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의 영원한 악동으로 남아주세요"

유희열이 '피플 업데이트' 코너 끝에 한 말이다. DJ DOC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는 단연 '가요계의 악동'이다. 그동안 공인으로서 화제가 될 만한 사건에 많이 휘말렸던 탓이다. 하지만 이들은 '런투유' '나 이런 사람이야' 등 수 많은 히트곡을 제조한 뮤지션이다. 5일 방송된 'SNL 코리아'에서도 방송 초반에 관객들의 흥을 노래만으로 끌어올렸던 호스트는 DJ DOC에 대적할 사람이 없을 정도.

 <SNL 코리아> '피플 업데이트'에서 질문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전하는 이하늘.

'피플 업데이트'에서 질문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전하는 이하늘. ⓒ tvN


하지만 이날 '피플 업데이트'에서는 DJ DOC의 음악보다는 과거 행적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코너 초반에 유희열이 그동안 DJ DOC가 휘말렸던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많은 사건에 연루된 것만 막연히 알고 있던 대중들에게 친절하게 숫자로 된 '사건 통계 수치'를 알려주기도 했다. 유희열이 연이어 질문을 건네려 하자 곧바로 이하늘은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이하늘은 "사실 별로 이런 (사건 사고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 게, 마치 우리가 이걸(사건을) 가볍게 생각한다든지 정당화시키려고 하거나 웃음거리로 만들려는 것 자체가 오해를 받을 것 같기도 하고... 그만 (언급) 해달란 얘기다" 고 말했지만, 유희열은 끝까지 과거 행적에 관련된 질문을 건넸다. 이에 이하늘은 "정말 궁금한 거냐"며 반문한 뒤 체념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이어 유희열이 건넨 질문은 "인기그룹 DJ DOC의 김모씨가 술에 취해 지인으로 착각하여 집의 문을 걷어차 약 만 오천 원 상당의 피해를 냈다. 김모씨, 만 오천 원은 대체 뭐죠?"라는 것. 사건의 정황에 대한 질문이었기 때문에 이하늘이 우려했듯 변명을 요구하는 질문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되었을 사건이 '웃음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SNL 코리아> '피플 업데이트'의 DJ DOC.

'피플 업데이트'의 DJ DOC. ⓒ tvN


오랜만에 SNL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DJ DOC. 복귀의 자리에서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과거를 끄집어낼 필요가 있었던 걸까. 체념하고 불편하게 앉아 김창렬의 대답을 듣던 이하늘은 "그냥 사과하면 안 되냐"며 정재용과 고개 숙여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들이 공인으로서 반성하고 사과를 해야 할 부분은 있지만, 이날 건넨 사과는 떠밀려 한 사과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SNL이 준비한 일련의 질문들이 시청자들이 궁금해했던 가려운 구석을 긁어준 부분은 있었다. 하지만 호스트가 거부의 의사를 표했음에도 끝까지 집요하게 질문을 건네야 할 이유는 없었다. 또 DJ DOC는 베테랑 가수임에도 그들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들을 수 없어 아쉽기도 했다.

이날 방송 내내 촬영장 분위기는 유쾌했고 시청자들도 대체로 재밌게 봤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웃음을 위해서 누군가에겐 아픔이 될 수 있는 주제를 생방송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건강한 웃음이었는지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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