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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함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연주하고 있다.
▲ 장진수 주무관의 <블루게이트> 북콘서트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함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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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플루트를, 한 사람은 통기타를 들었다. 둘은 하나의 악보 앞에 마주 앉았다. 박자를 맞추듯 발을 까딱였다. 그리고 연주가 시작됐다. 객석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몇몇은 무대 가까이로 나왔다. 마치 유명 음악가의 공연을 보듯, 놀란 표정이었다. 음악이 멈추자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연주를 한 두 사람은 바로 장진수(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씨와 김종익 전 한마음KB 대표다. 장씨는 민간인 사찰을 지원했고 김 전 대표는 사찰을 당했다. 역설적이게도 두 사람이 듀엣 공연을 벌인 것이다. 김 전 대표는 객석을 향해 "장진수씨는 한국 사회에 굉장히 소중한 사람"이라며 "많이 기억하고 후원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바보 같았다"던 그, '위풍당당' 단독 콘서트도 열어

폭로 당시에는 혼자였다. 진실을 향해 용기를 낸 그의 곁에, 이제는 많은 이들이 함께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동교동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장진수씨의 책 <블루게이트> 북 콘서트(오마이북 주최)에는 150여 명의 시민들과 '장진수와 함께 하는 사람들'(아래 장함사)들이 모였다. 그의 폭로를 지지하고, 또 그를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의 공연에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이후 장씨가 일렉트릭 기타로 단독 콘서트를 이어갔다. 대학시절 밴드부였다는 그는 현란한 손동작으로 <캐논변주곡> <환희의 찬가> <위풍당당행진곡> 등을 연주했다. "가해자로서 참 바보 같았다"라며 부끄러워했던 그가 당당해지는 순간이었다.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함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연주하고 있다.
▲ 장진수 주무관의 <블루게이트> 북콘서트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와 함께 비틀즈의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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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을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
▲ 장진수 주무관의 <블루게이트> 북콘서트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을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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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 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김미화씨는 "앞으로 직장 걱정 안 해도 되겠다"라며 "'장진수와 블루게이트'라는 이름으로 순회공연을 가자, 시골 장터만 돌아다녀도 돈을 벌 수 있다"라고 말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책은 장진수씨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로 발령받았던 2009년부터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판결까지의 일을 기록했다. 지난 1972년 미국에서 발생한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 이름을 지었다. 대형 비리 의혹사건의 뜻하는 '게이트'와 우울한 뜻의 '블루'가 합쳐져 지어졌다. '블루'는 청와대를 뜻하는 블루하우스(BH)이면서 동시에 그의 우울한 시간을 의미한다(관련 기사: "5천만 원에 내 영혼을... 두 딸에게 부끄러웠다").

그는 지난 2012년 봄,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이슈털어주는남자'에 출연해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로 민간인 사찰의 증거를 인멸했다고 폭로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그의 증거 인멸 혐의에 대해 유죄를 확정했다. 이로 인해 그는 공직에서 '당연 퇴직'됐고 범죄자라는 낙인 때문에 선뜻 구직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이에 지난 2일 출범한 장함사는 장씨에게 일자리를 주선하고 모금 운동을 벌이고 있다(관련기사 : 실업자 된 이 남자... MB 덕분입니다).

"블루게이트 보면서 잊지 말아달라"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하고 있다. 왼쪽은 방송인 김미화씨.
▲ 장진수 주무관의 <블루게이트> 북콘서트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를 하고 있다. 왼쪽은 방송인 김미화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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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콘서트는 김미화씨와 장진수씨와 대담으로 시작됐다. 김씨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김씨는 "내부고발자가 잘사는 사회가 돼야 한다"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응원을 왔는데 이렇게 많이 오실 줄 몰랐다, 경찰 추산 3만 명에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 왔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씨는 장씨에게 "폭로 안 했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았겠냐"라고 물었다. 이에 장씨는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폭로를 하지 않았다면 그쪽 사람들과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폭로를 선택하는 순간, 제 심경은 고통스러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생명을 거는 심정이었다"라며 "이대로는 못 사니까, 살 수 없으니까 또 두 딸과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볼까 생각했다"라고 폭로 당시 심경을 전했다.

이어 그는 이 사건의 본질을 강조했다. '거짓된 전제 위에 세워진 잘못된 사찰'이라는 것이다. 그는 "2008년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불순하다고 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가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라며 "그 길을 만든 것이 바로 민간인 사찰"이라고 일갈했다. 이후 진행된 청와대의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거짓 덩어리"라는 말로 비판했다. 그는 "MB(이명박) 정부는 거짓을 거짓으로 자꾸 덮어나가는 거짓 덩어리였다"라면서 "그릇된 전제로 내려진 결론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른 소리 하는 사람들을 종북이라거나 국가에 해가 된다고 규정했다"라며 "법대로 국정원이 나서서 잡아가야 하는데, 회사 찾아가서 회계 장부 들여보는 등의 사찰을 저질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장씨는 "책을 통해서 이 사건을 기억해 달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라며 "그래서 지루하지 않게 잘 써야겠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장진수는 하나의 디딤돌, 하나의 큰 용기"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을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
▲ 장진수 주무관의 <블루게이트> 북콘서트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위풍당당 행진곡을 기타로 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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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기타를 연주하자 방송인 김미화씨, 이재화 변호사,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 참석자들이 박수치며 환호하고 있다.
▲ 장진수 주무관의 <블루게이트> 북콘서트 민간인 사찰 증거인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을 용기있게 폭로한 장진수 주무관이 9일 <블루게이트>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기타를 연주하자 방송인 김미화씨, 이재화 변호사,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 등 참석자들이 박수치며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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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마지막에는 장함사 멤버들이 나와 장씨를 격려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이재화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 김종배 시사평론가, 이상희 변호사(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 부소장), 이지문 '호루라기 재단'(공익제보 지원 시민단체) 상임이사 등이 함께했다.

이상희 변호사는 "내부 고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지지"라면서 "진실이 밝혀지고, 악이 처벌되고, 제보자가 보호받을 때 공익 제보가 시회에 기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장진수씨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중요한 디딤돌, 하나의 큰 용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문 상임이사도 "재단이 주는 첫 호루라기 상 수상자는 장진수씨였다"라며 "내부 고발자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씨는 "이 모든 게 힘이 되는 것 같다"라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누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태그:#장진수, #민간인 불법 사찰, #블루게이트,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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