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 3회초 무사 1,3루 이종욱이 3점 홈런을 쳐낸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7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대 NC 다이노스의 경기. 3회초 무사 1,3루 이종욱이 3점 홈런을 쳐낸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986년 프로야구의 제7구단으로 창단한 빙그레 이글스는 첫 해 최하위에 이어 이듬해에도 6위에 그쳤다. 1991년 1군에 진입한 8구단 쌍방울 레이더스 역시 가을잔치에 초대되기까지 6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쌍방울이 해체된 지 14년 만에 프로야구의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1군 무대에 등장했다. NC는 1군 진입 첫 해 9개 구단 중 7위를 차지하며 만만치 않은 막내의 패기를 보여줬다.

첫 해 자신들의 약점을 파악한 NC는 겨우내 착실하게 전력을 보강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NC가 올 시즌 기존 강자들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시즌 개막 한 달을 넘긴 지금, NC를 그저 '다크호스' 정도로 전망했던 예상들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5월 9일까지 33경기를 치른 NC는 1위에게 고작 1.5경기 뒤진 단독 3위를 질주하며 2014년의 신흥강호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개발사가 야구단 운영을? 우려 씻고 '태풍의 눈'으로

지난 2010년 12월 게임개발사인 NC소프트가 프로야구 9구단 창단의향서를 제출했다. NC는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2011년 2월 창단을 확정했지만 대기업들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프로야구단 운영을 일개 게임회사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혹은 의심)하는 시선이 대다수였다.

NC는 초대감독으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을 선임했다. 그리고 공개 선수 선발, 신인지명, 2차 드래프트 등을 통해 선수단의 구색을 맞춘 후 2012년 퓨처스리그에 참가했다.

대다수가 신인급 선수들로 구성돼 있었지만 NC의 전력은 2군의 그것이 아니었다. NC는 2012년 60승 35패 승률 .632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남부리그를 지배했다. 홈런, 타점(이상 나성범), 평균자책점(이재학) 등 주요 개인 타이틀 역시 NC선수들이 독식했다.

NC는 2012 시즌이 끝난 후 기존 구단들로부터 특별지명을 통해 8명의 선수들을 추가로 보강한다. 그 중에는 김종호, 김태군, 모창민처럼 NC의 주전이 된 선수도 있고 이태양 같은 유망주도 있으며 송신영(넥센 히어로즈)처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된 선수도 있다.

작년 시즌 처음으로 1군에 등장한 NC는 신인왕을 차지한 이재학과 외국인 에이스 찰리 쉬렉이 든든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도루왕 김종호와 캡틴 이호준, 차세대 슈퍼스타 나성범이 타선에서 힘을 내며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기록한다.

NC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FA시장을 통해 외야수 이종욱과 유격수 손시헌을 영입하며 취약포지션을 보강했고 건실한 외국인 선수 테드 웨버와 에릭 테임즈까지 보강하면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 왔다. 작년 시즌 7연패로 시즌을 출발했던 점을 떠올려 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그라운드가 절실한 선수들, 선수단 전체가 '근성가이'

프로야구는 역사를 거듭할수록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굳이 국제대회 성적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던 수준 높은 외국인 선수들마저 한국야구의 높은 경기력에 혀를 내두르곤 한다.

그런 수준 높은 리그에서 창단선언을 한 지 3년을 갓 넘긴 NC가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강자로 떠오를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가장 큰 비결은 선수들의 절실함이다. NC에는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이 절실한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많다.

올 시즌 NC의 뒷문을 지키고 있는 김진성은 이미 SK와 넥센에서 방출됐던 투수다. 어쩔 수 없이 선수 생활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NC가 마침 공개 선수 모집을 했고 이를 통해 새 둥지를 찾은 김진성은 오늘날 NC의 마무리 자리까지 꿰찼다. 당연히 마운드에 서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2008년 LG트윈스에서 방출된 홍성용의 경우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5년 동안 공을 던졌다. 그러던 중 모 케이블 채널의 <나는 투수다>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이 인연이 돼 NC로부터 테스트를 받았다. 지금은 당당히 NC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명문 삼성라이온즈에서 6년을 뛰면서 단 24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김종호는 서른을 앞두고 특별지명을 통해 NC로 이적했다. NC에서의 첫 시즌을 준비하는 동안 김종호의 아내 박수정씨는 아이를 가졌고 독기를 품은 김종호는 그 해 50개의 도루를 기록하며 갓 태어난 아들 성원군에게 자랑스런 아버지가 될 수 있었다.

대학야구 최고의 투수에서 NC의 간판타자가 된 나성범의 경우도 마찬가지. 나성범은 입단하자마자 김경문 감독과의 첫 미팅에서 타자 전향을 제의받았다. 그리고 작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NC의 붙박이 3번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타고난 재능도 있었겠지만 나성범의 발전속도를 보면 타자 전향 후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 짐작할 수 있다.

FA는 철저히 경험 많은 선수로, 신구조화도 잊지 않아

NC는 2차 드래프트, 특별 선수지명, 신인지명을 통해 주로 가능성 있는 유망주들을 영입하는데 주력했다. 반면에 FA시장에서는 철저하게 30대 이상의 경험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 선수단의 신구조화에 많은 신경을 썼다.

NC가 창단 후 처음으로 데려온 FA선수는 이호준이었다. 당시 이호준은 프로 16년 경력을 자랑하는 거포였지만 잘하는 시즌과 못하는 시즌의 편차가 심해 '로또준'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던 선수다.

하지만 NC에서는 이호준의 리더십과 타석에서의 존재감을 높게 평가했다. 결국 3년 20억 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이호준을 영입했고 입단 첫 해부터 주장까지 맡겼다. 이호준은 작년 시즌 20홈런 87타점을 기록하며 그동안의 공갈포 이미지를 날렸는데 87타점은 리그 6위이자 개인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NC는 2013 시즌이 끝난 후에도 두산 베어스 시절 김경문 감독과 인연이 깊었던 이종욱과 손시헌을 영입했다. 특히 이종욱은 김경문 감독의 이름 석자가 NC를 선택한 이유의 전부라고 말할 정도로 김경문 감독에 대한 신뢰가 깊다.

김경문 감독과 최일언 투수코치, 김광림 타격코치로 대표되는 이른바 '김경문사단'은 두산 시절부터 선수육성에 탁월한 능력을 과시하곤 했는데 이는 NC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나성범이나 김종호, 이재학 등은 물론이고 올 시즌 도루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박민우, NC이적 전에는 유망주의 껍질을 벗지 못했던 모창민과 김태군 등이 주력 선수로 성장한 배경에는 '김경문 사단'의 선수 육성능력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창단 시 신인 지명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덕분에 NC에는 여전히 투타에서 많은 유망주들이 있다. 앞으로도 '김경문식 화수분야구'가 계속 이어진다면 NC는 점점 더 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다.

시즌은 길다. 아무리 초반에 잘나간다고 해도 남은 95경기의 성적에 따라 NC가 추락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시즌 초반 NC가 보여준 기세는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이제 NC는 무서운 막내도, 기존강자들을 괴롭히는 정도에 만족하는 다크호스도 아니다. NC는 강호들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하고 있는 2014년 프로야구의 새로운 강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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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NC다이노스 김경문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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