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제 아무리 토크쇼가 자사 방송을 띄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해도 기본적인 '염치'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놓고 자사 방송을 홍보하기 위해 게스트를 섭외하고 특집을 마련할 것이라면, 프로그램의 이름부터 바꾸는 게 낫다. <해피투게더>가 아닌 < 해피KBS >로 말이다.

6일 방영된 KBS 2TV <해피투게더3>는 지난달 22일 첫 선을 보인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 출연진 특집으로 꾸며졌다. 김희선, 최화정, 김광규, 류승수, 택연 등이 출연한 이날 방송의 의도는 누가 봐도 명확해 보였다. 바로 <참 좋은 시절>에 출연 중인 배우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과 흥미를 불러 모으기 위함이었다. 자사 프로그램 홍보 방송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해피투게더3>, 유재석 활용법이 아쉬운 이유

 6일 방영 <해피투게더3>에는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 출연진이 함께 했다.

6일 방영 <해피투게더3>에는 KBS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 출연진이 함께 했다. ⓒ KBS


물론, 이는 지난 3일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첫 방송에 맞춰 <힐링캠프>에서 이보영 특집을 마련하고, MBC <라디오스타>에서 가끔 자사 드라마 출연진들을 단체로 게스트 석에 앉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아마도 '빈도'에 있을 것이다.   

<해피투게더3>는 바로 지난주 <왕가네 식구들> 종영 특집을 방영했으며, 1월 16일  방송에서는 'KBS 라디오DJ 특집'을 통해 자사 라디오 방송까지 홍보했다. 1월 2일 방송에서는 '연예대상 수상자 특집'을 통해 <개그콘서트>에서 활약 중인 개그맨들을 불러 모았고, 12월 12일 방송에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진을 게스트로 초대했다. 바로 그 전 방송에서는 <총리와 나> 배우들이 찾았다. 드라마, 예능, 라디오 할 거 없이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출연진들이 한 달에 한 두 번 꼴로 출연하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KBS라는 한 방송사만의 전략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겠지만, 이 프로그램의 메인 MC가 유재석임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아쉬움은 남는다. 진행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유재석을 MC로 앉혀놓고, 기껏 나누는 이야기가 이미 다른 프로그램과 언론을 통해 밝혀진 일반적 수준의 이야기뿐이라면, 누가 매주 <해피투게더3>를 기대하며 보겠는가.

유재석은 어떤 게스트를 옆에 앉혀놔도 그 인물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주고 속마음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MC다. 그런데 최근 <해피투게더3>에서 그가 던지는 질문은 "어떻게 해서 이 드라마(예능)에 출연하게 되었는가?", "촬영장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처럼 틀에 박힌 것들이 주를 이룬다.

MC에게 최적화된 질문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작진의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그저 'KBS 띄우기'라는 대명제 앞에서 유재석을 의미 없이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유재석이 KBS 홍보대사도 아닌데 말이다.

그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곧 제작진의 탓이며, 시청자를 우선순위에 놓지 않고 자사 프로그램 홍보에 치중하는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KBS 파일럿 프로그램인 <나는 남자다>가 수요일 밤에 방영된다. <해피투게더3>와 마찬가지로 유재석이 메인 MC로 나선다. 평소 그가 가지고 있던 반듯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남자들만의' 이야기를 통해 색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나는 남자다>가 얼마만큼의 성공을 거둘지, 그리고 정규방송으로 편성될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렸겠지만 <해피투게더3>와의 비교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나는 남자다>가 고정 편성될 경우 수·목 이틀 연속 유재석이 진행하는 토크쇼가 진행되는 셈이다. 이는 KBS 측에서도, 시청자 입장에서도 부담스런 상황일 수밖에 없다. <나는 남자다>가 성공을 거둘 경우 결국 <해피투게더3>가 간판을 내리게 될 것이란 추측은 상당히 설득력이 높다.

적어도 아직까지, <해피투게더3>는 KBS를 대표하는 토크쇼다. 하지만 MBC <라디오스타>와 SBS <힐링캠프>에 비해 그 정체성은 미약하다. 유재석이란 강력한 무기가 있음에도 활용할 줄 모르고, 심지어 그를 자사 프로그램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 이유가 가장 크다는 생각이다.

자사 프로그램 홍보에 치중하기 보다는 새로운 예능 원석을 발굴하고, 토크쇼에 부담을 느끼던 스타들을 공들여 섭외한다면 <해피투게더3>는 충분히 반등의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쨌든 아직까지 <해피투게더3>엔 유재석이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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