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포스터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포스터 ⓒ SBS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남자와 입만 맞춰도 땀을 뻘뻘 흘리던 지해수(공효진 분)가 드디어 장재열(조인성 분)과 사랑을 나눴다. 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다.

"사랑해"를 남발하는 장재열에게 지해수는 사랑은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라고, 아직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한다. '과정'으로서의 사랑을 중시하는 여성의 입장이 드러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지해수의 생각처럼 그들의 사랑은 이제 비로소 터널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의 사랑은 입구부터 덜컥거린다.

요즘 범람하는 연애 드라마들은 JTBC <마녀사냥>처럼 사랑을 가르치기에 골몰한다. 남자가 보냈던 신호, 여자가 보였던 눈물, 남자가 내뱉었던 말, 여자가 매몰차게 했던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사랑의 코드'를 충실하게 해석한다. 사실은 그 모든 것들이 서로 이해할 수 없었을 뿐 사랑의 또 다른 단어들이라고.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사랑을 시작한 지해수와 장재열도 서로가 보이는 다른 신호로 인해 어렵사리 몸을 나눈 사랑을 한 이후에도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정신병리학을 다루겠다고 야심차게 선포한 <괜찮아, 사랑이야>의 두 남녀는 기존의 연애 드라마와 조금은 다른 행보를 보인다.

tvN <연애 말고 결혼>에서 부모님으로 인해 혹독한 통과 의례를 겪은 주장미(한그루 분)는 공기태(연우진 분)에 그저 편하게 연애만 하자고 한다. 하지만 '쿨하게' 연애만 하자고 했던 이들은 점점 말수가 줄어든다.

공기태는 한여름(정진운 분)과 동업하는 주장미의 가게를 드나들며 두 사람의 친숙한 관계에 불안해하지만 그것을 드러낼 수 없었다. 또 공기태가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강세아(한선화 분)와 사업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주장미도 함께하고 싶지만, 물과 기름이다. 그렇게 연애할수록 거리감을 느낀 두 사람은 결국 '쿨한' 연애의 방식을 때려치우고 있는 그대로의 주장미, 공기태로 돌아간다.

상처주지 않으려는 노력, 더 큰 상처를 만든다

바로 그런 '쿨한' 연애 방식에 대해 <괜찮아, 사랑이야>는 도발적으로 '위선'이라 치부한다. 지해수와 헤어진 채 돌아온 집에는 오랫동안 지해수와 사귀었던 방송국 PD가 들이닥친다. 장재열은 불쾌하지만 딱 부러지게 이유를 대는 그에게 뭐라 할 말이 없다. 집으로 돌아온 지해수는 반갑게 장재열의 방을 찾지만, 장재열은 그런 그녀에게 글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냉담하다.

쿨한 연애라면 글을 쓰는 그의 사정은 물론이고, 한때 연애했지만 이젠 다른 사람의 손님으로 집을 찾아드는 전 애인을 의연하게 넘겨야 한다. 하지만 <괜찮아, 사랑이야>는 그게 무슨 풀 뜯어 먹는 소리냐고 반문한다. 오히려 자신의 냉담한 태도가 헤어지자는 자신에게 매달리는 전 애인에게 어쩌면 가장 '친절한' 태도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지해수는 당당하게 장재열에게 말한다. 전 애인이 집에서 얼쩡거리는데, 쿨한 척하는 태도는 무엇이냐고.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조인성 분)과 지해수(공효진 분).

SBS <괜찮아, 사랑이야>의 장재열(조인성 분)과 지해수(공효진 분). ⓒ SBS


<괜찮아, 사랑이야>는 현대인들이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며 노력하는 부분이 사실은 그들에게 더 상처를 만들고, 관계와 이해를 멀리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해수가 강박 장애로 인해 누군가와 키스하는 것조차 두려워하듯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은 진심으로 누군가를 마음에 담거나 이제는 끝인 관계를 놓치는 것이 두려워서 어정쩡한 모습으로 서로를 붙잡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래서 조동민(성동일 분)의 전처 이영진(진경 분)은 여전히 친구처럼 그녀를 대하는 조동민에게 아직도 마음이 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그녀의 고백이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렇게 친숙하던 조동민은 찬바람을 일으키며 그녀 곁에서 멀어진다. 이영진은 그 과정을 통해 알게 된다. 사실은 그녀가 미련을 뒀던 건 조동민의 사랑이 아니라 자신이 조동민에게 저질렀던 과오, 거짓이었음을.

그리고 지해수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해수가 가졌던 강박의 근원도 드러난다. 누군가와 스킨십을 할 때마다 외간 남자와 입을 맞추던 엄마의 모습이 그를 괴롭게 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괴로움은 장재열과 진심으로 나눴던 그 시간을 통해 의지할 곳 없던 엄마에 대한 이해로 바뀐다. 

회가 거듭될수록 전처와 재혼한 남편이 한데 어우러지고, 첫사랑과 첫키스를 함께 나누던 사이가 한 집에서 어우러지던 '막장'의 인간관계는 분명해지고, 교통정리가 된다. 사랑이라고 하지만 사실 자기 연민이 더 강했던 관계들은 때론 깊어지거나, 다른 형태로 전이된다.

이영진과 조동민은 이제 진짜 친구가 되어갈 듯하고, 박수광(이광수 분)은 오소녀(이성경 분)에 대한 미련을 접으려고 한다. 또 지해수와 장재열은 가식을 던지고 인간으로서 서로를 이해한다. 여자와 남자의 경계심, 어장 관리는 던지고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선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여전히 다른 연애 드라마와 차별성을 유지하는 지점은 바로 연애가 그저 남녀의 연애사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 혹은 연애사에 드리워진 각자의 인생사를 들여다보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사랑'이라는 표현이 회를 거듭할수록 남녀 간의 사랑보다 남녀를 초월한 인간에 대한 이해와 연민으로 들리기 시작한다. '괜찮아 사람이야. 사람이니까 이해해'라고.

노희경 작가가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인간사의 이면인 정신병리학적 세계와 그 해결책을 다루고 있지만, 그 해결 방식은 묘하게도 이전 작품에서 줄기차게 이야기해왔던 '가식 따위는 던져버리는' 인간과 인간의 만남의 궤적과 흡사하다.

<화려한 시절>의 질펀한 욕이 난무하던 뒷골목의 정서와, <바보같은 사랑>의 서로의 상처를 보듬던 어리석은 사랑이, <괜찮아, 사랑이야>의 그들의 사는 모습과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 건 무슨 이유일까. 정신병리학적 해석을 곁들이건 아니건 결국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다루는 '진정성'은 그리 달라지지 않는다는 아이러니한 결론일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괜찮아 사랑이야 조인성 공효진 연애 말고 결혼 성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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