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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첫 청와대 참모진 인사를 단행했다. '국가개조' 수준의 국정운영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이번 인사는 앞으로 있을 개각과 청와대 개편 방향의 예고편으로 주목을 받았다. 박 대통령의 선택을 통해 앞으로 있을 변화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기대했던 변화의 조짐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육군사관학교와 법조인 출신으로 참모진을 구성해 '육법당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내각과 청와대를 육군사관학교 출신과 서울대 법대 출신의 법조인들이 장악했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지난 1년여 동안 상명하복에만 익숙한 '육법당'의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지만 박 대통령의 법조인 편애는 더 심해졌다. 

더 심해진 법조인 편애... 영남 지역 편중도 심각

우병우 전 대검찰청 수사기확관.
 우병우 전 대검찰청 수사기확관.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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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2차장에 공안검사 출신의 김수민 변호사를 기용한데 이어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우병우 전 대검 수사기획관, 공직기강비서관에 권오창 전 고법판사를 내정했다. 특히 굳이 법조인이 맡을 필요가 없는 민원비서관 자리에도 김학준 전 부장판사를 발탁했다.

그런가 하면 국민대통합 차원의 지역적 배려도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경북 영주,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은 경북 안동, 김종필 법무비서관은 대구 출신이다. 김학준 민원비서관만 서울 출신이다. 경남 마산 출신인 홍경식 민정수석까지 고려하면 청와대 민정라인 5명 중 4명이 영남 출신이 되면서 지역 편중은 더 심해졌다.  

게다가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던 우병우 민정비서관 내정 소식은 야권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5주기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단행된 인사에 야당은 반발했다. 내정 철회를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몰아붙였다. 불통인사는 다시 반복됐다. 이번 인사가 어떤 비판에도 변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청와대 핵심 장악한 대형 법무법인 출신들

김앤장 출신의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
 김앤장 출신의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공직에서 퇴직해 대형 법무법인으로 갔던 인사들을 다시 공직에 중용하는 '회전문 인사'다. 이는 세월호 사고의 주범으로 지목된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의심케 만든다.

권오창 공직기강비서관과 김학준 민원비서관은 모두 '법조계의 삼성'으로 불리우는 김앤장 출신이다. 홍경식 민정수석도 대형 법무법인 광장 대표변호사였고, 김종필 법무비서관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다 다시 권력의 핵심부로 왔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을 떠난 뒤 김앤장을 거쳤다. 이밖에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은 김앤장 고문이었고, 최원영 고용복지수석도 공직 퇴직 후 태평양 고문을 거쳤다. 국내 3대 로펌인 김앤장·태평양·광장 출신 법조인들이 청와대의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대형 법무법인들이 퇴직 판검사나 관료들을 억대의 월급을 줘가며 영입하는 것은 '전관'이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정·관계 인맥의 힘이 크다. 또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큰 돈을 번 뒤 다시 공직으로 돌아갈 경우 이들은 '고위직 인맥'으로 법무법인의 자산이 된다. 공직 복귀에 성공한 이들은 다시 정관계 영향력과 인맥을 강화해 더 센 전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전관예우금지법이 만들어질 정도로 고질적이었던 법조계의 비정상인 전관예우, 또 다시 공직으로 복귀하는 회전문 인사의 중심에 대형 법무법인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진정성 의심 받는 청와대의 '관피아와의 전쟁'

현재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이후 퇴직 공무원들이 관련 협회와 규제기관에 똬리를 틀고 업계와 유착하는 관피아 청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업계와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유착관계도 뿌리 뽑겠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 인사에는 개혁 대상으로 꼽은 회전문 인사로 '법피아'를 양산하고 있다. 특히 현재 관피아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떠난 뒤 법무법인으로 옮겨 월 1억여 원의 급여를 받다가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 대표적 인사다. '법피아'가 관피아를 수사하고 있는 꼴이다.

청와대가 선포한 '관피아와의 전쟁' 진정성이 의심 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이번 인사를 본 관피아들은 청와대의 서슬에 떨고 있는 게 아니라 뒤로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태그:#박근혜, #유병언, #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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