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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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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한나경(57)씨가 이곳에 온 건 지난 4월 29일이었다.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지자마자 지원활동에 합류한 한씨는 조문객들이 남기는 추모메시지를 정리하고 음료를 제공하는 업무를 맡아왔다. 그는 "초반에는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아 잠시 앉을 틈도 없었다"고 했다.

한 달 뒤, 분향소 자원봉사 지원 부스에서 만난 한씨는 의자에 앉아서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조문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그는 "요즘 들어 사람들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벌써 사람들 관심이 세월호 사고에서 멀어진 건 아닌지 걱정된다"라고 덧붙였다.

세월호 침몰사고가 일어난 지 40일이 지나면서 안산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는 조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분향소 앞쪽에 지원 부스를 설치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하나둘씩 철수하는 모습이다. "우리 아이들의 눈물을 잊지 말아달라"라고 호소했던 유가족들은 "요즘은 잊히는 게 제일 두렵다"라는 반응이다.

평일 조문객 1만 → 1천... "요즘 들어 썰렁하다"

KBS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안산 세월호 침몰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협회 외에도 다른 단체 조문객들이 분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 찾은 KBS기자들 KBS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지난 15일 오전 안산 세월호 침몰사고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협회 외에도 다른 단체 조문객들이 분향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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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4시 정부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안단 화랑유원지는 한산했다. 이날은 합동분향소 운영을 시작한 지 딱 한 달 되는 날이다. 분향소 앞으로는 파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대여섯 명 정도가 지나다닐 뿐, 조문객의 발걸음은 드물었다. 10~20분 간격으로 검은 옷을 입은 일반인이나 교복 입은 청소년 여러 명이 분향소 안으로 들어갔다.

분향소 안에서는 10여 명의 조문객이 각각 따로 헌화하거나 영정을 둘러보고 있었다. 일주일 전만해도 조문하려면 몇십여 명씩 모여 다 같이 분향해야 했다. 분향소 입구에서 단체 조문객 50~100명이 줄을 서 기다리는 장면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이날 조문을 마치고 나온 한 남성은 "분향소가 집 근처라 생각날 때마다 여기 온다"라면서 "예전에는 오후 시간이 되면 줄 서서 기다리다 들어가야 했는데, 요즘은 썰렁해서 금세 헌화하고 나온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조문객 수는 사고 발생 초기에 비해 10분의 1로 줄었다. 참사 8일째인 지난달 23일 수요일, 안산 올림픽기념관 체육관에 임시 합동분향소가 차려졌을 때는 평일인데도 1만여 명이 조문했다. 반면, 같은 평일인 지난 28일 수요일에는 총 1580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주말 조문객도 대폭 감소했다.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운영 후 처음으로 주말을 맞은 지난 3일에는 3만2000명이 다녀갔지만, 한 달 후인 24일 주말에는 조문객이 4020명에 그쳤다.

지원 부스마저 줄어... 유가족 "잊히는 게 두렵다"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인근 자원봉사자 지원센터. 일주일 전만 해도 대기 중인 봉사자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29일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인근 자원봉사자 지원센터. 일주일 전만 해도 대기 중인 봉사자들로 북적이던 곳이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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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객이 줄어들면서, 분향소에 지원 나온 안산 지역 시민·사회단체나 종교단체도 하나둘 씩 철수하거나 자원봉사자 인원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이날 대부분의 부스에는 각각 한 명 또는 두세 명의 담당자만 자리를 지키며 앉아 있었다. 일주일 전에는 각 부스마다 대여섯 명 이상의 봉사자가 대기 중이었다. 단체별로 지원 인원이 줄어들면서, 그동안 별도로 운영돼온 자원봉사자 전용 급식소도 6월부터는 운영이 중단된다.

조문객들에게 컵라면과 음료 등을 제공해온 안산시 재향군인회는 오는 31일에 부스를 철수할 계획이다. 재향군인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테이블에 컵라면이랑 음료를 두면 금세 사라졌는데, 요즘은 사람이 없어 물량이 남는다"라면서 "조문객이 많이 줄어 다음 달부터는 본래 업무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요즘 들어 (세월호 사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줄어드는 걸 피부로 느낀다"라면서 "아직 실종자가 남아있고 사고 진상규명 작업은 시작도 못 했는데 이대로 잊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합동분향소는 합동영결식이 이뤄질 때까지 계속 유지되며,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은 5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분향소 26곳을 찾아 실종자 수습과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태그:#세월호, #합동분향소, #유가족, #화랑유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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