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12경기 7실점으로 리그에서 최소 실점을 자랑하던 성남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풀리지 않는 공격에 비해 수비만큼은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팀은 불과 1~2개월 만에 모든 것이 무너져서 돌아왔다. 홈에서 있었던 최근 리그 2경기에서 전반기 12경기 동안의 실점 수와 동률인 7실점을 허용했고, 특히 최근 저조한 득점력 문제를 앓던 부산에 무려 4실점이나 내준 것은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최강 수비를 자랑하던 성남의 수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최소 실점을 유지하던 전반기와 다량의 실점을 내주고 있는 지금의 눈에 띄는 차이점은 역시 팀을 이끌고 있는 감독의 변화일 것이다.

박종환 감독이 이끌었던 8경기에서 성남은 3실점을 기록하며 철벽 방어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줬다. 박종환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사퇴하고 이상윤 감독이 임시 감독을 맡던 전반기 마지막 경기들도 5경기 4실점으로 실점 수만큼은 양호한 편이었다. 하지만 이상윤 임시 감독의 꼬리표가 감독 대행으로 바뀌고 비시즌 기간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부터 성남은 달라진 팀 컬러와 함께 팀의 실점수도 덩달아 늘어나고 말았다.

7월 6일 울산전 이후 지금까지 11경기 17실점을 기록 중이다. 이 기간에 성남은 한 경기 2실점, 한 경기 3실점, 지난 경기에서는 한 경기 4실점으로 경기를 거듭할수록 한 경기 시즌 최다 실점의 기록을 경신해가고 있다. 팀 컬러에 변화를 준 이상윤 감독 대행의 방법이 무언가 잘못됐다고밖에 볼 수 없게 됐다.

물론 최근 들어 주전 선수들이 잇달아 이탈하는 악재가 겹친 것은 맞다. 심우연, 윤영선 등 주전급 수비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해있고, 적극적인 수비 가담을 통해 앞 선에서의 수비를 담당하는 이종원 역시 부상으로 빠지면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박진포, 박희성, 곽해성, 임채민 등의 주전급 수비수들은 최근 경기에서 빠짐없이 출전 중이고, 최근의 실점 장면들은 특정 수비수의 공백보다 팀의 수비라인과 밸런스, 선수들의 집중력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 모습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즉 전술적으로 상대의 공격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수들끼리 서로 볼 처리를 미루다 어이없이 동점 골을 내준 경우, 세트피스 상황에서 대인 방어에 실패한 경우, 역습을 내준 상황에서 자기 위치를 잡지 못하고 어이없이 실점을 내준 경우 등 주전급 선수의 공백이 있었다고 해도 최근 성남의 불안정한 수비 밸런스 문제를 눈감아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력에서 이탈한 선수의 공백을 메워줄 대체 선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으니 수비의 전술적인, 조직적인 부분에서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이상윤 감독 대행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상윤 감독은 감독 '대행'이다. 팀을 위기로부터 구해내고, 강등으로부터의 안정권으로 자리 잡게 하려고 부임하게 된 이상윤 감독 대행이지만 어째 감독 대행으로 부임한 후의 성남은 그나마 남아있던 장점마저도 잃어버리며 용서되지 않는 경기력을 최근 경기에서 내내 일관해오고 있다. 감독 대행으로 팀을 이끌어오고 있는 이상윤 감독 대행이 무언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시즌 중 무리한 플레이 스타일 변화, 극심한 부작용만 만들었다

감독 대행으로 부임한 이상윤 감독이 인터뷰 내내 항상 강조해오던 단어가 있다. '공격 위주의 축구, 아스날과 바르셀로나식의 짧은 패스를 활용한 점유율 위주의 축구'가 그것이다. 실제로 해설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이상윤 감독 대행은 유독 바르셀로나와 아스날의 플레이 스타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유럽 축구를 통해 본, 중계를 통해 본 아스날과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스타일이 감독 이상윤의 꿈으로 자리 잡았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점유율을 지켜나가는 티키타카로 불리는 플레이 스타일은 본래 성남이 보여주던 플레이 스타일과는 정반대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성남은 크게 선 수비-후 역습의 플레이 스타일을 가져가며 선수단 대부분이 자기 진영에서 수비 대형을 갖춰 안정적인 수비에 나선 뒤, 측면의 김태환과 김동희, 이창훈 등의 선수들을 활용해 빠른 역습에 나서 골문을 두드리는 팀이다.

지난 시즌 안익수 감독 체제에서는 이러한 팀 컬러로 그룹 B 1위 성적을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보였고, 박종환 감독 아래에서는 역습에서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수비에 대한 준비만큼은 완성되어 있어 리그 최소 실점 기록을 유지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상윤 감독 대행이 아스날과 바르셀로나식의 팀 컬러로 팀을 변화시키겠다고 했을 때부터 약간의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던 성남 팬들도 일부 존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상윤 감독 대행의 꿈이 담긴 티키타카 축구는 지금 경기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을까? 수치상으로 득점은 전반기 때보다 늘었다. 전반기에 기회를 잡지 못하던 김동희의 가세로 득점력이 더 나아졌고, 실제로 전반기 때보다 공격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다소 지루한 감이 있던 성남의 축구는 어느 정도 보는 맛이 생겼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격 과정에서만의 얘기일 뿐, 거둔 효과에 견줘 안고 있는 부작용이 상당한 수준이다. 바로 공수 밸런스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상윤 감독이 추구하던 공격 축구의 컬러는 어느 정도 입혀졌다. 하지만 이상윤 감독 대행은 공격 위주의 축구에만 집중한 나머지 결과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수비에 대해서는 신경 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상대의 뒷공간을 선수들의 빠른 스피드로 파고들며 역습을 활용해 골을 넣던 성남은 이제 상대 팀에게 뒷공간을 허용해 역습으로 연달아 골을 실점하는 팀으로 오히려 반대의 상황에 처해있다. 공격 축구의 구현을 위해 공격 쪽에 무게 중심을 지나치게 둔 나머지, 수비에 대한 밸런스를 잃어 공수밸런스가 엉망이 되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성남은 이상윤 감독 대행의 변화된 팀컬러를 통해 공격 과정의 다양화와 팀 득점 수의 미비한 상승 이외에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안정적이던 수비가 지나친 공격 중심의 밸런스로 인해 완전히 망가지면서 결과적으로 연패에 시달리고 있다. 2골을 넣어도 3골을 실점하는 팀은 축구를 잘한다고 보기 어렵다. 물론 3골을 실점해도 4골을 넣는 팀이 된다면 결과는 승리로 장식하겠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성남은 4골을 넣을 정도로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팀이 아니다. 오히려 공격하는 빈도에 비해 득점 수는 부족하여 비효율적인 공격만 일관하는 중이다. 이는 팀의 결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미비한 효과는 보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다면, 그것도 강등권 싸움이 한창인 팀이 결과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지기 전에 빠른 결단을 내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타일로 회귀하는 것이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상윤 감독 대행은 계속해서 자신의 팀 스타일을 유지했고, 경기를 거듭할수록 늘어만 가는 실점 수에도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결국, 결과는 성남의 11위(골득실차를 빼면 사실상 최하위)라는 성적표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 이상윤 감독은 감독 '대행'이다

이상윤 감독은 감독 대행이다. 감독이 아니다. 월드컵 휴식기 중 구단이 이상윤 감독을 감독 대행으로 선임했을 때도 정식 감독은 아니라며 분명한 선을 그었다. 시즌 중에 부임한 감독 대행이 이상윤 감독의 자리인 것이다.

감독 대행은 '대행'으로서 팀의 급한 위기를 해결하고, 당장 낼 수 있는 성과를 거두어 어떻게든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역할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스날, 바르셀로나식 축구를 하겠다는 인터뷰에서부터 실제로 경기장에서 보이는 팀 스타일의 변화까지 과연 감독 대행으로 선임된 감독이 무리하게 추진했어야 할 일이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상윤 감독은 시즌 중에 부임한 감독 대행이다. 이걸 잊지 않아야 한다. 박종환 감독의 불미스러운 일 이후, 팀 분위기를 추슬러 최대한 빨리 낼 수 있는 성과를 내는 지도의 역할을 맡는 것이 이상윤 감독 대행의 임무였다. 가지고 있는 지도자에서의 야망을 푸는 자리가 감독 대행의 자리가 아니다. 박종환 감독의 빈자리를 채우고, 선수단을 조직해 최대한 낼 수 있는 결과를 내주는 게 구단과 팬들이 감독 대행에게 바라는 점이다.

이상윤 감독 대행은 무리하게 지도자에서의 야망을 성남 FC 감독 대행 자리에서 이루고자 노력했고, 결국 시즌 중에 벌어진 무리한 플레이 스타일의 변화는 성남 FC를 최악의 위기로 빠트리고 말았다. 그래도 7~8위권은 유지하며 강등 안정권에 안착해있던 성남은 이젠 조금의 실수만으로 K리그 챌린지에 다이렉트 강등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좋은 감독은 보유하고 있는 선수단의 장점을 끌어내어 선수단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축구를 경기장에서 구현해주고, 동시에 좋은 결과를 얻어올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이상윤 감독이 보여온 지도 스타일은 감독 대행의 임무와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감독 대행으로 보이고 있는 최근의 모습과 성적은 큰 실망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

홈 2연전에서 7실점을 허용하며 연달아 패배한 만큼, 과연 이상윤 감독 대행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지켜볼 만한 일이다. 강등권에 속해있는 다른 구단과 감독은 조금씩 빠른 선택과 과감한 결단을 내리며 분위기를 반전하고 본격적인 강등권 탈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성남 FC 역시 더는 지금과 같은 흐름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 이상윤 감독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며, 때에 따라서는 구단의 과감한 선택이 또다시 필요한 순간도 올 수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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