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21세기폭스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국내에서 개봉한 지 2달 남짓 되었다. 살벌한 영화시장에서 아직도 상영관이 남아 있을 정도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제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심사위원대상)에 빛나는 이 영화는 대중들에게 감독 웨스 앤더슨을 알린 대표적 작품으로 남게 되었다. 예술영화로 분류되기도 한 영화가 청소년관람불가인데도 한때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 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이다. 이 밖에도 이래적인 기록들을 세우며 역사적인 영화로 남을 자격을 갖췄다.

잔혹한 세계대전 속 비인간적인 역사, 블랙코미디로 승화

가장 먼저, 앞으로 이런 영화가 또 나올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주연배우들만큼이나 화려해 보이는 조연 배우들의 활약이 영화를 보는 동안 놀라움과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파이트클럽>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노튼을 비롯, 코미디와 통렬한 드라마 연기를 넘나드는 빌 머레이, 영화 <아마데우스>로 제42회 골든 글러브, 제 57회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F.머레이 아브라함은 물론, 영화 도입부를 섹시하게 장악하는 주드 로까지, 이 밖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은 배우들의 출연한다. 그 중에서도 대사하나 없이 카메오로 스크린에 얼굴만 내밀고 사라져 영화를 2번 본 사람도 못 찾았다는 조지 클루니를 찾아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21세기폭스


다음으로 주목되는 것은 영상미다. 동화 같은 환상적인 색채와 평면적 화면 구성, 액자구성으로 과거를 회상할 때 마다 변하는 화면 비율로 딱 떨어지는 완벽한 한 폭의 그림 같은 영상미와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이 자아내는 웃음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런 형식을 걷어낸 영화의 주된 내용과 캐릭터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적나라하고 비인간적인 허무함을 드러낸다. 심지어 현재를 살고 있는 한 소녀가 작가를 애도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작가가 '소설은 작가의 창조적 능력이 아니라 주변사람들의 실제 얘기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하고, 그 작가의 젊은 시절을 회상, 또 그 작가 젊은 시절에 만난 제로 무스타파가 다시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방식의 액자 구성으로 연결하며, 현재와 그때를 시간을 초월한다.

등장인물들은 무언가 결핍돼 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시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앞 구두닦이 소년은 절름발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부호 마담 D.의 집사 서지X의 여동생마저 한쪽 다리가 없다. 무스타파의 어린 시절인 제로는 이민자로 속이고 호텔에 위장 취업한 전쟁 난민이었으며, 호텔 지배인인 무슈 구스타브 또한 과거를 알 수 없지만 가족이 없어 제로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할 것을 먼저 제안할 정도로 외로운 사람이다.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영화<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21세기폭스


마담 D.는 사망하며 가문 대대로 내려오던 명화를 구스타브 앞으로 남긴다. 대리인인 변호사 코박스는 그녀의 유력한 상속자인 아들 드미트리의 협박에도 변호사의 정의를 지키며 끝까지 직분에 충실하다 드미트리의 충신 조플링에게 손가락을 잘리며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다. 지배인 서지X도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구스타브를 돕고, 다른 호텔들의 지배인들 또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를 돕는다. 구스타브 또한 끝까지 그의 신념을 굽히지 않지만 결말은 허무하다.

전쟁 중에 열차에서 과거에 알고 지낸 구스타브를 만난 군인 헨켈스는 그를 쫓게 된다. 그는 구스타브가 누명을 쓰고 쫓기는 과정에서도 악역이 아닌 직분에 충실한 군인일 뿐으로, 그를 체포한다. 구스타브가 탈옥을 감행할 때 감옥의 죄수들도 의리를 지키며 탈옥에 성공하며, 이 과정에서 살인도 용서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조플링은 로봇처럼 드미트리에게 충성하며 끝까지 자기 직분에 충실하다.

이렇게 영화는 비극으로 향하지만, 그 흔한 배신자도 한 명 없다. 전쟁의 비극을 블랙코미디로 승화시킨 장면은 단연 호텔 안에서의 총격신으로,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이라고 하겠다.

시를 사랑하고, 원리 원칙을 준수하며, 완벽주의자이고, 외모까지 준수한 주인공 무슈 구스타브와 그를 따르는 의리의 제로의 순수하고 충성스러운 모습까지도 블랙코미디로 승화되어, 영화는 끝까지 관객들에게 반전에 반전을 선사하며 뒤통수를 맞은 듯 긴 여운으로 남게 된다.

마지막 엔딩크레딧의 작은 애니메이션은 그런 관객들에게 심심한 위로가 된다. 뛰어난 영상미로 모니터와 브라운관으로 보기에 너무 아까운 영화이다. 이제 곧 극장에서 내려갈 예정이다. 더 늦기 전에 꼭 극장에서 보길 권한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웨스 앤더슨 랄프 파인즈 에드리언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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