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1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1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2006년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으로 첫 장편작을 냈던 김성훈(43) 감독이 8년 만에 신작 <끝까지 간다>를 들고 나왔다. 이선균·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는 한순간 실수로 절체절명 위기에 처한 형사가 자신이 저지른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다.

데뷔 작품이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난 이후, 두 번째 작품의 투자와 진행이 순탄하지 않은 길이 있었음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두 번째 장편을 찍기까지 8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렇게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준비한 이 영화가 깜짝 놀랄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끝까지 간다>는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부문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는다. 뿐만 아니라 시사회 이후 "올해 최고의 액션영화" "칸에서 괜히 부르는 게 아니다, 영화적 재미와 구성을 갖추고 있다" 등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의 설움을 단박에 뒤집는 영화를 들고 돌아온 김성훈 감독을 만났다.

"7년 반 작품 준비...하지만 '즐거운 백수'였다"

 영화 '끝까지 간다' 한 장면

영화 <끝까지 간다>의 한 장면. 5월 29일 개봉. ⓒ 쇼박스


- 이렇게 두 번째 장편작을 내놓는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정확히 7년 반이에요. 물론 내내 고시 공부하듯이 준비한 것은 아니었지만, 6년 동안은 오롯이 이 작품만 준비했어요. 첫 작품에서 관객들이 그다지 많이 든 것도 아니어서 두 번째 작품을 진행하는데 오래 걸리고 탄력을 못 받았어요."

- <끝까지 간다>의 투자가 잘 안 된 건가요?
"아무래도 투자자들의 신뢰를 쌓아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요. 저 또한 이 작품을 더 완성도 높게 다듬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근데 그 오래된 시간이 전화위복이 됐던 것 같아요. 이 영화는 하나의 커다란 감정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 매 상황이 개연성이 있어야 하고 상황이 조금만 삐거덕 거리면 금방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탄탄하게 만들어야 했거든요. 결과적으로 지난 그 시간들이 자양분이 됐어요."

- 사실상 두 번째 작품 전까지는 준비 기간이라서, 정확히는 수입이 없는 백수라고도 할 수 있는데... 그 시간이 힘들지는 않으셨어요?
"하루 24시간 중 매 시간 행복할 수는 없고요. 행복했다, 불행했다 하죠. 정말 백수인 시기가 맞는데, 즐거운 백수였습니다. 외부적 갈등보다는 내부적 갈등이 좀 있었어요. '이 이야기가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하는 내 안의 즐거운 고민이었어요. 이 시나리오를 두고 타자들을 설득하는 과정, 그런 과정들이 재미있었어요. '이 영화 엎을까?' 그런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1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 "그동안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접근했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가장 먼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한테 보여주겠다'는 게 컸어요." ⓒ 이정민


- 요즘 충무로는 엄청나게 범죄액션물에 편중돼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 영화 <표적>도 개봉했고요. 새로운 것을 뽑아내기가 더 힘들 수도 있을 텐데, 어떻게 한발 더 나아가려고 했나요?
"새로워야한다는 강박은 없었어요. 이번 작품을 하는데 최대의 화두는 '내가 재미있는가'였어요. 내가 정말 재미있는 게 관객들에게도 재미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새롭지 않더라도 어마어마한 진정성이 있다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잖아요. 그러하니 애써 새로운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 보다는, 내가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가자고 했습니다."

- 어떤 진정성인가요?
"그동안은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접근했어요. 이번 작품을 준비할 때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가장 먼저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한테 보여주겠다'는 게 컸어요. 나에 대한 진정성입니다. '내가 정말 이 장면을 좋아할까?'라고 물으며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그럴싸하게 볼 거야' 그런 걸 의식하지 않고, '내가 재미있는 것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자' 했습니다. 그게 스스로를 더 한발 나아갈 수 있게 한 것 같아요."

"이선균, 이렇게 연기를 잘 하는 배우였나?"

- 극 중에서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가 시체를 끌어당길 때 사용하는 장난감 군인인형이랑 살인사건 현장에서 계속 쳐다보고 있는 강아지 등의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계속 긴장감을 주더라고요. 범죄액션물의 틀에서 긴장감을 높이는 창의적인 장면들이 보였어요.
"전형적인 장르라서, 장르적인 쾌감과 더불어서 배반이 주는 희열을 갖고 싶었어요. 삐딱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인인형 같은 경우, 십여 년 전 지하철 교대역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제 발밑으로 북치는 강아지 인형이 지나가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의 발밑에서 북치는 인형이 애처로워 보이면서도 징그러워보였어요. 그 기억이 있어서 통로에서 시신을 운반해주는 도구로, 총도 쏘는 군인인형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고건수가 정말 은밀하게 일을 처리하고 싶은데 느닷없이 총까지 쏘는 인형이라니, 그런 것들이 충돌돼 긴박감과 더불어 유머를 주고 싶었어요.

사고 현장에 있던 강아지는, 요즘 버려진 강아지와 길고양이들이 많잖아요. 그들이 바삐 지나가는 저희들을 보고 있는 경우가 있어요. 물론 동물들이니 어디 가서 이야기를 안 하겠지만, 주변에 버려진 동물들이 저희를 보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이 영화 속 사건 현장에서도 눈에 띄는 동물들이 보고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유기적인 뭔가가 발생할 것 같았어요."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1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 "사실 영화 속에서 '사람을 어떻게 죽여야 할까' 고민하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나이 들면서 눈물도 많아지고,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데 말이죠. 아무튼,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최형사를 죽게 했어요." ⓒ 이정민


- 건수의 동료로 출연한 최형사(정만식 분)가 죽는 방법도 놀라웠어요. 고건수를 압박하는 박창민(조진웅 분)에게는 총도 있었는데, 예측 가능한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의 살인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영화 속에서 '사람을 어떻게 죽여야 할까' 고민하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나이 들면서 눈물도 많아지고, 개미 한 마리 못 죽이는데 말이죠. 아무튼, 영화적 재미를 위해서 최형사를 죽게 했어요. 차를 박거나, 총을 쏘는 등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의외성을 주고 싶었어요. 공간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장소 헌팅 사진을 보면서 그 공사 현장의 느낌이 좋았고 위에서 뭔가 떨어지면 좋을 거 같았어요. 다 찍고 술 마시러 갔는데, 정만식씨가 '잔인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다만, 이 장면에서 피칠갑하고 그런 것은 피하고 싶었어요."

- 이번 영화에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조진웅에게 쫓기는 이선균의 열연이었던 것 같아요. 긴장감이 '쫄깃쫄깃' 하더라고요. 2시간 내내 영화를 이끌어 가는 이선균의 진정성과 힘, 완급조절이 돋보였어요.
"건수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어떤 일을 능동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주위 상황으로 인해 긴장하고 살아가는 인물인데, 이선균씨가 연기를 너무 잘 해주셨어요. '선균씨가 저렇게 연기를 잘 했던 배우였던가' 싶을 정도로요. 긴장이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고, 영화 속 건수의 상황을 잘 전달했어요. 관객에게 계속 긴장감을 주어야 하는데, 그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선균씨와 많이 고민했거든요. 그 많은 대화들과 고민들이 결실을 맺은 것 같아요."

"인생은 마라톤 아닌 산책, 꼭 목적지에 도착해야 성공은 아냐"

 영화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 감독이 13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마라톤 얼마나 힘들어요. 그냥 '인생은 산책'이라고 보면 좋을 듯해요. 꼭 도착을 해야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과정을 즐기다 보면, 보너스가 오지 않을까요. 놀이터가 일터가 되는 게 영화인들, 그게 좋죠." ⓒ 이정민


- <끝까지 간다>로 칸영화제에 가요. 축하드립니다.
"이선균씨랑 조진웅씨는 영화 개봉에 맞춰 홍보를 해야 해서 저하고 제작사 대표님, 쇼박스 대표님, 해외팀 직원분이 갑니다. 이번 주 금요일에 가서 다음 주에 돌아와요. 사실 해외에 별로 나가본 적이 없어요.(웃음) 기분은, 어렸을 때 처음 '자연농원'에 가기 전날 밤인 것 같아요. 지금은 에버랜드로 바뀌고 어른이 돼서 가보면 별 아무것도 없지만, 어렸을 때는 동화와 같은 그런 느낌이잖아요. 제가 아직 영화적 나이로는 두 번째 작품이니 어리잖아요.(미소) 왠지 칸에 가면 관람차도 있을 것 같고, 성도 있을 것 같고. 컬러풀한 자연농원이 펼쳐질 것 같아요. 그곳에 구경하러 가는 기분입니다."

- 배두나 주연의 영화 <도희야>도 함께 칸에 진출하고, 비슷한 시기에 개봉을 해요. <도희야>도 장르는 다르지만 완성도가 높고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더라고요. 국내 스코어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할 텐데요.
"<도희야>도 잘 되고, <끝까지 간다>도 다 잘되어야죠. 그래야 영화 투자하는 분들도 가치를 느끼고 더 투자를 많이 하고, 영화들이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지겠죠. <도희야>는 아직 못 봤지만 배두나씨는 그동안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잘 할까' 생각했던 배우였고, 독특한 매력의 송새벽씨의 연기도 궁금하고요. 이번에 열연을 펼치셨을 배우들의 연기, 저도 관객의 하나로 보고 싶고, 즐기고 싶어요."

- 앞으로 감독님 차기작은 좀 빨리 볼 수 있을까요?
"이제 두 번째 작품을 했는데 처음에는 코미디를 했고 두 번째 범죄액션으로 다른 장르를 했는데, 저도 다음에는 뭘 하고 싶을지 기다리고 있어요. 뭘 하고 싶다기보다 내가 가장 재밌을 작품이 다가올 때, 그때 시작될 것 같아요."

- 감독님의 7년 반 동안의 백수 시절처럼, 영화감독으로 장편 만들기를 꿈꾸며, 혹은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을 다른 후배 감독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저는 고생이 즐거웠어요. 지나와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고생을 옆에서 같이 걸어줄 가장 친한 친구, 아내가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고생하는 건 즐거워요. 사실 군대에서 행군할 때 즐겁지는 않잖아요. 뭐하는지도 모르고, 목적지도 모르고, 끝도 모르고 그냥 걸으니까요.

이 영화라는 것도 물론 끝도 없고 목적도 없지만, 자기가 원하는 길을 걸어가니까 즐겁게 걸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과정 자체도 즐겁죠. '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마라톤 얼마나 힘들어요. 그냥 '인생은 산책'이라고 보면 좋을 듯해요. 꼭 도착을 해야 성공하는 건 아니잖아요. 과정을 즐기다 보면, 보너스가 오지 않을까요. 놀이터가 일터가 되는 게 영화인들, 그게 좋죠."

끝까지 간다 김성훈 감독 이선균 조진웅 정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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