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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꿈속에서라도 평안하기를...
▲ 힘들어하다 잠든 아내 제발 꿈속에서라도 평안하기를...
ⓒ 김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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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제발..."
"어떻게 해? 저 아이들을..."
"그만 봐! 그러다 또 병 재발해."

정말 티브이를 부숴 버리든지 아내를 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었습니다. 하루 종일 장례식장 중계가 레코드 판 넘어가듯 반복되고, 나온 장면이 또 나오고, 했던 이야기가 또 나오고 그랬습니다.

어느 정신과 전문의가 나와서 그랬습니다. 머리가 띵하고 자꾸 숨쉬기가 어려워지는 느낌이 오는 분들은 자칫하면 세월호 뉴스를 보는 것만으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고. 노약자나 심신이 불편한 사람들, 혹은 과거에 큰 상처를 입었던 분들은 더 조심하고 뉴스도 줄이고 멀리하라고 말입니다. 아내는 중증환자입니다. 재활치료 시간 외에는 종일토록 침대에 누워 있는...

건강하고 생업에 바쁜 사람들도 온통 가슴이 먹먹하고 알 수 없는 울분과 허무함에 힘들어 합니다. 하물며 다른 일로 희석되지도 못하고 듣고 또 듣고, 보고 또 보고, 새기듯 반복해서 보는 분들은 얼마나 상처가 깊겠습니까.

"아빠, 원전도 무서워. 갈 수 있으면 외국으로 가고 싶어."
"나도 그러네, 세월호 사고로 부모와 생이별한 딱 니 나이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데다 얼른 구조를 했으면 80~90%는 살렸을 거라는 말을 들으니 너무 속상한다."
"....."
"엄마가 아프지만 않았으면 돈이 없어도 어디 가난한 나라에라도 가서 민박에 국수집이라도 하면서 살고 싶다. 이 땅을 떠나서, 그런데 엄마가 중증환자인데 치료를 못하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으니 어쩌면 좋으니..."

올해 고2, 수학여행을 채 한 달도 안되게 앞두었다가 취소된 딸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화가 납니다. 큰 사고가 났다고 꼭 이런 마음이 들지는 않습니다. 사고란 그야말로 예상 못하게 생기고, 늘 슬픈 법이지요. 그러나 뒷수습이 잘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애쓰고 서로 돕고 위로를 나누면 또 아뭅니다. 비 온 뒤에 땅은 더 굳어지고, 시련을 이겨내면 다음에 오는 어려움은 더 잘 이겨내는 법이니까요.

그러나, 그러나... 이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속상하고 더 한이 맺히는 건 왜일까요? 그건 이 나라가 상처를 쇠꼬챙이로 후벼 파는 것같이 뒷수습을 너무도 속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전원 구조했다!' 그래서 안심했는데, 배가 침몰했고 사람들이 배 속에 갇혀 있다? 그랬습니다. '뭐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그건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387명 구조!' 그래서 그래도 다행이다. 했더니 다시 '176명 구조?' .... 머릿속이 하애집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그러다 또 결정타를 먹입니다. '선실 진입!' 아, 다행이다. 지금이라도 열심히 구조하면! 그랬는데... 6시간이 지나 '오보'랍니다. 그 후 일 주일 열흘이 지나도록 선실도 못 들어갑니다. 게다가 선박 비행기 잠수부가 수백의 숫자로 구조에 열심이라는데 현장에 가본 사람들의 입으로는 실재로는 10이라는 숫자도 못 넘는 썰렁한 구조중이랍니다. 배도 비행기도 잠수부조차...

그러니 실종자, 사망자 유가족들은 언론이 미워 사진도 인터뷰도 거부합니다. 외국방송과 신문은 취재를 허락해도 국내 거대신문, 방송은 모두 거절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는 나라입니까? 슬픕니다.

믿고 무릎까지 꿇고 빌었는데 대통령, 정부, 해군, 해경은 속속 무능과 조작, 분노만 일으킵니다. 이 나라를 떠나겠다는 가족들 국민들이 줄을 이어 하소연합니다. 이게 무슨 망신이고 희망과 사랑해야 할 내 나라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입니까?

슬픔을 못 견딘 또래 학생, 시민들이 추모모임을 가지면 종북이다, 뒷배경이 있다, 돈을 받고 한다고 하고, 경찰을 동원해 채증하고 막고 조사가 들어갑니다. 심지어 유가족, 피해자 가족까지 말리고 감시를 합니다. 세상에 이런 나라, 이런 정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슬픔이 더해집니다.

유가족들이 아이들 스마트폰도 검찰과 조사기관에 못 넘기겠다고 기어이 발표를 했습니다. 한마디로 검찰도 공공기관도 못 믿겠다고 불신을 표한 겁니다. 심지어 구조작업이 지연되고 엉망이 되어 자식들을 생짜로 죽인 원인을 국정조사 국감을 통해 밝혀 달라고 서명을 받기까지 합니다. 고맙다고 인사를 해야 할 국가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찌릅니다. 국가도 언론도 공공기관도 믿지 못하게 행동하고,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게 조롱과 찬밥 신세가 되어가면서 어떻게 나라를 사랑하며 이 땅에 머물러 살까요?

정말 이민이라도 가고 싶습니다. 형편은 안 되어도 가족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만 아니라면, 보통 건강한 사람들이 고민하고 결심하는 형편보다 훨씬 속상합니다. 중증환자나 장애인, 혹은 국가의 도움 없이는 삶을 연장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이중으로 고통을 겪습니다. 꼼짝 못하는 현실 속에서 가슴을 움켜쥐고 더 깊은 시름과 우울증으로 빠져듭니다. 심지어 이런 마음도 듭니다. 건강한 사람들이 이민을 갈까 말까 하면서 고민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 약올리시나? 가고 싶어도 못가는 처지인 우리 같은 삶도 있는데, 갈까 말까 선택을 고민한다고?' 그러며...

정말 이 나라가 참 밉습니다. 이렇게 밖에 못할까요? 이렇게 밖에 힘없고 가난하고, 느닷없이 들이닥친 불행 앞에서 속수무책인 국민에게 이렇게 밖에 못할까요? 건강했고, 불시에 닥친 불행이니 당연히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사람들도 외면 당하고 버림 받는데 하물며 처분만 기다리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은 더욱 불안합니다. 언제 팽개쳐질지,

아내를 달래느라 참 힘들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돌아가셨을 때도 지금보다 더 위독한 상황에서 달래느라 혼났는데, 지금은 그때 슬픔에 분노를 더하고, 부모들과 생이별을 한 막내 딸 아이 동갑내기들 생각에 더 힘들어 합니다. 부디 약자들이 상처 덜 입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몸 하나 투병하느라 죽을 힘 다하며 하루하루 버티는데 이런 충격적인 무능함 뻔뻔함은 정말 무거워집니다.

그래도 참고, 또 무엇인가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면 어느 분이 말씀하신 '떠나든지 무엇이든지 해라. 안 그러면 자식들과 후일에 또 반복해서 겪을 것이다'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이 일들을 잊지 않는 것부터라도...

"아내야, 나도 미안하다. 좀 더 불의와 싸우고 고치는 노력을 했더라면 오늘 자기 생명하나 간수하느라 쩔쩔매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아픔은 안겨주지 않았을 텐데..."

덧붙이는 글 | 2014년 5월 초순의 간병일기입니다.



태그:#희귀난치병, #세월호, #이민, #무능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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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세월호' 침몰사고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어느 날, 내 인생의 핸들이 내 손을 떠났다. 아내의 희귀난치병으로, 아하, 이게 가족이구나. 그저 주어지는 길을 따라간다. 그럼에도 내 꿈은 사람사는세상을 보고 싶은 것, 희망, 나눔, 정의, 뭐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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