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사회자 엘런 드제너러스 트윗에 올라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셀카 사진.

아카데미 시상식 당시 사회자 엘런 드제너러스 트윗에 올라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셀카 사진. ⓒ 엘렌 드제너러스 트위터


오스카 트로피는 여전히 힘이 세다. 올해로 86살이 된 이 아카데미 시상식은 (초창기 TV의 황금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여전히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시상식 중간, 사회자 엘런 드제너러스가 배우들과 직접 찍은 '셀카'는 300만이 넘는 트위터 리트윗 수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를 기록 중이다. 중계 방송사인 ABC와의 광고 후원계약에 힘입어 등장한 삼성 갤럭시 노트3 역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후문이다.

헌데, 명색이 '영화상'인데 정작 삼성만 PPL 효과를 봐선 억울(?)하지 않겠나. 특히나 이번 오스카상은 7개 부문을 수상한 <그래비티>외에도 흑인과 동성애, 에이즈 환자 등 소수자를 다룬 작품들이 주요 부문을 휩쓰는 한편, 엘런 드제너러스의 '피자파티' 등 작품과 흥행 면에서 모두 풍성한 화제를 낳은 해였다.

이 '아카데미 효과'를 국내에서 누릴 영화는 어떤 작품이 될까. 비록, <허트로커> <아티스트> <아르고> 등 최근 수년간 작품상 수상작들이 국내 흥행에서 큰 재미를 못 본 것도 사실이지만. 1980년대는 물론 <쉰들러 리스트>와 <타이타닉>을 위시한 1990년대, <글래디에이터>와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이 버티고 있는 2000년대까지도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은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려 왔다.  

2014년의 아카데미 영화들은 이 후광 효과를 누릴 수 있을까. 제8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화제작들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흥행 전망과 그간의 성과들을 두루 살펴보도록 하자.

# <노예 12년> - 최우수 작품상, 여우조연상, 각색상 3관왕 
국내 개봉일 : 2월 27일 
흥행 성적 : 누적 관객수 17만 7천명(이하 5일까지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노예 12년>의 한 장면.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 <노예 12년>의 한 장면. ⓒ 판시네마


아카데미상 최초로 흑인 감독에게 작품상 트로피를 안긴 <노예 12년>은 흑인 문제를 다룬 진중하면서도 미학적인 성취까지 이뤄낸 작품이다. 영화사 플랜B의 브래드 피트가 제작자로 시상식 당시 얼굴마담 역할을 했던 이 작품은 일단 아카데미 수상 직후 국내에서 높은 예매율과 함께 좌석점유율이 50% 이상 상승했다.

5위권 밖에 머물던 순위도 3위까지 상승했다. 배급사 측에선 2010년 개봉해 160만 관객을 동원했던 <블랙스완>을 거론하며 아카데미 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흑인 주연 영화가 유독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국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

# <아메리칸 허슬> - 10개 부문 최다 후보, 하지만 무관의 제왕 
국내 개봉일 : 2월 20일
흥행 성적 : 누적 관객수 14만 5천명

 영화 <아메리칸 허슬>의 한 장면.

영화 <아메리칸 허슬>의 한 장면. ⓒ 누리픽쳐스


야심차게 개봉한 배급사로선 실망이 클 수밖에 없겠다. 1억 4천만 달러라는 북미 흥행 성적과 아카데미에서 최다인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화제를 낳았던 <아메리칸 허슬>이 무관이라니. 더욱이 크리스찬 베일과 에이미 아담스, 제니퍼 로렌스 등 주요 배우들이 모두 남녀주조연상 후보에 오르면서 기대를 키웠던 작품이었으니 말이다.

기대와 호평과 달리, <아메리칸 허슬>은 1주일 뒤 개봉한 <노예 12년>보다 성적이 뒤처지며 '아카데미 효과'와는 작별을 고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박스오피스도 10위에 턱걸이 중이다.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 남우주연상 매튜 맥커너히의 이름값
국내 개봉일 : 3월 6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특별포스터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특별포스터 ⓒ 루믹스미디어


크리스찬 베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함께 치열한 3파전을 벌였던 남우주연상 부문에  매튜 맥커너히의 이름이 호명됐을 때, 이 영화의 국내 수입 관계자들 역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우연히 감염돼 30일 사형 선고를 받은 에이즈 환자의 절박한 상황과 불굴의 삶의 의지를 그린 이 영화가 '흥행성'이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저작권 이슈도 무시한 채 수상 순간을 담은 특별포스터를 배포하기도 했다. 개봉 전, 수입된 상영판의 스크린 비율 문제로 SNS 상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던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아카데미 효과'를 누릴수 있을까.
 
# <그래비티> - 올해의 승자, <겨울왕국> - 천만의 위엄
국내 개봉일 : 2013년 10월 17일(<그래비티>), 1월 16일(<겨울왕국>) 
흥행 성적 : 각각 319만, 1,008만명(개봉 중)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한 <그래비티>와 <겨울왕국>의 포스터.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한 <그래비티>와 <겨울왕국>의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코리아, 디즈니


감독상에 알폰소 쿠아론의 이름이 호명된 순간, <그래비티>는 '올해의 승자' 자리를 굳혔다. 촬영상, 편집상, 시각효과상, 음악상 등 6개 기술부문을 휩쓴 것에 더해 감독상까지 가져가면서 기술적 혁신과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4년 전 <블라인드 사이드>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산드라 블록은 살짝 아쉬웠겠지만.

국내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그래비티>는 최근 IPTV 및 영화 VOD 시장에서 선전 중이다. 최신 집계에서 7위에 랭크된 <그래비티>는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차트에서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5일엔 13개 스크린에서 555명을 동원해 박스오피스 18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한편, 예상대로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챙긴 <겨울왕국>은 계속해서 국내 흥행 기록을 작성 중이다. 최초로 '애니메이션 천만'이란 대기록을 작성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순위권에 머물며 6일 현재 박스오피스 6위를 차지했다. <그래비티>와 같이 IPTV 및 VOD 시장에서 동시 상영 중인 <겨울왕국>의 최종 결과에 영화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인사이드 르윈>,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 조용한 흥행몰이
국내 개봉일 : 1월 29일, 2월 20일
흥행 성적 : 각각 10만 2천, 4만 4천명.

 <인사이드 르윈>과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포스터.

<인사이드 르윈>과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포스터. ⓒ 블루미지, 엣나인필름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음악영화 <인사이드 르윈>(음향믹싱상 부문)과 <어네스트와 셀레스틴>(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은 장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명장' 코엔 형제가 최초로 음악영화에 도전한 이 작품은 최근 소규모 개봉 영화 흥행작인 <마지막 4중주>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보다 빠른 34일 만에 10만을 돌파했다.

더욱이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코엔 형제의 역대 최고 흥행기록이라는 점도 꽤나 흥미롭다. 프랑스산 애니메이션 <어네스트와 셀레스틴> 역시 아기자기한 그림과 캐릭터, 잔잔하지만 울림이 큰 메시지를 바탕으로 개봉 한 달 반여 만에 4만 돌파라는 남다를 성과를 냈다.

#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더 그레이트 뷰티> - 개봉 예정작
국내 개봉일 : 4월, 6월 예정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과 <더 그레이트 뷰티>의 스틸 사진.

영화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과 <더 그레이트 뷰티>의 스틸 사진. ⓒ 영화사 조제, 영화사 진진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과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더 그레이트 뷰티>는 각각 4월과 6월 개봉 예정이다. <서칭 포 슈가맨>을 잇는 또 하나의 음악 다큐멘터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작년 선댄스 영화제작으로 20세기 팝음악계를 지탱했던 백업 가수들의 삶에 카메라를 가져갔다.

골든글러브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석권한 <그레이트 뷰티>는 <일 디보>로 제6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던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신작으로 40년 전 쓴 소설 한 편이 고작인 상류층 소설가의 로마에서의 일상을 흥미롭게 조명한 작품으로 평가 받고 있다.    

아카데미상 노예 12년 그래비티 아메리칸 허슬 겨울왕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