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4 역의 배우 안지혜가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4 역의 배우 안지혜가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김기덕 감독의 신작 <일대일>을 통해 안지혜는 "이제 숨을 쉴 수 있게 됐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녀가 약 2년 만에 영화를 만나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활보했다.

안지혜가 맡은 역할은 그림자4. 일상에서 연애 폭행을 당하며 억압받는 사회 구성원을 상징한다. 그림자 리더(마동석 분)를 중심으로 힘없는 여고생 오민주를 죽게 한 이 사회의 권력층을 하나 둘 납치해 고문을 가하고 죄를 실토하게 하는 이른바 '혁명단'의 홍일점으로 참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톱스타 여배우도 요즘 배역이 없는 차에 김기덕 감독님과 연이 돼서 참여할 수 있었다"던 안지혜는 "재밌게 즐기면서 참여했는데 10일 만에 모든 촬영이 끝나버렸다"며 아쉬움 아닌 아쉬움부터 전했다.

"<일대일>은 흔들리는 사회와 존재에 화두 던지는 작품"

 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4 역의 배우 안지혜가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일대일' 안지혜 "감독님이 2014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느낌은 공유했죠. 수많은 자기계발서, '힐링'을 소재로 한 책과 TV 프로가 성행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흔들리고 문제가 있다는 거죠. 감독님은 자기 방식으로 화두를 던지신 거 같아요." ⓒ 이정민


영화에 참여하기 위해 김기덕 감독이 전하려는 이야기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했다. 영화에 권력의 말단에 있는 인물부터 상부층까지를 납치하는 혁명단 일원이 총 7명 등장한다. 이 중 그림자4는 이야기 말미로 갈수록 자신이 용의자에게 가하는 폭력에 괴로워하며 끝내 팀에서 탈퇴해버린다.

"일상에 길들여진다는 게 무서운 거예요. 마동석 선배 대사 중 '국가에만 독재가 있는 게 아닌 남녀 사이에도 독재가 있다'는 말처럼 그림자4는 남자친구의 폭력에 저항하면서도 그가 주는 돈에 순응해요. 어쩌면 함께 납치극을 벌이는 그림자 팀원들이 모두 일상의 루저들이잖아요. 그림자4는 권력층의 용의자들을 납치하며 점점 거칠어지는 그림자 리더에게 '이런다고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 대사를 하면서 '감독님이 세상에 대해 철저하게 고민하면서 작품을 만드셨구나' 느꼈어요."

안지혜가 이해한 <일대일>은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질문처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며 나는 누구인지'를 묻는 작품이었다. 김기덕 감독이 지난 언론시사회 때 이 물음을 언급하며 동시에 "고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라 말한 걸 떠올리면, 여고생 오민주는 죽임을 당한 민주주의로 해석할 여지가 다분하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것까지 배우들은 몰랐어요. 다만 감독님이 2014년을 맞이한 대한민국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는 느낌은 공유했죠. 수많은 자기계발서, '힐링'을 소재로 한 책과 TV 프로가 성행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가 흔들리고 문제가 있다는 거죠. 감독님은 자기 방식으로 화두를 던지신 거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을 언급하기 전에 본질이 중요한 거 같아요. 어떤 발버둥을 쳐도 사건과 사고, 나아가 전쟁은 없어지지 않겠지만 옳은 걸 찾고 행복을 추구하려는 마음은 변하지 않잖아요."

"연기 갈증 심했던 공백기에도 스스로 채워갔다"

 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4 역의 배우 안지혜가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일대일' 안지혜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지며 아파했지만 잘 보낸 거 같아요. 운동하고 싶을 땐 운동하고, 영어도 배웠죠. 멍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안돼요. 배우든 감독이든 자기 생각과 철학이 없으면 쉽게 흔들리거든요." ⓒ 이정민


안지혜는 "현장이 곧 배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영화를 통해 인터뷰를 하는 것도 아름다운 일"이라며 일하는 순간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79년생인 그녀가 연극 무대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며 영화로 보폭을 넓혔지만 상대적으로 기회는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지혜는 "배우는 곧 일용직인 만큼 공백기를 얼마나 잘 보내는지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가지며 아파했지만 잘 보낸 거 같아요. 운동하고 싶을 땐 운동하고, 영어도 배웠죠. 멍하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안돼요. 배우든 감독이든 자기 생각과 철학이 없으면 쉽게 흔들리거든요.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안 보이는 부분도 보이기 시작해 봉사 활동도 했고요."

20대에 안지혜를 채운 건 '여행'과 '연애'였단다. 남미를 제외한 모든 대륙을 찍으면서 세상을 받아들인 안지혜는 "이젠 영화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영화<일대일>에서 그림자4 역의 배우 안지혜가 16일 오후 서울 가회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일대일' 안지혜 "후진 걸 안하기 위해 절 채워왔어요. 40대를 지나고 50대, 60대에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요. 힘든 순간이 있지만 기회는 온다고 믿어요. 시간이 좀 걸릴 뿐이죠. 윤여정 선배처럼 꾸준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 이정민


"20대부터 꾸준히 연극을 하다가 어느 순간 영화의 매력에 빠져서 독립영화든, 저예산영화든 했거든요. 대중이 몰라서 그렇지, 제 영역에서 열심히 해왔어요. 그런데 상업영화에서 이렇게 오래 걸릴지 몰랐네요.(웃음) 될 사람은 된다고 봐요. 그 시간을 단축하는 게 제 일이죠. 치열하게 달려오다가 터널을 막 나오는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일대일>이 제겐 또 다른 시작이 될 거라고 봐요."

이효리와 대학 동문인 안지혜는 한때 이효리가 진행하는 케이블 프로에서 친구로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포털 사이트에서 안지혜라는 이름을 치면 연관 검색어로 '이효리 친구'가 나올 정도다. 이에 대해 안지혜는 "방송을 통해 보이는 게 그것이었으니 그것 또한 내 일부분"이라며 "하지만 오래 칼을 갈았고 그만큼 보여줄 게 많다"고 강조했다.

"후진 걸 안하기 위해 절 채워왔어요. 40대를 지나고 50대, 60대에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서요. 힘든 순간이 있지만 기회는 온다고 믿어요. 시간이 좀 걸릴 뿐이죠. 윤여정 선배처럼 꾸준한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내 인생의 대표작을 만나는 행운이 찾아올 수 있게 제 길을 잘 헤쳐 가려고요.(웃음)"

안지혜 일대일 김기덕 마동석 김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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