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배우 김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오마이스타 ■취재/조경이 기자·사진/이정민 기자| 영화 <달콤한 인생>(2005)을 생각하면 누가 떠오를까요? 아마도, 강렬한 연기를 선사했던 이병헌과 그가 마음 속에 품었던 여인을 연기했던 신민아, 그리고 조직의 보스 역으로 인상을 남긴 김영철 등 주연 배우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작품 속에서 작은 비중으로 출연했던 조연 배우들은 잊혀지기 쉽죠. 그런데 그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달콤한 인생>에서 첼리스트 희수(신민아 분)는 무시무시한 조직의 보스 강 사장(김영철 분) 몰래 또래의 남자친구를 만들었습니다. 희수를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던 강 사장의 수하 선우(이병헌 분)은 그녀의 집 앞에서 잠복을 하고, 연주 연습을 하는 곳까지 따라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늦은 시각 집으로 찾아오는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때!!! 초인종 벨을 누르고 순식간에 담을 타서 희수의 집으로 기습한 선우.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있었던 희수의 남자친구는 선우의 융단폭격에 가까운 주먹질과 발길질에 무참히 구겨집니다. 이 남자, 누군지 아세요?

단국대학교 96학번으로 영화 연출을 전공한 배우 김한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바로 윗 학번 선배가 유지태, 바로 아랫 학번 후배가 하지원이라고 하네요. 23살 때부터 대학로에서 살다 보니 어느새 '대학로에서 그의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까지 도는 정도입니다.

김한은 대학 재학 시절부터 연극을 시작, 총 30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했고 그 중 25편은 주연을 맡은 '연기 베테랑'입니다. 또 영화 <달콤한 인생>을 비롯해서 <일단 뛰어><어린 신부> <포화속으로><체포왕> 등 10여 편 이상의 영화에도 출연했죠.

"이병헌 선배는 정말 힘이 장사였어요. 당시 그 장면을 찍으려고 낙법도 배웠죠. 맞아서 미끄러지는 장면이었거든요. 근데 그냥 타일에서는 절대 그렇게 미끄러지지가 않아요. 결국에는 부엌 바닥에다가 식용유를 쫙 뿌려서 미끄러졌는데, 그날 촬영하면서 화상을 입기도 했어요.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20번 이상 미끄러진 끝에 그 장면이 나왔습니다. (웃음)

신민아씨는 그때도 너무 예뻤고요. 당시 저도 어렸을 때라 쑥스러움을 많이 타서 별 말도 못 해보고 인사만 했어요. 보면 정말 아름다워서 정말 좋았던 것, 그리고 촬영장에서 매너가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나요. (웃음)"

하나. 2002년 영화 <일단 뛰어> 출연...'도리도리 사내' 역

 배우 김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이범수 형님이 충무로에서 주연급이 되신 단계였는데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앵글 같은 것을 잘 모르면 잘 설명해주시고, '편하게 하라'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 이정민


김한의 영화 데뷔작은 2002년 영화 <일단 뛰어>입니다. 송승헌·이범수·김영준 주연의 액션코미디였던 이 작품에서 김한은 '도리도리 사내' 역을 맡아 이범수와 주로 호흡을 맞췄습니다.

"엑스터시가 한창 유행할 때였는데, '도리도리'라는 게 약의 은어였거든요. 저는 그 약을 파는 '도리도리 사내' 역을 맡았죠. 단편영화만 하다 상업영화에 처음 데뷔해서 엄청 떨렸고,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이랑 같이 하니까 떨렸지만 정말 재미있었어요. 당시 이범수 형님이 충무로에서 주연급이 되신 단계였는데 잘 챙겨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앵글 같은 것을 잘 모르면 잘 설명해주시고, '편하게 하라'는 말씀도 해주셨어요."

둘. 2004년 영화 <어린신부> 출연...미대 친구 '영철' 역

 배우 김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게 서보은(문근영 분)과 다함께 노래방에 가서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인데, 그 당시 실제 저만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안 됐을 때여서 저만 신나게 개다리춤을 추고 그랬어요." ⓒ 이정민


이어 김한은 문근영·김래원 주연의 영화 <어린신부>에서 주인공 박상민(김래원 분)의 미대 친구 '영철'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박상민이 미대에 다니는데 친구가 2명 나와요. 그 중에서 저는 열다섯 신 정도 출연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게 서보은(문근영 분)과 다함께 노래방에 가서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장면인데, 그 당시 실제 저만 군대를 제대하고 얼마 안 됐을 때여서 저만 신나게 개다리춤을 추고 그랬어요. (웃음) 김래원씨가 <옥탑방 고양이>를 하고 빵 떴을 때였는데, 현장에서 매너도 좋았던 데다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고 속도 깊었던 기억이 납니다."

셋. 2010년 영화 <포화속으로>출연...부관 2역

  배우 김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당시 계속 분장을 하고 몇 개월 간 촬영을 했어요. 전쟁영화라서 대기 시간도 길었고, 메이크업은 시간이 갈수록 거지 형상이 되더라고요. (웃음) 다들 서로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밥 먹자'고 하면 '우와!' 하고 달려갔어요. 진짜 엄청 추운 겨울에 촬영을 해서 정말 다들 실제 군인이 된 것 같았죠." ⓒ 이정민


김한이 출연한 영화 <포화속으로>(2010)는 차승원·권상우·김승우·최승현이 주연으로 나선 작품입니다. 당시 합천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현장 공개도 하면서 영화의 기대감을 높였죠.

"강석대(김승우 분)의 부관 역할이었어요. 선배랑 박무량(차승원 분) 쪽을 상대로 싸웠죠. 당시 계속 분장을 하고 몇 개월 간 촬영을 했어요. 전쟁영화라서 대기 시간도 길었고, 메이크업은 시간이 갈수록 거지 형상이 되더라고요. (웃음) 다들 서로 이야기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밥 먹자'고 하면 '우와!' 하고 달려갔어요. 진짜 엄청 추운 겨울에 촬영을 해서 정말 다들 실제 군인이 된 것 같았죠. 그런데 상영될 때엔 제가 나오는 부분이 많이 편집돼 거의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웃음)"

 배우 김한이 7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창용 선수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했어요. 그 말이 참 마음에 와닿더라고요. 저는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향으로 걸어가려고 노력하겠습니다." ⓒ 이정민


1996년 청바지 광고모델로 데뷔한 김한은 이렇게 15년 이상 한 우물을 파면서 크고 작은 역할들을 섭렵하고 있습니다. 연기로는 2002년 SBS 설특집 드라마 <화투>로 데뷔, 12년 째 배우로의 길을 착실히 걷고 있죠.

다수의 연극,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한. 그는 "임창용 선수가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했다"라며 "그 말이 참 마음에 와 닿는다. 나는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향으로 걸어가려고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전했습니다.


김한의 차기작: 연극 <가을 반딧불이>
아침형 귀신이자 소심증 아버지인 '분페이' 역할


<가을 반딧불이>는 재일교포 극작가 정의신이 쓴 연극. 일본에서는 2001년, 한국에서는 지난해 초연됐다. <가을 반딧불이>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도시 변두리에 버려진 보트선착장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새로운 가족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는다.

"주인공의 아버지로, 20년 전에 아들을 버리고 도망을 갔던 비겁한 아버지 분페이 귀신 역할을 맡았어요. 도망을 갔는데, 30살에 요절을 해요. 아들이 서른 번째 생일이 되기 전에 찾아 와서 미안하다고 말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 하고 아들의 언저리를 맴도는 인물이고 나중에는 아들과 화해를 합니다. 가슴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연극이에요. 가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고요. 6월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하니까 꼭 보러 와주세요. (웃음)"



김한 가을 반딧불이 달콤한 인생 신민아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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