙가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있는게 신경쓰인다. 북한은 전력이 대체로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스위스 FC 바젤에서 활약중인 박광룡의 합류가 알려져 눈길을 끈다. 전력차를 떠나 북한과 만나게 될 경우 여론의 높은 관심과 결과에 대한 압박감은 젊은 선수들에게 경기외적인 부담감이 될 수 있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노리기에 충분한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비록 브라질월드컵에서 발군의 활약을 펼쳤던 손흥민이 소속팀의 차출 불가로 빠지게 된 게 아쉽지만 윤일록, 이종호, 김승대 등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 건재하고, 와일드카드로 장신 공격수 김신욱까지 가세하면서 탄탄한 공격진을 구축하게 됐다.

오히려 불안한 쪽은 수비라인이다. 중앙 수비에서 장현수(광저우 부리)의 파트너가 불확실하다. 포지션이 겹치는 김진수와 와일드카드 박주호의 공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광종 감독은 국제경험이 부족한 김민혁(사간도스)과 이주영(몬테디오 야마가타)중 한 명을 센터백 후보로 선택해야 한다, 박주호는 일단 이광종호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할 가능성이 높다. 골키퍼에는 월드컵에서 활약한 김승규(울산)을 와일드카드로 발탁하며 수비의 안정감을 꾀했다.

가장 큰 변수는 조직력이다. 지난 1월 오만에서 열린 22세 이하 아시아선수권 멤버중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멤버는 8명뿐이다. 와일드카드를 비롯하여 이광종호에 처음 합류하는 선수들도 다수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완전히 새로운 팀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늘 우승후보로 꼽히고도 고비를 넘지 못한 원인은 조직력의 허점에 있다. 짧은 준비기간과 빡빡한 일정속에 조직력을 얼마나 극대화시킬수 있을지가 28년만의 금메달을 위한 최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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