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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보니 여명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갑판으로 나갔습니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습니다. 추운 날씨인데도 손에 카메라를 들고 바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새해 첫 일출을 서해안 선상에서 맞는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새해의 소망 기원해 봅니다.

새해, 새로운 희망을 위해!
▲ 새해 일출 새해, 새로운 희망을 위해!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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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중국의 규칙을!

날이 밝자 칭다오(青岛, 청도) 모습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짙은 안개 때문에 고층 건물들이 잿빛으로 젖어 있습니다. 날이 밝아 오고 항구가 다가오는데도 안개가 더 짙어지고 있습니다. 안개가 아닌 미세먼지인 것 같습니다. 중국인들은 청도를 신선한 바닷바람과 깨끗한 공기 때문에 '중국의 스위스'라고 부른다는데 옛날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입국장을 나와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청도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몇 년 전부터 중국어 공부를 시작하였지만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몇 번씩 되새긴 후  말을 걸어보지만 성조가 없는 제 말을 중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언어보다 중요한 것은 눈치겠지요. 손짓 발짓으로 어렵지 않게 청도역에 도착하였습니다.

칭다오 여행의 출발지 칭다오역
▲ 칭다오역 칭다오 여행의 출발지 칭다오역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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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차표를 구입하였습니다. 기차표를 사기 위해서는 여권을 제시해야 합니다. 역무원은 여권의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이름과 여권 번호를 기차표에 기재합니다. 청도에서 지난(濟南, 제남)행 기차표는 중국에 사는 지인을 통해 인터넷 예약을 하였지만 다른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서 발권 받아야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제도지만 중국에서는 중국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순리겠지요.

부야오 샹차이! 주문을 했지만...

기차표를 발급 받은 후 숙소에 도착하니 마음의 여유가 생깁니다. 늦은 점심을 위해 식당으로 갔습니다. 메뉴는 중국어로 되어 있습니다. 메뉴를 봐도 알 수 없기에 주방에 가서 직접 재료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자신 있는 중국어인 "부야오 샹차이(不要香菜)"하고 외칩니다. 중국 특유의 향채인 고수를 넣지 말라는 의미로 중국 여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말입니다. 주문을 하였지만 어떤 음식이 나올지는 주문한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중국 칭다오의 상징 짠치아오
▲ 짠치아오(??, 잔교) 중국 칭다오의 상징 짠치아오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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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의 관광지는 청도역을 중심으로 바닷가를 따라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는 도보로 청도 10경 중 하나이며 청나라 말기 화물 접안 기지로 건설한 짠치아오(栈桥, 잔교)부터 중국 현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쉰(鲁迅)을 기념하기 위한 루쉰 공원까지 산책하듯이 걸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낮은 산과 유럽풍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풍기고 있습니다.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칭다오 해변
▲ 칭다오 해변가 동서양의 조화를 이룬 칭다오 해변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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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을 따라가는 길거리에는 각종 기념행사, 가족 나들이, 배구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노점상까지 거리와 해변 곳곳에서 다양한 볼거리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네와 불가사리를 파는 노점에서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불가사리를 먹어보자는 이야기에 모두 공감하였지만 누가 먼저 먹을 것인가에서 지원자가 없습니다.

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불가사리
▲ 불가사리 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불가사리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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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거리로 이동하였습니다. 청도의 가장 유명한 관광 상품 중 하나는 '칭다오 맥주'입니다. 1903년 독일의 기술과 라오산(崂山, 노산)의 광천수가 결합되어 탄생한 칭다오 맥주는 세계 10대 맥주에 선정되었습니다. 칭다오 맥주 공장 안에 맥주 박물관이 있으며 주위 거리는 관광객들로 붐빕니다. 새해여서 맥주 박물관은 휴관이었지만 공장 앞 맥주거리에서 맑고 청량한 칭다오 맥주를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칭다오 맥주 공장 앞의 모습
▲ 칭다오 맥주거리 칭다오 맥주 공장 앞의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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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다오 맥주 한 잔과 꼬치구이!

숙소로 돌아오니 뭔가 허전합니다. 중국 여행의 추억 중 하나는 꼬치구이입니다.  '칭다오 맥주 한 잔과 꼬치구이'는 주당들에게 최고의 유혹입니다. "딱 한 잔씩만 하자"라는 의견에 숙소를 나왔습니다. 숙소 뒤 골목에서 작고 허름한 꼬치구이 집을 발견하였습니다.

간판도 없는 작은 가게에는 탁자가 두 개입니다. 합판으로 천장을 만들어 위에는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게만큼이나 늙어 보이는 주인 할아버지 부부가 우리를 보고 웃으며 손짓합니다. 우리가 들어가자 위에서 아들과 손자가 내려옵니다. 오랜만에 온 손님들 덕분에 삼대가 행복해 보입니다.

우리를 경학시킨 꼬치구이 가게 모습
▲ 꼬치구이 가게 우리를 경학시킨 꼬치구이 가게 모습
ⓒ 신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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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마음으로 꼬치구이와 맥주 몇 병을 주문하였습니다. 다들 중국 여행 경험이 있고 꼬치구이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메뉴나 가격을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주인 할아버지는 연신 웃는 얼굴로 말을 붙여 옵니다. 짧은 중국어로 소통이 잘 되지 않았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즐거움은 계산을 하면서 불행으로 바뀌었습니다. 계산서를 보니 중국 돈 480위안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9만 원이 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가격 폭탄에 모두 경악하였습니다. 오늘 점심에 제대로 된 식당에서 해물 요리와 중국 전통술을 마셨음에도 200위안이 넘지 않았는데.

착오가 있는 것 같아 아들에게 다시 계산서를 적성하게 하였습니다. 아들이 나와 계산기를 두드리며 작성한 계산서에는 510위안이라 적혀있습니다.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였습니다. 확인하지 않은 불찰이 있었기에 300위안으로 협상해 보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인자했던 할아버지 부부의 삿대질과 아들의 고함 소리에 귀가 먹먹합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20여일의 중국 여행에서 가장 비싼 음식이었습니다. 지혜는 경험에서 나옵니다. 첫날 꼬치구이 집에서의 경험은 음식을 주문하거나 숙박비를 계산할 때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날 추억은 여행에서의 좋은 수업료였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학교든 세상이든 지혜를 얻기 위해서는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태그:#칭다오, #맥주거리, #짠치아오, #잔교, #청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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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자발적 백수가 됨. 남은 인생은 길 위에서 살기로 결심하였지만 실행 여부는 지켜 보아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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