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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JTBC에서 방영중인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이 인기다. 한국 거주 외국인들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자식의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는 한 외국인의 발언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젊은 층에서는 이 <비정상회담>처럼 민감한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이슈를 화제에 올리는 경우가 드물다.

중국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과외를 해주던 중국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가 한국 예능프로그램과 가수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다. 우리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함께 공부를 했고, 알면 알수록 말이 참 잘 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제안을 하나 했다.

"다음 번에는 자유주제로 토론을 해보면 어떨까?"

친구는 흔쾌히 이에 응했고, 우리는 국제적인 이슈를 골라 이야기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우리는 서로 준비해온 주제에 관해 토론을 하게 됐다. 가볍게 시작한 그 토론은 점점 심각한 분위기로 변했고, 서로 상반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됐다.

"우리 그냥 이 정도만 하자."

싸움이 날 것처럼 험악하게 변질된 분위기 때문에 대화를 급하게 마무리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찜찜한 속내를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후 우리의 수업은 중단됐다. 그 때까지는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친구를 만난 적도 없었고 포용하는 법도 몰랐기에 그 친구를 잃은 그 경험은 오랜 상처로 남았다. 그 후로 단 한 번도 정치나 사회적인 이야기를 화제로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비가 내리니 커피생각이 간절해 카페를 찾았다. 내 앞 자리엔 친구로 추정되는 남자와 여자가 자리를 잡았다.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 있는데 그들의 대화가 격해지더니 내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빈곤의 대물림에 국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두고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개천에서 용 나는 게 가능해? 그건 원래 안 되는 거야."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는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에는 그게 안 되니 그렇지."
"그럼 어떻게 하라고?"
"그에 대한 대책을 국가에서 내놔야지."
"그런다고 되냐? 그건 각자 해결해야 할 문제 아니야?"

대화가 진행될수록 두 사람의 어조는 감정적으로 변해갔다. 그걸 듣고 있자니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진보인지 보수인지, 누가 옳고 그르기를 따지기 전에 사회적 주제를 대화 소재로 올렸다는 게 용감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바랐다. 그들만큼은 토론이 끝나고 난 뒤에도 웃으면서 카페를 나가기를. 그래서 그 우정이 변치 않기를.


태그:#비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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