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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사태 이후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 50% 선이 무너졌다. 사고 발생 후 단 한 명도 구해내지 못한 정부의 미흡한 초동대처에 민심이 들끓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4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란 리본'으로 상징되는 전국적 애도 분위기 속에 여야는 조용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는 어떤 형태로든 선거 민심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세월호 참사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율은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야권의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아 지방선거 판도를 흔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여권에 등 돌린 표가 야권으로 이동할지는 미지수다. 신당 창당 후 새정치민주연합이 갈지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 기초연금법안 처리 과정에서 당론을 하나로 모으는 데 실패했고, 야심차게 꺼내든 개혁 공천의 칼날은 '지분 공천' 논란으로 변질되고 있다. 지방선거까지 남은 한 달의 시간동안 새정치연합이 대안세력으로서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지 않는다면, 정부 여당에 돌아선 표심은 무당층으로 빠질 확률이 높다.

더불어 야권이 국가적 재난 상황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인식이 확대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쟁을 불사하고 도발을 응징하겠다"라며 천안함 사건을 대대적으로 부각시켰다. 그러나 곧장 '전쟁' 대 '평화' 프레임이 조성됐을 뿐 아니라 무상급식 의제에서도 밀린 여권은 참패했다.

"6.4 지방선거, 세월호 사고 이후 야권 성향층 결집 높아질 수 있지만..."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 및 여객선침몰사고 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김한길 "책임지지 않는 대통령 가진 국민 불행한 국민"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 및 여객선침몰사고 대책위원장단 연석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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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기관 '한국 갤럽'이 지난 2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 직무 수행 지지율은 48%를 기록했다. (4월 28~30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8명 대상, RDD 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9%,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2주 전 조사보다 11%p나 하락한 수치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2주 만에 28%에서 12%p 상승한 40%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갤럽은 "세월호 사고 이후 드러난 정부의 미흡함에 일부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정당 지지율도 함께 하락해, 2주 전에 비해 6%p떨어진 39%로 나타났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 전 정부여당에 대한 긍정적 기류가 높았기 때문에 야권성향층은 뚜렷한 투표 동인을 얻지 못했다"라며 "그러나 세월호 사고 후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어 6.4 지방선거에서 야권 성향층의 결집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에 등 돌린 민심이 야당으로 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실제 지난 2일 '갤럽' 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의 정당 지지율도 2주 전에 비해 1%p 하락한 24%p로 조사됐다. 반면, 무당파는 26%에서 8%p 상승한 36%로 나타났다.

윤 센터장은 "세월호 사태가 야당이 새누리당에 압도적 우위를 점할 정도로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라며 "현재는 정치적 쟁점이 불거진 게 아니기 때문에 야당이 즉각적 반사 효과를 누리기 어렵고, 야당 자체가 여당에 비해 비교 우위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라고 짚었다.

새정치연합 지도부 핵심관계자도 <오마이뉴스>와 만나 "본래 국민보다 반 걸음만 앞서야 하는데 세월호의 경우 국민보다 반 걸음 뒤에서 따라가야 한다고 본다"라며 "우리가 강경하게 나서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여론 때문에 역풍이 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같은 인식 속에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신중한 대응 기조를 세워가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신중함은 되려 갈지자 행보를 낳아,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석상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과한 직후 김한길 대표는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비공개 사과는 사과도 아니"라며 박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상황은 달라졌다. 김 대표는 30일 "박 대통령의 사과는 유가족과 국민에게 분노를 더하고 말았다"라며 비판기조로 돌아섰다. 하루 만에 논조가 180도 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수도권 지역의 한 재선의원은 "김한길·안철수 두 대표가 국민 여론을 못 읽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새정치연합이 해야만 하는 건 정확한 진상규명·원인규명과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일"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지도부가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전체 상임위 활동을 관통하며 상황을 이끌어야 하는데, 지금 지도부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윤 센터장은 "현재는 새정치연합이 '위기관리 대응을 잘하는 세력이다, 준비된 세력이다'라는 인식이 국민들에게 형성돼있지 않다"라며 "신뢰할만한 대안을 내놓고 선거과정에서 이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지지층을 추가로 흡수할 수 있을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 잡음, 안철수 뜻이냐 묻고 싶은 심정이다"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습니다". 3일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윤장현 전략공천'에 반발, 잇따라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이용섭 의원의 기자회견 모습.
 "안철수의 '새정치'는 죽었습니다". 3일 강운태 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윤장현 전략공천'에 반발, 잇따라 광주광역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정치민주연합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사진은 이용섭 의원의 기자회견 모습.
ⓒ 강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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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내 각종 잡음이 일며 '대안 세력'으로서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 역시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새정치연합은 '텃밭'인 광주 시장과 세월호 참사 피해지역 안산시장 후보를 전략공천한 후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고 있다. 두 지역 모두 '안심(안철수 공동대표의 뜻)'이 반영된 낙하산 공천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혁 공천의 취지와 달리 안철수 공동대표 측 인사를 앉힌 거 아니냐는 비판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광주시장 후보로 낙점된 윤장현 후보를 두고 "안철수 대표 측에서 모자란 물건을 팔려고 하니, 전략공천 논리가 성립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산시장의 경우, 제종길 전 의원이 후보로 전략공천 된 것에 대해 '안 대표 측 지분 챙기기'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제 전 의원은 "나는 안 대표를 직접 만난 사실조차 없다"라며 사태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지도부는 제 전 의원의 노동 관련 활동을 평가했다는 후문이지만, 한 번 불거진 '안심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른 지역의 상황도 유사하다. 수도권 지역 공천관리심사위원회 핵심관계자는 "구 민주당 계열 현역 단체장을 배제시키려면 대신 내세우는 후보가 능력이 있고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그런데 안 대표 측에서 우기는 사람들 면면을 보면 그 지역구를 포기하자는 것으로 밖에 안 들린다"라며 "이러면 당도 좌초하고 선거도 좌초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 대표에게 이같은 공천 잡음이 당신 뜻이냐 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안철수 대표 측 인사로 평가되는 한 의원도 "지난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떨어지고 외곽을 돌다가 구 새정치연합에 입당했던 인사가 우리 지역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려 한다"라며 "새정치를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거의 이런 식이다, 안철수 대표 지지도가 떨어지는 이유"라고 힐난했다.

전남지역 후보 공천 과정에서는 구 새정치계(새정치연합 측)와 구 민주계 사이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에는 새정치계가 공천 과정에서 배제됐다는 반발 때문이다. 새정치 실현을 위한 전남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20여 명은 4일 전남도당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인천시당 역시 단수 공천이 확정된 광역의원 선거구에 구 새정치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안 대표 측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결국 모두 '지분 싸움'으로 인해 발생한 갈등이다. 이 과정에서 '개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같은 요소들이 새정치연합 내 '지뢰'로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실정이다. 새누리당이 "아직 시간이 남았다"라며 지방선거 전망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다.

수도권 지역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민심이 여당에 안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리 지지층이 화가 났지만 선거 때 결집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단, 시간이 좀 남았고 5월 중순으로 넘어가면 흐름이 또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새정치연합, #지방선거, #세월호, #안철수 , #새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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