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포스터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포스터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성공으로 할리우드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습니다. 마블은 이후 <어벤저스> 3부작을 계획하고, 각 슈퍼히어로의 개별스토리를 영화화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역에까지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에 마블의 영원한 라이벌인 D.C 역시 뒤늦게 <맨 오브 스틸>의 후속작으로 <저스티스 리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20세기폭스 역시 이 싸움에 참전하기 위해 기존 엑스맨 시리즈를 통합하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아래 <데오퓨>, 5월 22일 개봉)를 만들어냈습니다.

마블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데오퓨>가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면 20세기폭스는 마블에게 엑스맨 판권을 절대 내주지 않을 것이고, 소니 역시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악당판 <어벤저스>격인 <시니스터 식스>를 제작하는 데 힘을 실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데오퓨>를 봤을 때, 적어도 영화시장에서만큼은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데오퓨>는 <엑스맨3> 대신에 <슈퍼맨 리턴즈>를 선택했던 브라이언 싱어 감독 개인에게는 변절자의 저주 같았던 작품 활동을 끝내는 화려한 재기작이 됐습니다. 또 조각난 <엑스맨> 시리즈를 봉합했다는 평가도 가능하겠습니다.

신기한 점은 다른 마블 코믹스들은 리부트로 완전히 새롭게 시작했지만, 엑스맨의 경우는 전작과 리부트된 작품의 조우라는 신선한 방법을 택했습니다.

<엑스맨 데오퓨>, 이거 하나만 기억하세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중 한 장면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중 한 장면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데오퓨>의 가장 큰 장점은 엑스맨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할 정도로 이야기의 틈이 넓지 않다는 점입니다. 10년을 훨씬 넘은 <엑스맨>을 기억할 리 없는 관객과 엑스맨을 처음 접하는 관객 모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이니까요. "아, 휴 잭맨이 울버린이구나"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울버린 스핀오프(등장인물이나 상황에 기초해 새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를 통해 울버린을 슈퍼히어로로 만들어버린 20세기폭스의 오독이 장점이 된 순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와 현재를 크로스오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없다는 한계를 갖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엑스맨> 시리즈 3부작과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2011) 총 네 편의 엑스맨 시리즈가 나왔지만, 이번 <데오퓨>는 바로 전작인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만 알아도 완벽히 이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기존의 <엑스맨> 시리즈를 배척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데오퓨>의 이야기 대부분은 1970년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엑스맨> 3부작에서 핵심인물이었던 스톰(할리 베리 분)은 조연보다 못한 존재가 되기도 하지요.

X는 어디로 간 걸까

하물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유일한 존재이자, 주인공인 울버린 역시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필요 없는 존재로 전락합니다. <데오퓨>는 울버린만 추가됐을 뿐 결국 자비에-메그니토-미스틱의 삼각관계가 주가 되는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의 재탕입니다. 때문에 '영화 포스터가 상징하고 있는 X는 어디로 갔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는 과거를 바꿔도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데오퓨>는 아닙니다. 감히 바꿀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가변적이고 불안한 미래를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의 단절이 보이는 대목입니다.

<데오퓨>는 분명 잘 만든 작품입니다. 하지만, <데오퓨>는 <엑스맨> 3부작이라는 모자를 쓰고 정체를 숨긴 '엑스맨 : 퍼스트클래스2'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데오퓨>에는 리부트로 전작을 깨끗이 지워버리지 않고 나름 전작을 끌어안으려는 노고가 보입니다. 하지만 크로스오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화가 <엑스맨> 3부작을 안으려고는 했는지 확답이 서지 않습니다.

새로운 <엑스맨> 시리즈(<엑스맨 : 아포칼립스>, 2016년 개봉예정)를 위해 기존의 설정출동을 엎어버리고, 새로운 관객을 포섭하려 했던 시도는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흐름을 봤을 때 제대로 바통 터치가 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엑스맨 휴잭맨 브라이언 싱어 데오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