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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손근필  PD
 CBS 손근필 PD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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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창사특집 라디오 다큐멘터리 <소리를 보여드립니다>가 2014 뉴욕 페스티벌 라디오 국제상에서 UN-DPI상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PD' 대상과 '2014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 등 국내·외에서 상을 탔다.

CBS 창사 60년 주년 특집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소리를 보여드립니다>는 방송사상 최초로 시·청각 장애인의 시선에서 '장애인 스마트권'을 의제로 설정, 장애인이 스마트 기기 앞에서 겪는 차별과 불통을 고발한 작품이다. 각 1, 2부는 다큐멘터리 그리고 3부는 토론으로 총 3부작으로 구성했다.

<소리를 보여드립니다> 연출을 맡은 손근필 PD를 지난 9일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나 수상 소감과 함께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손근필 CBS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스마트권은 21세기 인류의 기본권', 세계가 공감"

- 다큐멘터리 <소리를 보여 드립니다>가 2014 뉴욕 페스티벌 라디오 국제상에서 UN-DPI상 금상을 수상한 데 이어 '한국PD' 대상과 '2014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대상'까지 수상했는데 소감 부탁합니다.
2014 뉴욕 페스티벌 UN-DPI상 시장식에서 CBS 손근필  PD와 여미영 PD
 2014 뉴욕 페스티벌 UN-DPI상 시장식에서 CBS 손근필 PD와 여미영 PD
ⓒ 손근필 P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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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소리를 보여 드립니다>가 생각보다 많은 상을 받았어요. '한국PD' 대상은 실험정신이 뛰어난 점이 평가받았고, 방통위 방송대상에선 작품성을 인정받았죠.

뉴욕 페스티벌 UN-DPI 금상은 전 세계 라디오 프로그램 중 유엔 정신을 가장 잘 구현한 최고의 작품에게 주는 상이란 점에서 특별하죠. 저희가 세계 최초로 장애인 스마트권을 의제화했는데 이를 유엔에서 인정한 거니까요. 즉, '스마트권은 21세기 인류의 기본권이다'라고 세계가 공감한 거죠."

- 뉴욕페스티벌 UN-DPI 금상은 어떤 의미인가요.
"2014 뉴욕 페스티벌 라디오 국제상에서 최종 결선에 진출한 작품이 260편인데요. 그 가운데 유엔에서 뽑은 유엔 정신을 구현한 최고의 작품이라니까 의미가 있겠죠(웃음). 1990년 UN상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 방송 프로그램으로는 처음 받는 상이라고 하더군요."

- 뉴욕 페스티벌 심사위에서 왜 이 작품을 높이 평가했을까요?
"<소리를 보여드립니다>에서 보여준 주제가 유엔이 나아갈 바를 정확하게 제시해 주고 있다는 점 때문이에요. 인간소외, 노인, 노숙자, 굶주림, 분배 문제, 내전 현장에서의 인권 등 많은 이슈가 있지만, 최근 유엔 중심 테마 중의 하나가 바로 '장애인 권리협약'이에요. 장애인 스마트권은 유엔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장 잘 맞아 떨어진 의제가 아니었나 싶어요."

- 수상 소감에서 "CBS가 창사 60주년이 되도록 늘 사회적 약자와 낮은 목소리를 대변해 왔는데 그 사랑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 같아 기쁘다"라고 하셨어요. CBS와 그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세요.
"CBS가 1954년 겨울, 처음 전파를 쏘았으니 올해 환갑의 나이가 됐네요. 전쟁의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는 시절 우리나라 첫 민간방송 CBS는 고아와 나그네, 철거민 등에서 내는 낮은 목소리를 대변해 왔죠. 그리고 민주주의 편에 서다가 보도와 광고 기능이 박탈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어요.

<CBS 뉴스>, <월요특집>, <시사자키>, <김현정의 뉴스쇼>가 낮은 목소리를 대변한 대표적 증거 아닌가요? 장애인의 스마트권을 최초로 의제화한 <소리를 보여드립니다>(Smart Right : A New Fundamental Right)도 그 작은 증거 중의 하나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

- 지난 4월말 박근혜 대통령이 안산 세월호 분향소에 방문했을 때, CBS가 박 대통령의 조문이 연출됐다는 취지로 보도했어요. 이에 청와대가 CBS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는데 어떻게 보세요?
"CBS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방송사가 아니에요. CBS는 일차적으로 보도기관이지만, 또 한 편 기독교 정신으로 무장한 곳이기도 해요. 소송이나 협박으로 저희를 위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코미디죠. 핍박이 커질수록 CBS의 가치와 정신을 지키려는 마음이 고조되죠. 진리는 절대 지지 않아요."

- 들어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던데 어떻게 제작하시게 되셨어요?
"제 주변에 스마트 미디어를 활용하는 시청각 및 중증 장애인들이 많아요. 그분들을 보면서 스마트 세상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스마트 앱 사용법을 익히고 웹 접근성을 높이면 장애인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페이스북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장벽이 있던가요?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 불리는 서울대 이상묵 교수는 중증 장애인이지만, 지금 우리나라 최고의 지구과학 전문가잖아요.

또 보세요. 청각 장애인들은 외부와 소통하기가 실질적으로 힘들어요. 그러나 스마트기기 앞에서는 전혀 문제 없죠. 비장애인과 똑같이 SNS하고 똑같이 정보를 취득할 수 있거든요. 그런 면에서 스마트 미디어 접근권은 소통권이고 기본권이란 결론을 얻은 거예요.

당연히 사회와 정부는 지원해야 하는 거죠. 저는 기기부터 무료로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수백만 원 하는 전동휠체어도 무료로 지급하잖아요. 비장애인들은 스마트기기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장애인들은 반드시 필요해요. '스마트권은 기본권이다'... 이 이야기를 증명하고 싶었어요."

- 평소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내가 특수교사이고 친구들 중 장애인들이 몇몇 있어서 매일 같이 장애인과 마주칩니다만,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의 장애 감수성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랍니다. 하지만 제 일생에 꼭 한 번은 차별 받는 장애인들과 제대로 공감하고 싶었어요. 3년간 고민하고 구상하고 1년간 취재했는데 다행히 그 과정에서 많은 장애인이 가슴을 열고 도와주었어요. 동료인 여미영 프로듀서도 1년간 엄청난 고생을 했죠. 그분에게 영광을 돌려야겠네요."

"청각 장애인에게 음성통화 무제한? 스마트 복지해 줘야"

- 취재하고 제작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청각 장애인도 음성통화 무제한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듣지도 못하는 청각 장애인에게 음성 통화가 무제한이라뇨? "저희 청각장애인에게 정작 필요한 건 영상통화 무제한, 또는 영상통화 대폭 할인 아닌가요!"라는 이 분노의 목소리가 기억나요.

청각장애인의 호소였어요. 세상에 청각 장애인에게 음성 통화 무제한 주는 복지가 어디 있어요? 이건 만행이에요. 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게 맞는 스마트 복지를 해 주셔야죠. 이 왜곡을 바로 잡는 것이 큰돈 들어가는 일입니까? 저는 장애인 복지를 위해 대단한 걸 바라지 않아요. 스마트기기 값과 이용료 전액, 당장 그것이 어렵다면 50%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휠체어를 지원해 주고 KTX와 항공권을 할인해 주듯 말이죠."

- 방송 구성 중에 해외 사례와 비교하신 부분이 있어요.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장애인 복지는 어떤가요?
"일반적인 건 모르지만, 웹 접근성에서는 차이가 커요. 단적으로 설명해 볼까요? 영국에선 시각장애인이 인터넷으로 항공권을 예매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어떤 것 같아요? 재작년인가 장애인들이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했죠. 왜냐면, 항공권 표 구매도 못하는 '더러운 세상'이거든요. 시위에 나서니 항공사가 시정하겠다고 했어요.

웹 및 모바일 접근성과 관련해서 저희가 여러 가지 실험을 했어요. 한빛맹학교 학생들과 우리나라 관청과 공영방송사 그리고 쇼핑몰까지 접근해봤는데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여러분도 눈을 감고 방송사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다시보기' 한 번 시도해 보시죠.

아, 애플리케이션만 해도 그래요. 수백만 개의 앱 가운데 장애인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앱이 20개도 안 된다니까요. 우리 사회가 나서서 앱을 개발하든지 아니면 개발하는 업체에게 지원해야 해요. 이 앱이야말로 스마트 복지의 척도라 할 수 있어요."

- 외국은 어떤가요?
"시각장애인이 혼자서 인터넷에서 항공권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좀 전에 이미 말씀드렸고, 영국에선 청각 장애인이 보조기술을 이용해서 클럽에서 DJ를 하더군요. 미국에선 시각장애인이 그림을 그려요. 물론 보조기기를 활용하죠. 일본 오사카와 요코하마 같은 곳에서는 스마트 미디어를 '일상 생활용구'로 지정한다는 거예요. 휠체어처럼 아이폰, 아이패드를 무상 지급하는 거죠.

청각장애인이 굳이 DJ를 하고, 시각장애인이 굳이 그림을 그려야 하느냐고 반문하실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따지면 베토벤은 작곡하지 말라는 말이죠. 베토벤은 청각장애 상황에서도 명곡들을 작곡했잖아요. 보조기술의 도움이 없었다면 영국의 스티븐 호킹이 가능이나 했겠어요?"

CBS 손근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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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시각이나 청각장애인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저는 절망을 봤어요. 스마트 세상에 접근할 수 없다는 거죠. 문턱이 좀 높다는 건 올라가기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차단됐다는 뜻이거든요. 저는 장애인들이 이동권이나 생존권을 주장하듯이 스마트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봐요. 댓글 운동도 펼치고요.

우리나라 시청각 장애인이 등록된 숫자만 약 50만~60만 명이거든요. 이 가운데 스마트 미디어를 사용하는 분이 20%가 채 안 될 겁니다. 10만 명 남짓이죠. 이 10만 명은 얼마 안 되는 숫자 같지만 뭉치면 엄청난 인파입니다. 거리에 뛰쳐나가지 않아도 정권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파워죠. 이젠 오프라인 싸움이 아니라 사이버 싸움이에요. 10만 개의 댓글이 달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세상이 바뀝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해 장애인 댓글 운동부터 펼쳐야 한다고 봐요."

- 방송이 나간 후 반응은 있었나요?

"다시 듣고 싶다는 청취자 요청이 많아서 지난 7월 19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1부와 2부를 CBS 라디오를 통해 앙코르 방송해요. 뉴욕 시상식에서도 '또 하나의 새로운 기본권인 스마트권을 주목해 달라'고 세계 방송인 여러분과 유엔 관계자에게도 요청했어요, 그 분들이 큰 관심을 보였어요.

실제로 시각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스마트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요. 새로운 모임도 만든다는 이야기도 들리고요. 아주 작은 라디오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하니 기분이 묘해요."

- 배우 이윤지씨와 한주완씨가 내레이션을 했던데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당시 <왕가네 식구들>이라는 인기 드라마 주인공들이었잖아요. 바쁘신 분들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여러 경로로 내레이션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응하셨어요. 내레이션을 마친 후, 한주완씨는 '완성도가 부족하면 얼마든지 또 부르라'고 할 정도였고 이윤지씨도 방송이 나간 이후에도 프로그램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직·간접적인 교류를 했어요. 단지 목소리만 빌려준 게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내레이션에 참여하는 모습에 제작진이 큰 감동을 받았죠."

- 흔히 다큐멘터리라면 텔레비전을 생각하기 쉬운데 <소리를 보여드립니다>는 라디오 다큐멘터리잖아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라디오 다큐멘터리의 최고 장점은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거죠. 한 번 들으면 못 빠져나가는 것, 마치 할머니에게 옛날 얘기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하는 매체죠.

단점이라면 몸집이 작아요. 그러나 몸집이 작은 것이 역설적으로 장점이 되기도 하죠. 몸이 가벼워서 의제에 쉽게 접근할 수 있죠. 저는 라디오의 의제가, 처음엔 미약하지만 나비효과처럼 서서히 번져나갈 수 있다고 믿어요. 방송사상 세계 최초로 의제화한 '장애인 스마트권'을 유엔과 세계 방송가에서 보편적 인권으로 인정한 것처럼 말이죠."

- <김현정의 뉴스쇼> 시작을 손 PD께서 하셨고, 최근엔 <김현정의 뉴스쇼>가 아침 시사프로 중엔 가장 영향력 있잖아요. 물론 지금은 다른 프로를 연출하시지만, 뿌듯할 것 같아요.
"뿌듯하죠. <김현정의 뉴스쇼>가 영향력이 있다는 점은 고마운 일입니다. 하지만 <김현정의 뉴스쇼>의 가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점이 아니라 언제나 진리의 편에 서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입니다. 진실을 추구하고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단심이랄까요." 

- 시사프로와 다큐멘터리 중 뭐가 더 좋으세요?
"다 좋아요. 저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시작해서 시사프로그램으로 컸지만 다큐멘터리도 중요하게 여기는 장르랍니다. 다큐멘터리는 제가 숨 쉬는 공간입니다. 종합예술이죠. 라디오 다큐멘터리도 영화 한 편 제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저는 다큐멘터리가 시사고 시사가 음악이고 음악이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해요. 알고 보면 다 통하거든요. 여러분도 라디오에 놀러 오세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영광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이영광의 언론, 그리고 방송이야기'(http://blog.daum.net/lightsorikwan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손근필, #뉴욕 페스티벌, #장애인 스마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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