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팀]
취재 : 손지은·조혜지(광화문광장), 송규호·곽우신(강남 영동대로) 기자
편집 : 박혜경 기자
총괄 : 선대식 기자
사진 : 권우성 기자

 18일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이근호 선수가 선취골을 터뜨리자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응원단이 환호하고 있다.

18일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 러시아와의 첫 경기에서 이근호 선수가 선취골을 터뜨리자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응원단이 환호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근호 골! 열광하는 붉은악마 18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후반전 교체투입된 이근호 선수가 중거리슛을 성공시키자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하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근호 골! 열광하는 붉은악마 18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후반전 교체투입된 이근호 선수가 중거리슛을 성공시키자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하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이근호 골! 열광하는 붉은악마 18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후반전 교체투입된 이근호 선수가 중거리슛을 성공시키자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하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 이근호 골! 열광하는 붉은악마 18일 오전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에서 후반전 교체투입된 이근호 선수가 중거리슛을 성공시키자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하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 권우성




[최종신 : 오전 10시 15분]
차분한 거리응원... '세월호 잊지 말자' 목소리도

브라질 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감안해, 비교적 차분하게 마무리됐다. 붉은 악마들은 거리응원 뒤 뒤풀이 없이 흩어졌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당시에는 축구 팬들은 승패와 관계없이 경기가 끝난 후 흥겨운 '댄스파티'를 벌인 바 있다.

국가대표팀 팬클럽인 붉은악마 역시 거리 응원 장소를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가 있는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날 흥겨운 응원전 속에서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광화문광장 인근 교보생명 빌딩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 부스가 마련됐다. 대학생 조우리(28)씨는 '세월호 서명하고 응원해요'라고 쓰인 종이를 들고 부스 앞에 섰다.

조씨는 "월드컵이라 사람이 많이 모이기도 하고, 축제 기간에도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자'는 취지로 나왔다"면서 "전반전이 끝나고 쉬는 시간 10분 동안 60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에 참여했다"고 전했다. 만화가 방한나(33)씨는 세종로 사거리 횡단보도에서 '벌써 잊으셨나요?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었다.

서울광장 희생자 분향소에도 조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밤샘 아파트 경비 일을 마치고 조문하러 온 강모(63)씨는 "월드컵 분위기는 충분히 즐기더라도 아이들 위한 먹먹한 마음은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분향을 돕던 한 자원봉사자는 "월드컵 때문에 조문객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분들도 줄곧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가 끝난 후 시민들은 손수 쓰레기를 치웠다. 쓰레기 봉투에 남은 음식물과 음료수, 맥주캔 등을 담았다. 큰 쓰레기는 따로 미화원들이 치우기 쉽도록 모아뒀다. 전경철 미화원(65)은 웃으면서 "(시민들이) 조금씩 (쓰레기를) 모아주셔서 좀 낫다"고 말했다.

이후 직장과 학교로 발걸음을 재빨리 옮기는 축구팬이 많았다. 영동대로에서 만난 이인호(27)씨는 "경기가 끝나고 바로 출근을 해야 한다"면서 "정신이 없는 상태지만 기분은 좋다"고 전했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여고생 이채린(17)양은 "거리응원은 처음 나왔는데 너무 신났다, 재밌었으니까 비겨도 상관없다"고 밝혔다.

[5신 : 오전 9시 20분]
아쉬운 무승부... "선수들, 최선 다했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선제골을 넣고도 끝내 러시아와 비겼다. 붉은 악마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다면서도, 강호 러시아와 대등하게 싸운 대표팀의 선전에 박수를 보냈다. 축구 팬들은 경기 후, 손수 쓰레기를 치우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이기도 했다.

많은 붉은 악마들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두 손을 모아 승리를 염원했다. 경기가 끝나자, 광화문광장 무대 앞쪽에서는 한 남성이 "잘했다, 우리 조국"이라고 외쳤다. 영동대로에서는 주최 측이 폭죽을 쏘아 올렸다.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대학생 장소진(22)씨는 "오전 3시부터 이곳에 왔다, 이길 수 있었는데 아쉽다"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여대생 3명은 밝은 표정이었다. 김수민(20)씨는 "선제골을 넣는 걸 보고 이기리라 예상했는데 조금 아쉽다"라며 "하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게 느껴져서 감동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무대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은 뒤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영동대로 무대 인근에서 친구 4명과 관전평을 나누던 이용주(20)씨는 "골은 이근호가 넣었지만, 기성용이 메인이었다"고 선수들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원터치 패스가 잘 안 돼 기회가 많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평했다. 송호영(20)씨는 "교체로 흥해서 교체로 망했다"며 "막판에 집중력이 부족했다"고 했다.

오우진(20)씨는 "다음에도 응원 나올 것"이라며 "같이 응원하는 맛이 있다"고 했다. 빨간 망토를 두른 이진웅(29)씨는 "선수들의 투혼에 감사한다"며 "다음 경기에도 최선을 다해 국민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4신 : 오전 8시 35분]
"아..." 6분 만에 허용한 동점골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이근호 선수가선제골을 넣자, 광화문광장과 영동대로는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하지만 6분 뒤 동점골을 허용하자, 탄식이 흘렀다.

후반전 23분 이근호 선수의 슛이 골문 안으로 들어가자 광화문광장에는 함성소리가 퍼졌다. 시민들은 머리  위로 박수를 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곳곳에서 부부젤라 소리가 울려퍼졌다.  골이 들어가는 장면이 전광판에 다시 나오자 박수소리와 함성이 다시 울렸다. 맥주를 마시며 서서 경기를 관람하던 대학생 최수영(29)씨는 "이근호 선수가 골을 넣을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는데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다.

선제골을 넣은 지 6분만에 동점골이 터지자 환호성은 탄성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아..."라며 탄식이 터져나왔다.

영동대로에서도 환희와 탄식이 교차했다. 이근호 선수의 선제골 후, 폭죽이 터져 나왔다. 축구팬들은 서로 얼싸안는 등 환희에 휩싸였다. 프레스룸에서 취재를 하고 있던 50여명의 기자들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대신 다함께 일어서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러시아의 동점골 후, 영동대로는 일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박신영(21)씨는 "바로 골이 먹혀서 너무 아쉽다,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어서 2대1로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고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3신 : 18일 오전 8시 15분]
아쉬움과 안도의 함성 교차하는 거리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한국 대 러시아의 예선경기 거리응원전에서 대형 응원기가 펄쳐지고 있다.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한국 대 러시아의 예선경기 거리응원전에서 대형 응원기가 펄쳐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0-0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우리나라와 러시아 모두 팽팽했다. 광화문광장과 영동대로에 모인 붉은 악마들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한 채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을 응원하는 붉은 악마의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반전 45분 동안 아쉬움과 안도의 함성이 교차했다. 러시아 선수의 날카로운 슈팅이 정성룡 골키퍼에게 막혔을 때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응원의 박수가 이어졌다. 구자철 선수의 슈팅이 수비수의 발에 맞고 골문을 아깝게 벗어날 때는 아쉬움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손흥민 선수의 전반 40분 골 기회 순간에선 함성소리가 일순간 높아졌다.

"15분 보려다가 전반 다 보겠네."

광화문광장에서 서류가방을 가슴에 안은 두 직장인은 발을 동동 굴렀다. 출근시간 때문에 광화문광장을 벗어나면서도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질 때마다 아쉬운 듯 뒤를 흘끔흘끔 돌아봤다. 김용호(24)씨는 전반전 경기 종료 후 "지금까진 한국이 잘 이끌고 있다"며 "카드 두개 받은 상황을 고려해야할 것 같고 유효슈팅만 잘 조절하면 후반전에서 점수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을 내놓았다.

붉은악마와 함께 응원하는'예체능'팀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강호동 등 '예체능' 팀 연예인들이 붉은악마와 함께 응원을 하고 있다.

▲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대학내일>에서 인턴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7명은 전반전이 무승부로 끝난 것에 대해 "잘 버텨준 거 같다"라고 입을 모았다. 손흥민 선수를 좋아한다는 김다희(24)씨는 "패배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전반전을 잘 끝낸 거 같다"라고 말했다. 빨강색 티셔츠를 맞춰입은 이들은 무대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광화문역 7번 출구 앞에는 "브라질 철거민의 눈물을 잊지말아야 한다"라며 1인 시위에 나선 이도 있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소속 김중연(21)씨는 "월드컵에 가려져서 잊혀지는 것들을 상기시키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또한 "시민들이 많이 쳐다보고 사진을 찍어 가는 분도 많다"고 전했다.

영동대로에서 만난 추연은(26)씨는 "이전 평가전에 비해서 잘하고 있다"며 "손흥민 선수와 기성용 선수가 눈에 띈다, 움직임에 여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여자친구와 흰색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맞춰 입은 하승완(36)씨는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며 "두 골 정도의 차이로 이길 것 같다, 손흥민 선수가 후반전에 골을 넣을 것"이라고 전했다.

오전 7시 42분께 영동대로 스크린에는 경기중계 영상 송출이 중단되기도 했다. 스크린에 네트워크 오류를 알리는 안내창이 뜨자, 축구 팬들은 일제히 스마트폰을 꺼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기 중계는 2분 만에 재개됐다.

한편,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 앞에는 만화가 방한나(33, 여)씨가 '벌써 잊으셨나요?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지켜보면서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어 안타까웠는데 월드컵으로 잊혀지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라며 "진상규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왔다"라고 전했다. 또 "이곳에 나와서 응원하는 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축구를 즐기면서도 세월호를 기억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벌써 잊으셨나요?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든 만화가 방한나씨. (엄지뉴스로 들어온 사진)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 앞에서 '벌써 잊으셨나요?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라고 쓰인 피켓을 든 만화가 방한나씨. (엄지뉴스로 들어온 사진) ⓒ 손지은


[2신 : 18일 오전 7시 23분]
경기 시작되자 함성... 자동차 경적도 "빵빵빵 빵빵"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 권우성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 권우성


오전 7시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리자, 광화문광장과 영동대로에 모인 붉은 악마들은 막대 풍선을 두드리며 승리를 기원하는 함성을 내질렀다. 이들은 북소리에 맞추어 "대~한민국"을 외쳤다.

광화문광장에서는 경기 시작 직전 애국가가 울려퍼지자, 20분 전부터 '아리랑'과 '승리의 노래'를 번갈아 부르며 흥을 돋우던 붉은 악마들 사이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응원단 머리 위를 대형 태극기가 덮었다. 축구 팬들은 응원 손수건을 돌리며 "오~ 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경기가 시작되자 1만5000여 명의 눈이 스크린에 모였다. 한국선수들이 공을 잡을 때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빵빵빵 빵빵'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한국 대 러시아의 예선경기 거리응원전에서 대형 태극기가 펄쳐지고 있다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한국 대 러시아의 예선경기 거리응원전에서 대형 태극기가 펄쳐지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광화문광장 인근 자동차의 경적소리가 바뀌었다. 무대 앞으로 모여든 인파로 차량 통행에 곤란함을 겪은 운전자는 재치있게 경적을 울렸다. KT광화문 지사 앞 구석에 자리잡은 5명의 여고생들이 응원준비를 시작했다. 서정원(19)양은 "나라사랑 캠페인이라는 학교에서는 연중 행사가 있는데, 이곳으로 배정받아 나왔다, 오전 6시부터 앉아있었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정문 앞에서 만난 지체장애인인 정명근씨와 함께 나온 활동보조인 박재후(43)씨는 "어제 막차 끊기기 전에 와서 밤을 꼴딱 새 잡은 자리다"며 "어려운 줄은 알지만,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자리도 함께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명근씨와 나는 문자로만 소통 가능한데 어제부터 경기를 꼭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명근씨에게 "응원 잘 하시라"하니 씩 웃으며 미소로 답했다.

영동대로에서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무대 위로 대형 태극기가 펼쳐졌다. 영동대로에 모인 2만5000여 명은 태극전사 한 명 한 명이 비춰질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응원했다. 우리 선수들이 러시아 선수의 공을 빼앗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던 정영혜(58)씨는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젊은이들의 열정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무대를 지켜보던 오채현(13) 학생은 "잠시 후 학교에 가야 한다"면서 "기성용 선수를 좋아한다, 우리나라가 2:1로 이길 것"이라며 승리를 기대했다.

앞서 가수 싸이는 경기 시작 전 "이 정도 함성으로는 몸을 흔들기에 수줍다"며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시민들은 함성으로 화답하며 "싸이"를 연호했다. 싸이가 2006 독일 월드컵 당시 응원가로 쓰인 'We are the One'과 2002 한·일 월드컵 응원가 '챔피언'을 부르자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싸이는 "여러분의 함성 소리가 지구 반대편까지 들리도록 최선을 다해서 응원해 달라"며 "강남에서 처음 불러본다"는 '강남스타일'로 무대를 마무리 지었다.

[1신 : 18일 오전 6시 23분]
거리 응원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 없어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고 있다. ⓒ 권우성


모두가 잠든 새벽이지만, 서울 광화문광장과 강남 영동대로는 "대~ 한민국"을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하다. 18일 오전 7시 대한민국의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인 대 러시아전을 앞두고, 이곳은 벌써부터 붉은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경기를 1시간 앞둔 오전 6시 광화문광장에는 1만5000여 명, 영동대로에는 6000여 명의 축구 팬들이 모여 거리 응원에 나섰다. 국가대표팀 유니폼 등 붉은 옷을 맞춰 입은 '붉은 악마'들은 자정부터 이곳에 나와 자리를 지키며 한국의 승리를 기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전국 27곳에서 10만 명 가량의 축구팬들이 거리 응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광화문광장에서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응원단이, 영동대로에는 가수 싸이가 뜨거운 응원전을 선보여, 응원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광화문광장] <무한도전> 떴다... 응원 분위기 최고조

 18일 오전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대 러시아전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시작된 가운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응원단이 무대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18일 오전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대 러시아전을 앞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시작된 가운데,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응원단이 무대에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거리응원 나선 '무한도전'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재석, 박명수, 손예진 등 '무한도전' 응원팀이 무대에 올라 응원을 하고 있다.

▲ 거리응원 나선 '무한도전'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이 펼쳐지는 가운데, 유재석, 박명수, 손예진 등 '무한도전' 응원팀이 무대에 올라 응원을 하고 있다. ⓒ 권우성


오전 5시 광화문광장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무한도전> 응원단이 무대에 오르자, 1만5000여 명의 붉은 악마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화문광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과 인도에 돗자리를 펼치고 앉은 축구 팬들도 모두 일어섰다.

가슴에 노란리본을 단 한복 차림의 <무한도전> 응원단이 가수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부를 때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축구팬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제자리에서 뛰며 합창했다. 특히,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 뿐이야" 구절에 맞춰 붉은 막대 풍선을 힘차게 두드리기도 했다. <무한도전>의 응원이 끝날 무렵에는 어두웠던 하늘이 환해지기 시작했다.

무대 오른편에 있는 KT 광화문지사 앞에는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이 페이스페인팅 부스를 펼쳤다. 뷰티예술학부에 다니는 학생 10명은 오전 4시부터 이곳에 찾아오는 시민들의 얼굴에 태극기와 축구공 등을 정성스럽게 그려주었다. 1학년 최서린(20)씨는 "시민들 반응이 꽤 좋아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밤새 종강파티를 하다 첫차를 타고 온 대학생도 있었다. 수학을 전공하는 양준호(21)씨는 동기 9명과 돗자리를 펼치고 앉았다. 그는 "성인이 되어 처음 거리응원에 나왔는데 분위기가 좋아서 신난다"라고 말했다. 경기 결과를 묻는 질문에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지만 이겼으면 좋겠다"라고 답했다. 

전날 오후 6시부터 친구 4명과 함께 붉은 악마 티셔츠 장사를 준비했다는 박병진(30)씨는 "어제부터 온 사람들이 밤새 자리를 지키는 것 같은데, 오전 5시부터 축구팬들이 더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전 1시부터 광화문역 9번 출구 앞에서 밤새 응원봉을 판 박성규(32)씨는 "300개 정도 팔았다"며 "밤새 팔았는데 새벽부터 젊은 친구들이 꽤 많이 왔다"고 귀띔했다.

젊은이들 틈 사이에 홀로 자리에 앉은 '파마머리 아줌마'가 연신 응원봉을 흔든다. 2002년부터 쭉 응원전에 참여했다는 박혜선(63)씨는 "유방암 말기 환자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엔도르핀도 돌고, 또 내가 안오면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 하고 웃으며 말했다. "한국이 2:1로 이길 것 같다"고 자신있게 덧붙였다.

[영동대로] 학교 결석하고, 휴가 내고 붉은 악마 집결

 버스타고 단체응원 온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 (엄지뉴스로 들어온 사진)

버스타고 단체응원 온 서울종합예술학교 학생들. (엄지뉴스로 들어온 사진) ⓒ 손지은


영동대로에는 6000여 개의 야광 뿔들이 붉은 빛을 뿜어냈다. 이곳은 거리 응원을 위해 나선 시민들로 무대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메인 무대가 설치된 1구역에선 스탠딩 공연이 펼쳐졌다. 걸스데이, 박현민 등 인기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와 응원 열기를 더했다. 가수들의 공연에 사람들의 함성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중학생 아들 둘을 데리고 온 한 시민은 "4년에 한 번 오는 축제인데 오늘 하루쯤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큰 아들은 "4년 전에는 어려서 잘 몰랐기 때문에 제대로 못 즐겼던 것 같다"면서 "경기의 승패에 관계없이 오늘 재미있게 놀고 싶다"고 말했다. 작은 아들은 "그래도 이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빨간 유니폼을 입은 채 무대 맨 앞줄에서 응원을 하고 있던 경광현(27)씨는 "전날 9시 30분에 도착했다"며 "직장인이지만 휴가를 내고 나왔다"고 말했다. 빨간색 두건을 쓰고 응원에 나선 성연규(34)씨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성씨는 "가게 직원 12명을 데리고 나왔다"며 "직원들과 내기 했다, 한국이 2대0 이상으로 이기면 오늘 휴가를 주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날이 밝아오면서 2구역과 3구역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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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거리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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