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 이순신(최민식).

<명량> 이순신(최민식). ⓒ CJ 엔터테인먼트

먼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지친 몸을 이끌고 전장에 복귀해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할 기적 같은 승리를 이룬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존경의 뜻을 마음 깊이 모아 바친다.

<명량>은 정유재란 시기에 기적과도 같았던 '명량해전'의 승리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어찌보면 우리 역사에서 가장 매력적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울 수 있는 주제다. 이 전투에 대한 사료라고 할 만한 것이 이순신의 '난중일기'에 쓰여진 그의 담담한 회고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과 제작진이어떻게 표현할지 매우 궁금했었는데 꽤 괜찮은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개봉 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름 휴가철 극장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나는 영화를 보기 전 간단하게 시사회 관객 반응을 확인하는 편이다.

주로 "좋다", "별로다" 정도만 확인하는 편인데, 이 영화의 반응들 중에서는 특이하고 재미있는 점이 하나 있었다.

 영화 <명량>의 한장면.

영화 <명량>의 한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최고", "전반적으로 좋지만 전반부가 지루", "전반적으로 좋지만 후반부가 지루", "최악"의 네 부류로 나뉘었다는 것이다. 어떤 영화이기에 이런 평이 나올까 궁금해하며 극장에 들어갔고, 영화가 끝나고 나니 이 평가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영화의 전반부는 전투 전의 긴장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선조가 수군을파하고 지상군에 합류하라는 명을 내린 것, 왜군 장수 구루지마가 전쟁에 합류하며 형제의 죽음에 대한복수를 다짐한 것, 이순신이 선조에게 올린 글에 담긴 너무나도 유명한 구절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까지 역사의 사실들 위주로 진행된다.

실제 역사에 관심이 많은 관객들에게는이런 것들 하나 하나가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되었을 것이고, 반대로 잘 모르거나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관객들에게는 조금 어렵고 버거웠을지 모른다. 그래서 전반부가 아쉽다는 평도 나온 것이라생각한다.

내가 느낀 아쉬운 점은 출정하기 전 한 번 강하게 감정을 터뜨려주는 장면이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순신이 "사즉생, 생즉사"를 외치며 군사들을 다그치는 모습이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명량> 전투에 대한 회의 중인 조선 장군들과 이순신.

<명량> 전투에 대한 회의 중인 조선 장군들과 이순신. ⓒ CJ 엔터테인먼트


후반부는 '명량해전'의본격적인 전투 장면을 담고 있다. 위에서 밝혔듯 전투 자체에 대한 사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픽션으로대부분이 채워지게 된다.

실제로 전투가 어땠을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면서난관도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서 루즈하면 안 되는 부분이 바로 전투장면이라고생각했는데, 그 전투장면의 밀도가 그리 높지 못했다.

드라마틱한 효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끼워 넣은 부분이 너무 감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강했고, 거기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불필요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했다.

또한, 전투 장면에서 백병전은 고증 오류에 가깝다는 평이 많다. '명량해전'의 기록에는 전사자 2명, 부상자 2명이 조선군 피해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극적 효과를 위해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많이 아쉬웠다.

마지막 결론에 나오는 말인 '천행'(이는 난중일기에도 등장하는 말이다)과 백성을 함께 말하기 위한 의도는 알겠으나 좀 더 타이트하게 진행되는 전투 장면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게 남는다.

배우들의 연기나 음악, 미술 등은 매우 좋았다. 특히 음악은 매우 인상 깊었다. 구루지마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의음악은 위엄과 공포를 웅장하게 표현한 것 같다. 화면도 전반적으로 좋았는데, 가끔 나오는 조금 촌스러운 듯한 줌인과 티나는 CG 장면은 아쉬웠다.

편집에 대해선 의문을 던지고 싶다. 영화의 밀도를 결정하는 것은 편집의 힘이 크다. 지나치게 감동 측면을 부각하는 편집은 집중도를 떨어뜨렸다고 생각한다.

의문인 것은 배우 고경표의 출연이다. 대사도 없고 비중도 없지만 꽤 자주 화면에 포커싱이 되어 등장한다. 아마도 그의 출연은 제작과 배급을 맡은 CJ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고경표라는 배우를 참 좋아하지만 이런 식의 소모적 출연은 반갑지가 않다. 영화계의 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사안의 예가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여러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전투의여러 조건들이 그 자체로 극적이기 때문에 보고 있는 관객을 감동하게 한다. 굳이 다른 극적 효과를 넣지않고 전투 장면 자체에 더 집중을 해서 영화를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재미있고 볼 가치가 충분한 영화 <명량>, 에필로그에 등장했던 전투가 눈앞에 펼쳐지는 두 번째 시리즈도 제작되길 기원한다.

 <명량> 전투 중의 이순신(최민식).

<명량> 전투 중의 이순신(최민식). ⓒ CJ 엔터테인먼트



명량 이순신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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