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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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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기자들에 대해 3주에서 9주 동안 춘추관 출입을 정지시키는 징계결정을 내렸다고 한다(관련기사 : 청와대기자단 '계란 라면' 최초 보도한 오마이뉴스 중징계). 이유는 지난달 21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라는 발언을 하면서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 요청을 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보도하였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불편할 수 있는 '사실'을 기사화 했다는 이유가 청와대를 취재할 권리마저 박탈당할만한 일인가?

비보도를 요청한 청와대는 물론 이를 받아들인 출입기자단의 결정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은 <오마이뉴스>의 보도 이후에 SNS를 통해 '알려질 만큼 알려진' 이 '사실'을 다른 매체들이 여전히 보도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는 점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이러한 모습은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을 찾아내어 보도하는 기자로서의 책임과 윤리는 포기해도 청와대와의 '의리'는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출입정지 결정이 말해주는 문제의 심각성

물론 정부관련 취재과정에서 비보도 혹은 엠바고(일정 시점까지의 보도 제한)가 필요한 중요 사안들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최고 권력기관의 보도관제에 저항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장기간 출입을 정지하는 것은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보도 약속을 지키고, 지키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언론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말해주는 문제의 심각성이다. 이번 출입정지 결정을 통하여 그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단이 담합하여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알권리를 박탈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자단은 취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권력을 대리 행사하는 보도통제조직이 아니다.

보통 엠바고나 비보도 요청은 취재대상과 취재기자 사이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국가의 안위와 공익을 위한 목적일 때 성립될 수 있다. 청와대가 보도하지 말라고 요청한다고 해서 기자단이 모두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으로 국민의 분노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자단은 청와대의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는 대변인의 발언을 감싸주는 것을 넘어 정부의 충견임을 자처하고 있다.

비보도 약속을 파기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내린 청와대 기자단의 결정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나머지 언론사와 언론인들은 국가 최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을 포기한 셈이다. 정권의 언론통제에 협조하며 국민의 알권리보다 권력의 안위를 걱정하는 일부 기자단 소속 언론인들의 자세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정권의 충견이 되느냐, 감시견이 되느냐...

지난 1월 6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 모습
 지난 1월 6일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첫 내외신 기자회견 모습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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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과 상관없는 사안에 비보도 요청을 남발하는 청와대보다 이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기자들이 더욱 문제인 것이다. 소위 '1호기자'로 불린다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권력의 정점에 있는 취재원과 담합하여 진실 보도를 누락하고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출입 기자단은 권력의 핵심에 보다 깊숙이 접근하여 자유롭게 취재하고 국민에게 이익이 되도록 보도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비위를 맞추고 협조하기 위함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역할에 대해 기자들 스스로 성찰과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권의 충견이 되느냐 감시견이 되느냐는 기자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덧붙이는 글 | 이병남 기자는 언론학 박사이자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입니다.



태그:#청와대출입기자단, #비보도,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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