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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26일. 세월호가 침몰된 지 꼭 11일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174명이 구조됐고 187명은 따뜻했던 손발이 식은 채 육지로 돌아왔다. 115명은 아직도 차가운 물속에 갇혀 생사 확인도 불가능하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들은 큰 슬픔과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 사건을 대하는 고등학생들의 체감 온도는 다르다. 단원고 학생들과 동시대를 사는 청소년으로서 받은 충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청소년들은 단원고 학생들을 친구라고 부르며 아무것도 못하고 교실에 앉아 있는 자신들이 죄스럽다며 자책했다.

청소년들 대한문 앞에서 '단원고' 메시지 받아....외국인도 동참

시민들이 편지를 적고있다. 외국인들도 참여했다.
 시민들이 편지를 적고있다. 외국인들도 참여했다.
ⓒ 박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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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대한문에 공감과 위로의 별천지가 펼쳐졌다.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세월호를 향한 편지를 적어 별로 접는 '별에담아'(이하 '별담') 캠페인을 개최한 것.

학생들의 마음에 공감한 많은 시민이 지켜주지 못 했다는 미안함과 소망을 담아 편지를 적었다. 네덜란드, 중국, 미국 등 이번 사고를 뉴스로 접한 외국인들도 타지의 말로나마 애도를 표했다. 서울 나들이를 나왔던 한 아이는 "형 누나들이 돌아오면 좋겠어요"라며 작은 소망을 남겼고, 어른들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우리의 잘못을 너희에게 지워서 미안하다" 라며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을 전했다. 

이우고 학생들의 편지. 그속에 370여개의 별이 빛나고있다. (시계방향순)
 이우고 학생들의 편지. 그속에 370여개의 별이 빛나고있다. (시계방향순)
ⓒ 김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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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거기서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무서웠니. 검은 바닷속에 너희들의 꿈이 사라지는 게 너무 슬펐어. 당당하게 술도 마시고 싶고, 찐한 사랑도 해보고 싶었을 텐데. 너희를 구하지 못하는 세상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어. 우리를 지켜준다던 대한민국. 대단해 보였던 어른들의 세상. 당연하게 믿어왔던 것들이 너희를 배신했다는 것이 화가 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속상해. 세상을 밝힐 별이었던 너희가 희미해져가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파. 너희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만난 적은 없지만 너희들이 보고싶다.

이 마음을 별에 담아. 우리가.

어른들이 아닌 청소년들 방식으로 슬픔 나눠

분당 이우고 학생들은 '청소년들의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의 슬픔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별담' 캠페인을 시작했다. 안내방송에 따라 구조를 기다리다 변을 당한 단원고 학생들은 동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의 자화상이었다. 그런 만큼 학생들이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방식은 어른들의 방식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

돈 없고, 힘없는 고등학생들이 선택한 방식은 희생자들에게 전하는 한 줄 메시지를 별편지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 캠페인은 21일 이우고에서 시작하여, 26일 대한문 앞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였다.

이우고 학생들이 손수 작성해 굳은 표정으로 들고 서있던 편지도 지나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편지의 내용에 눈물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오후 3시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된 이 캠페인은 370여개의 '별편지'가 모여 끝났다. 이날 모인 별편지는 학생들이 손수 접어 단원고에 전달하기로 했다.

학생들이 편지를 들고 서있다
 학생들이 편지를 들고 서있다
ⓒ 장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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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우리를 보호하지 못했다"

이번 캠페인을 준비한 이우고 홍순영 학생은 "세월호 사태를 보며 우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통제하던 어른들이 우리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데 분노했다. 1년 후면 나도 어른이 되는데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고민도 많이 했다. 이 일에 대해 어른이 되기 전에 뭔가 입장 표명을 하고 싶었고 현재 나이에서 우리의 의사를 표출하는 것이 가장 호소력 있을 것 같았다"며 준비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고3이라 부담감은 있지만 지금 이 슬픔은 지금이 아니면 나눌 수 없기에 공부보다 더 중요하다며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권오연 학생은 "처음엔 이번 캠페인이 정치적으로 비칠까 걱정됐지만 햄버거라도 사 먹으라고 5만 원을 건네준 시민 등 많은 격려와 공감을 얻어 뿌듯하게 끝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순영 학생은 자신들 뿐만 아니라 다른 고등학생들도 함께 참여해 슬픔을 나누고 이런 캠페인이 많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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