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끝까지 간다>에서 형사 고건수 역의 배우 이선균이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끝까지 간다>에서 형사 고건수 역의 배우 이선균이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끝까지 간다>는 한순간의 실수로 절체절명 위기에 처한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끝까지 간다>는 기존의 잔인하고 묵직하기만 한 액션범죄물과는 궤를 달리하며 살벌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에서도 관객들의 폭소를 터트리게 하는 위트를 곳곳에 배치해 호평을 받고 있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명장면도 곳곳에 포진해 있는 이 영화는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이제 얼굴에 주름이 살짝 비치면서 표정이 풍부해진 배우 이선균은 이번 이 영화에서 깊이감과 함께 짓궂은 짓을 해도 미워할 수 없는 정감 어린 인간미까지 표현하며 한층 더 입체적인 연기를 펼쳤다. 

조진웅과의 찰떡 호흡..."수많은 의논 끝에 시너지 얻어"

 영화 '끝까지 간다' 한 장면

영화 '끝까지 간다' 한 장면 ⓒ 쇼박스


- 언론시사 이후 반응이 폭발적이에요. 
"'뭐지? 이 정도로 이렇게 재미있나?' 싶어요. 얼떨떨해요. 기자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셔서 일단 너무 감사한데, 아직 개봉 전이니까 제작사 장원석 대표랑 김성훈 감독님이랑 '차분하자'면서 분위기를 잡고 있습니다."

- 영화 <표적>을 비롯해 최근 한국영화는 남자들의 액션, 범죄스릴러 장르가 많았어요.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오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끝까지 간다>는 장면마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위트를 더해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냈어요.
"시나리오부터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우리 영화의 장점인 것 같은데, 내용도 그렇지만 여러 가지 장치와 잔가지들이 참신했던 것 같아요. 또, 한 방향으로 가되 개연성 있는 긴장과 이완으로 템포감 있게 가자고 했습니다. 보통의 액션 영화처럼 무게 좀 잡고 멋 부리고 그런 것 없이 가자고 했어요. 최대한 사실적인 것을 추구하고, 설득력을 갖추면서요."

- 극 중 인물에 몰입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나요? 
"아무래도 조진웅(박창민 역)과의 호흡이 주요했어요. 진웅이는 '어떻게 하면 나를 괴롭힐까', 나는 '어떻게 받을까' 둘이 의논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제가 진웅이한테 따귀를 맞는 장면에서도 '주먹으로 맞을까, 전화기로 찍힐까' 등등 6개 버전을 찍었어요. 계속 모니터를 보면서 어느 장면이 더 느닷없고 황당하면서도 임팩트가 있을지 상의하면서 찍었습니다."

 영화<끝까지 간다>에서 형사 고건수 역의 배우 이선균이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웅이랑 붙는 신에서도 늘 전날 허심탄회하게 술한잔 하면서 그날 찍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다음날 찍을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정)만식이랑도 그게 좋았고요. 지방에서 촬영하면서 그렇게 계속 연기 이야기하고 다음날 찍고 그날 찍은 게 잘 나오면 또 기분 좋고 그랬습니다." ⓒ 이정민


<끝까지 간다>에서 고건수는 급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한 남자를 차로 치어 죽게 만들고, 이를 아무도 목격하지 않은 줄 알고 숨긴다. 하지만 같은 경찰이면서 더욱 지독하고 악랄한 비리 경찰 박창민(조진웅 분)이 이 사고를 목격, 고건수의 목을 죄여 온다. 박창민이 이렇듯 고건수를 옭아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시체 안에 엄청난 비밀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다.

- 죽은 줄 알았던 박창민이 고건수의 아파트로 침입해서 거의 온몸이 구겨질 듯 살벌한 액션을 벌이던데. 
"조진웅과 노래방 복도에서 리허설 하면서 아파트 격투신의 호흡을 맞췄어요. 그렇게 미리 의논을 많이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더 났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지켜보면서 재미있어 하시고. 콘티대로 갔던 장면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더 좋은 게 없나 계속 찾았습니다."

- 저수지에서 조진웅과 대치했을 때, 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장면은 정말 아찔했어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저수지 장면을 좋아해요. 그 장면을 찍는데 3회차의 시간이 주어졌어요. 근데 드라마적인 부분은 하루에 다 찍어야 했고, 2회차에서는 폭파 CG를 찍어야 했죠. 실제로도 마음이 급했어요. 여유 있게 찍으려고 했는데 그럴 상황이 아니었죠. 

제 이마에 총을 겨누는 장면도 사실 없었는데, 현장에서 총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감독님, 그래도 건수가 깡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죠'라고 해서 조진웅이 겨누고 있던 총을 제 이마에 들이댔죠. 그게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으로 채택이 됐습니다.

그렇게 현장에서 실타래 풀듯 풀어 갔는데, 가장 힘들었던 건, 조진웅이 저수지 근처에 '잘 하는 매운탕 집이 있으니 먹으러 가자'고 하는데 '안 먹어!!!!!'라고 답하는 장면이었어요. 그 대사를 하는데 7번 정도 테이크를 갔던 것 같아요. 폭탄이 곧 터질 것 같은 그 긴장감 속에서 그 대사를 하는 게 간단할 줄 알았는데 어렵더라고요.

'안 먹어!' 딱 이 세 글자, 폭탄 터질 시간은 다 되어 가고 대사를 했는데 감독님은 오케이를 하셨어요. 근데 건수의 긴장감이 다 표현이 안 된 것 같아서 한 번 더 가자고 했습니다. 진웅이도 '매운탕 먹으러 가자' '해장국 먹으러 가자' 계속 바꾸어 가면서 하는데 전 2% 부족한 것 같더라고요. 앵글은 정해져 있으니 동선은 자유롭지 않았고. 결국 한 번 더 해서 끝을 냈습니다. 저수지 장면은 너무 좋았지만 '안 먹어!'는 힘들었어요.(웃음)"

"내가 끝까지 끌고 나가는 영화, 그 부담이 동기부여"

 영화<끝까지 간다>에서 형사 고건수 역의 배우 이선균이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끝까지 간다' 이선균 "<화차>가 460만 관객이 들었는데 그 영화보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끝까지 간다>는 500만이 넘었으면 좋겠어요" ⓒ 이정민


- 건수가 시체를 어머니의 관에 같이 넣고 묻어서 사건을 은폐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장면을 찍을 땐 어땠나요?
"하면서 '이거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 시신보관실 장면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긴장감이 동반되는 유머가 있었거든요. 절박함 안에서의 유머.

일인극을 해야 하는데 너무 과장되게 웃기려고 하면 리얼리티가 떨어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스태프에게 관의 못을 쉽게 빠지고 쉽게 넣을 수 없게 해달라고 했어요. 나무못이지만 영화 속에서 쉽게 빠지지도 넣어지지도 않는 그 장면은 모두 '리얼'이었어요. 힘든 표정과 고통은 진짜였죠. 그렇게 해야지 우스꽝스럽더라도 진짜 절박함이 전달될 것 같았어요.

'진짜'로 하다 보니 예상치 못 한 장면이 나왔는데, 정말 못을 힘들게 빼니까 나무못이 빠질 때 멀리 튀어 나가고 구두끈이 끊어지더라고요. 그 두 장면은 콘티에 없었는데 촬영하면서 얻어졌어요. 다만 일그러진 표정이 오버인가 싶어서 차분한 표정으로 해보기도 했는데, 실제 못을 그렇게 빼고 넣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니더라고요.

건수의 캐릭터를 잡을 때, '2% 부족한 맥가이버였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도구를 이용해서 뭔가를 하는데 우스꽝스럽고 더 꼬여가고 더 절박하게 되는... 빠른 대처를 한다고 아이디어를 내지만 더 꼬여가는 거죠."

 영화<끝까지 간다>에서 형사 고건수 역의 배우 이선균이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끝까지 간다' 이선균 "고건수가 처한 상황이 굉장히 극적이었던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야 해서 이전의 영화보다 더 큰 책임과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 부담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예민하게 작업을 했고, 그래서 고건수라는 인물과 좀 더 빨리 붙을 수 있었어요." ⓒ 이정민


- 엔딩에서 고건수가 박창민이 숨겨둔 돈다발을 찾게 되잖아요. 선글라스 뒤로 보이던 건수의 미소와 눈빛이 인상적이었는데, 건수가 그 현금 앞에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 할 찰나에 영화가 끝이 났어요.
"사실 엔딩도 여러 가지 버전으로 찍었어요. 돈을 보고 미친 듯이 날뛰며 좋아하는 버전도 있고, 씹고 있던 껌을 더 '쫙쫙' 씹으면서 미소를 짓는 것도 있고, 여동생이 전화해서 돈 달라고 하면 '돈 걱정 하지마' 하면서 좋아하는 장면으로 끝나기도 하고. 원래 대본에는 '돈 걱정하지마' 하면서 껌 씹고 좋아하는 거였는데, 감독님은 돈만 크게 딱 보이고 건수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게 끝냈어요. 그 돈에 대한 선택은 관객의 몫으로 남기자고 그렇게 마무리를 하려고 한 거죠. 지금 나온 버전도 괜찮은 것 같고요."

- 김성훈 감독님이 인터뷰를 하면서 "이선균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나" 생각했대요. 분명 <끝까지 간다>는 이선균의 전작과는 전혀 다른 깊이와 통쾌함을 전하더라고요.
"고건수가 처한 상황이 굉장히 극적이었던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나가야 해서 이전의 영화보다 더 큰 책임과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 부담이 동기부여가 된 것 같아요. 예민하게 작업을 했고, 그래서 고건수라는 인물과 좀 더 빨리 붙을 수 있었어요.

한 번 더 고민하고, 한 번 더 대본을 보고, 한 번 더 감독님과 의논했어요. 초반에는 혼자 끌고 가는 부분이 있어서 감정분배, 톤 조절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진웅이랑은 늘 허심탄회하게 술 한잔 하면서 그날 찍은 장면과 다음날 찍을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죠. (정)만식이랑도 그게 좋았고요. 지방에서 촬영하면서 그렇게 계속 연기 이야기하고, 다음날 찍고, 그날 찍은 게 잘 나오면 또 기분 좋고 그랬습니다."

이선균 끝까지 간다 조진웅 김성훈 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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