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끝까지 간다>의 최동헌 무술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끝까지 간다>의 최동헌 무술감독.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300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는 영화 <끝까지 간다>는 한 순간도 쉴 새 없이 관객들을 몰아붙이면서도 여기저기 허를 찌르는 적절한 웃음으로 리드미컬한 변주를 한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이끌어 낸 데에는 잘 짜인 각본과 쫀득한 연출, 이선균과 조진웅 두 배우의 열연도 있었겠지만 극의 흐름에 맞는 완급 조절이 완벽했던 '액션'에도 방점이 있었음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끝까지 간다>의 작은 디테일부터 큰 액션에 이르기까지 배우들이 몸을 쓰는 장면이라면 늘 최동헌 무술감독이 있었다. 그동안 <1724 기방난동사건> <백야행> <퀵> <스파이> <시체가 돌아왔다> <댄싱퀸> 등의 영화에서 무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던 최동헌 감독이다.

최동헌 감독은 <끝까지 간다>의 액션을 '리얼 액션' 혹은 '개싸움'으로 불렀다. 합이 딱딱 맞아 떨어지고 스타일과 각이 팍팍 살아 있는 그럴싸한 액션이 아니라, 온몸을 내던져서 계산적으로 합을 맞춘 것처럼 보이지 않는 액션을 표방하는 것이다.

"감정 잘 살아나는 리얼 액션, 다칠 위험도 크다"

최동헌 감독은 "<본> 시리즈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런(합이 맞는) 액션을 표방했었다"며 "특수부대에서 사용하는 무술로 칼리 아르니스, 필리피노 칼리, 시스테마 등 간결하면서도 멋있는 동작을 차용해서 영화에 많이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아저씨> <용의자> 등에서 선보인 것들이 보통 그런 액션"이라고 덧붙였다.

"무술감독으로서 더 어려운 게 리얼 액션입니다. 예를 들면 <말죽거리 잔혹사> <품행제로> 등의 작품에서 선보인 게 리얼 액션이거든요. 리얼 액션이 잘 됐을 당시, 한창 그런 액션이 많이 나왔는데 요즘에는 <아저씨>류의 특수무술을 사용하는 액션이 영화에 많이 등장했어요. 

리얼 액션은 합의 종류가 많지 않아서 더 어려워요. 발을 잘 못 쓰고, 주먹도, 관절기도 세게 쓸 수가 없고, 오로지 몸과 리액션으로 다음 액션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다 몸으로 때워야하는 동작들이 많아서 어려워요. 오히려 화려한 액션은 더 쉬운 편입니다."

 영화<끝까지 간다>의 최동헌 무술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발차기 시범을 선보이고 있다.

▲ 최동헌 무술감독 "리얼 액션은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이 감수해야할 부분이 커요. 보호대를 채워주고, 상대 배우에게 터치를 살짝 하고 리액션을 과하게 하라고 하지만, 실제 다소 아픈 느낌이 있어야 감정이 더 치고 올라와서 잘 때리고, 잘 맞으면서 감정이 살아나거든요." ⓒ 이정민


무술감독은 리얼 액션을 요구하기 전에 실제로 수차례의 액션과 리액션, 몸싸움 등이 격해졌을 때 몸의 반응 등을 겪어본 이후에 배우들에게 알려준다. 이를 배우들이 좀더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영상으로 만들어서 주기도 한다.

"리얼 액션은 배우들이 다칠 위험이 너무 커요. 감정이 격해지면 진짜로 뭘 던지거나 휘두르다가 맞을 수도 있거든요. 실제 현장에서 이선균은 조진웅에게 너무 많이 맞았어요. 편집된 게 많아서 그렇지, 너무 많이 맞아서 제가 정말 죄송했어요. 모니터를 보면서 계속 생각해요. '아플 텐데...아프지 않을 방법은....없다!' 라고요.

리얼 액션은 어쩔 수 없이 배우들이 감수해야할 부분이 커요. 보호대를 채워주고, 상대 배우에게 터치를 살짝 하고 리액션을 과하게 하라고 하지만, 실제 다소 아픈 느낌이 있어야 감정이 더 치고 올라와서 잘 때리고, 잘 맞으면서 감정이 살아나거든요.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위험한 장면, 여유롭게 촬영해야 사고 없어"

 "이선균씨도 조진웅씨도 정말 온몸을 다 내던지면서 <끝까지 간다>의 액션을 완성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영화 <끝까지 간다>의 최동헌 무술감독은 "이선균씨도 조진웅씨도 정말 온몸을 다 내던지면서 액션을 완성해주셨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쇼박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관객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장면은 바로 엔딩, 이선균의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이선균과 조진웅의 몸싸움이다. 권총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상황에서 어느 한 순간 누군가가 밀리게 되면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치열한 몸싸움이 벌어진다. 손에 땀을 쥐는 일촉즉발 속에서 최동헌 감독이 만든 리얼 액션이 두 배우의 연기력과 결합돼 그 진수를 보여줬다.

"아파트 신의 경우, 김성훈 감독님이 워낙 섬세하셔서 시나리오의 지문에서부터 '두 사람이 들어와서 마주친다' '어디서 우당탕 해서 어디로 간다' '책상 밑에 권총을 빼려고 한다' '방으로 숨어든다' 등 동선이 다 쓰여 있어요. 이요. 그러면 제가 어느 동선에서 어떤 타격을 줄까, 얼마만큼 손상을 입혀서 힘들게 만들까 등을 짭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화장실 신에 더욱 힘을 주고 싶었어요. 아파트 신 안에서도 화장실 안에서 더 그럴듯하고 임팩트 있는 화려한 액션을 만들고 싶었죠. 근데 두 배우가 거실에서 치열하게 뒹굴다가 화장실까지 왔을 때는 정말 탈진 직전, 눈이 빨개져서 까뒤집어질 정도로 지쳐 있어서 기진맥진한 느낌으로 가자고 제안을 했어요.

무술감독 입장에서 더 화려한 장면을 생각했지만 감정상 두 배우의 의견을 존중했죠. 근데 완성된 장면을 보니, 거실에서 치열한 액션 이후 화장실까지 동선의 감정이 너무 잘 살아 있더라고요. 액션의 미학이 잘 살아 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최동헌 무술감독도 마음 조리게 했던 장면이 있었으니, 바로 조진웅이 동전 가득 든 돼지저금통으로 이선균의 머리에 '팍'하고 가격하는 부분이다. 머리에 정통으로 맞은 후 저금통 안에 들어 있던 동전은 산산이 허공과 바닥으로 뿌려진다.  

"저금통은 가짜지만 그 안에는 실제 동전이 있었어요. 동전의 질감 때문에 가짜를 쓸 수가 없었어요. 정말 불안했어요. 동전이 사실 쇠붙이고 엄청 아픈데, 저금통이 깨지면서 그 동전이 이선균의 머리와 얼굴에 어떻게 작용을 하게 될지 너무 불안했죠. 엄청 아플 테니까요.

근데 정말 다행인 게 한 번에 오케이가 났어요. 이선균씨가 머리를 잡고 '와' 하는데, 아플 텐데도 걱정하는 스태프들에게 웃어 주시더라고요. 이번에 이선균씨도, 조진웅씨도 정말 온몸을 다 내던지며 <끝까지 간다>의 액션을 완성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아파트 난간을 오가는 장면도 이선균이 아파트 19층에서 실제 액션을 선보였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19층 높이에서 이선균은 와이어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대역 없이 열연을 펼쳤다.

"19층에 사다리차를 대어 놓긴 했어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실제 배우가 대역 없이 그 높은 곳에서 와이어줄에 매달려 연기를 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니에요. 정말 대단한 거죠. 이선균의 그런 열연이 있어서 좋은 장면이 나왔어요"

 <끝까지 간다> 이선균

<끝까지 간다> 이선균 ⓒ 쇼박스


그 외에 극 초반 이선균과 조진웅이 처음 만나 격한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 컨테이너가 차 위에 추락하는 장면 등 배우들의 액션신에는 늘 최동헌 무술감독이 함께 했다. 최동헌 무술감독은 "여배우들끼리 뺨을 때리거나 머리채를 잡는 장면이라도 항상 무술감독이 함께 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액션을 빼놓고 한국영화를 이야기하지 못할 만큼 무술감독의 역량이 차지하는 부분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안전'은 늘 관계자들에게 걱정과 염려를 안겨주는 숙제다.

"영화는 그나마 테스트 촬영을 하면서 시간을 갖고 찍기 때문에 괜찮은데, 드라마는 시간이 너무 없어서 위험한 장면도 빨리 빨리 찍고 넘어가려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액션은 늘 서두르면 사고가 납니다. 스턴트 할 때만큼은 여유롭게 해야 해요.

<끝까지 간다>의 아파트 신도 원래는 3회 차로 예정돼 있었는데 5회 차로 늘어났어요. 그래서 더욱 디테일하게 아무 사고 없이 잘 마무리된 것 같아요. 위험한 장면이 있을 때는 조금이라도 여유 있게 촬영해야 사고가 없어요. 그 부분을 모두 배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끝까지 간다>의 최동헌 무술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끝까지 간다>의 최동헌 무술감독이 1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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