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프트 데이` 포스터

`드래프트 데이` 포스터 ⓒ ㈜포커스엔터테인먼트


북미 프로풋볼리그(NFL) 2014시즌 신인선수 선발을 위한 드래프트 개최를 앞두고, 지난 시즌 성적 부진에 시달린 팀 클리블랜드 브라운스의 단장 써니(케빈 코스트너 분)는 마음이 심란하다.

한 주전 전임 감독이자 자신의 아버지를 잃었고, 직장 동료이자 여자 친구(제니퍼 가너 분)의 임신 소식도 반갑지만은 않다. 여기에 브라운스의 지명 순번은 그해 최대 유망주를 잡기엔 뒤로 밀려 있는 상황이다.

팀 재건, 그리고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선 유망 신인선수 지명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그의 과제다. 드래프트를 몇 시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1라운드 1순위 지명권을 보유한 시애틀 시호크스 팀에서 갑작스런 제안을 해왔다.

"이번 신인 지명 1라운드 지명권을 클리블랜드에게 넘길 테니 대신 향후 3시즌 동안 1라운드 지명권을 시애틀로 달라."

때마침 이번 드래프트에는 하이스만(미국 대학 미식축구 최고의 선수에게 수여) 트로피를 수상한 신인 최대어 쿼터백이 나온 데다, 브라운스의 주전 쿼터백은 부상으로 부진, 새 시즌 활약에 물음표가 붙은 상황이다.

써니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드래프트 데이`의 한 장면

`드래프트 데이`의 한 장면 ⓒ ㈜포커스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선 그저 '듣보잡' 취급 받는 미식축구지만 본토 미국에서는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매 시즌 최강자를 가리는 단판 승부 '슈퍼볼'은 매년 기록적인 시청률, 광고 수입을 거둘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드래프트 데이>는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미식축구 영화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애니 기븐 선데이> <리플레이스먼트> 등 주로 실전 경기를 소재로 제작된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신인선수 선발이라는 경기 외적인 부분, 스포츠팬들에겐 관심이 크지만 비(非)스포츠팬들에겐 다소 생소한 영역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자본주의 사회를 대표하는 프로스포츠는 어떤 면에선 불공정한 싸움이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측에서 유명 스타를 거액 몸값을 지불하고 데려와서 우승시키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인 드래프트'는 이러한 독주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드래프트 제도를 최초로 도입한 종목이 바로 NFL이다. 구단별 연봉총액상한선을 규정한 '샐러리캡' 역시 마찬가지)

대개 전년도 성적을 토대로 역순(즉, 최하위팀 우선)으로 지명권을 부여, 하위팀에게도 전력 보강의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지만 지명권 트레이드를 통해 기존에 보유한 선수 지명 순서를 사고팔면서 또 다른 방식의 경쟁이 유도되기도 한다.

<드래프트 데이>는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빚어지는 이해 관계자(구단주·스카우트·에이전트·선수 등)들의 심리 싸움, 작전 등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내고 있다. 여타 스포츠물과 달리 이렇다한 경기 장면 없이 각 구단 관계자들의 전화 통화, 내부 회의 등 제한된 공간에서의 출연진들의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지만, 109분 남짓한 러닝타임이 지루할 새 없이 진행될 만큼 빠르게 극이 흘러나가도록 만든 건 연출을 맡은 노장 이반 라이트먼 감독의 올바른 선택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스트 버스터스> <주니어> <트윈스> 등 1980~90년대 인기 코미디 영화를 만든 그가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에선 예전처럼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폭탄 대신 단장 써니를 중심으로 긴박하게 진행되는 신인선수 선발의 과정을 물 흐르듯이 담아내는데 성공했다. 

<드래프트 데이>는 비록 미식축구를 잘 모르는 국내 관객들에겐 다소 불친절한 부분도 많지만 상세한 규칙, 규정을 모르더라도 가볍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사기, 감언이설(?)에 가까운 술수로 지명권을 거래하는 것이야 말로 '불공정 게임'으로 보이지만, 이것 역시 프로스포츠 업계에선 당연시되는 일들이고 이러한 과정의 중심에 구단 단장이 존재한다. 극 중 케빈 코스트너가 맡은 써니는 그런 점에선 가장 현실적인 단장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암흑기를 거쳐 최근 비중 있는 조연을 다수 맡으며 재기에 나선 케빈 코스트너는 이 역할을 무리 없이 담아내며 영화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를 했다. 제니퍼 가너, 프랭크 란젤라(구단주 역), 데니스 리어리(브라운스 팀 감독 역) 등의 감초 연기 역시 나름 인상적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드래프트 데이 NFL 케빈 코스트너 미식축구 이반 라이트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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