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이혜진 PD와 민정홍 PD

EBS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이혜진 PD와 민정홍 PD ⓒ EBS


|오마이스타 ■취재/이미나 기자| 많은 음악 프로그램들이 신설과 폐지를 반복해도, EBS <스페이스 공감>은 꾸준히 제 갈 길을 갔다. 그 꾸준함이 어느새 10년이 됐다.

지난 2004년 4월 3일 첫 방송을 시작한 <스페이스 공감>이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156석 규모의 전용 공연장에는 어느덧 335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고, 누적 공연 횟수도 2300회를 훌쩍 넘어섰다.

그동안 '그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슬로건 하에 <스페이스 공감>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잘 알려지지 않은 실력파 뮤지션을 소개했다. 이제는 스타가 된 제이슨 므라즈가 미발표곡이었던 '아임 유어즈'(I'm Yours)를 처음 들려준 곳도 <스페이스 공감>이고, 신중현부터 김창완·이은미·인순이 등이 기꺼이 무대에 섰다. 국카스텐·잠비나이 등 '괴물 신인'을 발굴한 곳도 여기다.

10주년을 맞아 <스페이스 공감>은 한 달간의 생일파티를 열고 있다. '공감'이라는 키워드에 맞게 '꽃밭에서'의 정훈희를 시작으로 전인권, 전영록, 이상은, 그리고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일렉트로닉 록밴드 이디오테잎까지 다양한 뮤지션이 축하에 동참했다.

이와 함께 시청자를 대상으로 새 슬로건 공모에도 나섰다. 여기에는 시청률만으로는 대변할 수 없는 <스페이스 공감>의 가치를 앞으로도 꾸준히 지켜가고 싶다는 제작진의 바람이 담겨 있다.

현재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이는 민정홍 PD와 이혜진 PD다. 대학 시절 막 자리 잡기 시작한 '홍대 인디신'의 음악을 접했던 민정홍 PD는 입사 후 생겨난 이 프로그램에 여러 차례 지원 끝에 2011년부터 연출을 맡게 됐고, 애청자였던 이혜진 PD는 "가장 열정적일 때 해야겠다"는 각오로 2013년부터 합류했다. 이 PD는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그냥 이루어진 프로그램이 아니구나'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며 "또 앞으로의 10년도 어떻게 할지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공감>이 모든 음악을 다루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클래식이나 국악을 모두 공연하고 있지도 않고, 아이돌 음악도 담지 않고 있으니까요. 또 단순한 방송 프로그램이 아니라 공연을 진행하면서, 그걸 방송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서도 한계가 있었죠. 하지만 그런 한계들을 계속적으로 극복해 나가며 온 게 <스페이스 공감>의 역사가 아닌가 싶어요." (민정홍 PD)

'들어봅시다' 목록엔 신보가 빽빽..."형식 자유로워도, 원칙 있죠"

매주 네 번의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제작진과 자문위원들은 회의를 열고 어떤 뮤지션을 소개할지 결정한다. 이를 위해선 '듣기'가 필수다. '들어봅시다'라는 이름의 리스트에는 평균 15팀에서 20팀의 신보가 포함되어 있다. 이혜진 PD는 "'음악이 좋다, 안 좋다'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의 무대에서 이들의 음악을 잘 보여줄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출연진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라인업이 결정되면 '어떻게' 이 음악들을 들려줄 것인지를 고민할 차례다. 매 공연마다 무대며 방송 구성을 새롭게 할 수 있다는 건 <스페이스 공감>만의 장점. 뮤지션의 의견도 되도록 많이 반영한다. 강연이나 예능 프로그램 형식을 접목한 특집을 방송한 것도, 1년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 참여한 뮤지션 모두를 무대에 세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컴필레이션 앨범 <이야기해주세요> 특집도 그래서 가능했다.

 EBS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민정홍 PD와 이혜진 PD

EBS <스페이스 공감>을 연출하고 있는 민정홍 PD와 이혜진 PD ⓒ EBS


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제 1의 원칙은 바로 '진짜 음악, 좋은 음악을 선보이자'는 데 있다. 이것이 지금의 10주년을 가능케 했다는 게 두 PD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민 PD는 "시청률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고 좋은 음악을 담아내는 데 충실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말했고, 이 PD는 "10년 동안 다양한 형식을 시도해 왔지만 '음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제작진이 놓치지 않고 있었다"고 했다.

이 같은 노력은 무대에 서는 뮤지션에게도, 공연장을 찾는 관객에게도, 늦은 밤 TV를 켜는 시청자에게도 통했다. 올해 초 일었던 <스페이스 공감> 축소 논의에 뮤지션들과 대중이 앞장서 이를 반대했던 건 그 때문이다. 민정홍 PD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걸 느꼈다"며 "'다시 제대로 해야겠다'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검증기관 아니라, 낯선 음악 소개해 주는 곳"

이제 다시, 앞으로의 10년을 바라볼 차례다. 스스로에게 <스페이스 공감>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는 질문에 두 PD는 "어렵다"며 한참동안 말을 골랐다. 고민 끝에 나온 대답은 '꿈의 무대'(민정홍 PD), '짝사랑의 대상'(이혜진 PD)이었다.

오랜 시간 동경해 왔던 무대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스페이스 공감>의 원칙을 지켜 가고 싶다는 바람이 담긴 대답이었다. 민정홍 PD는 "앞으로도 '좋은 음악을 소개한다'는 프로그램의 가치는 계속해서 놓치지 않되, 더 많은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이스 공감>이 지금 이 시대에 존재하는 다양한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한 민 PD는 "어떻게 보면 음악신 자체가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그러면서도 다양한 음악이 들릴 수 있는 통로도 만들어진 것 같다"며 "조금만 더 마음과 귀를 열고 들어 주면 좋은 음악을 만날 수 있다. 앞으로도 <스페이스 공감>이 그 길에 앞장서는 통로가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부담도 있었어요. <스페이스 공감>이 좋은 음악을 검증하는 기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를 내외부적으로도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어요. 검증기관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음악을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는 곳이에요.

가끔 SNS서 어떤 뮤지션을 두고 '이런 뮤지션이 나온다니, <스페이스 공감>도 안 되겠다'라는 글을 보기도 해요. 하지만 그들에겐 낯선 음악이니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웃음)" (이혜진 PD)

"진짜 음악, 좋은 음악이라는 게 뭘까요? 항상 고민하게 돼요. 그 평가는 주관적이겠죠. 단순한 호불호도 있겠고, 그러면서도 많은 이들이 또 공감할 수 있는 기준도 있을 수 있고요. 예술적으로, 작품적으로 좋은 음악도 분명 있겠지만 반면 나의 마음, 기억에 남는 음악들도 또 좋은 음악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들도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한정짓지도 않고 있고요.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려 해요. 그걸 또 <스페이스 공감>을 통해 보여드리려 노력하고 있고요." (민정홍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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