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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의원들이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실시한 주민설문조사에서 유리한 질문과 답변을 구성하는 편법을 동원했더라도, 의정비 인상이 관련 법령 절차 등에 어긋나지 않았다면 이미 지급받은 인상된 의정비는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서울 성동구의회는 2007년 10월 2008년도 의정비(의정활동비+월정수당)를 연 5550만 원으로 대폭 인상해 의결했다. 의회는 특히 월정수당을 종전의 152만 원에서 무려 132%나 증가된 352만 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하고, 2008년 1월부터 인상된 수당을 지급했다.

이에 성동구 주민 326명은 "성동구의회 의원들에게 월정수당 352만 원을 지급하는 것에 관한 사무처리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해친다"는 등의 이유로 2008년 6월 서울시장에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주민들은 특히 의정비 인상에 관한 주민의견 설문조사의 문항 중 적정 의정비를 묻는 4번 문항(현재 성동구의 경우 의정활동비 및 월정수당을 통하여 월 평균 262만 원, 연 3146만원을 받고 있습니다. 귀하는 구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의정비가 금액상으로는 어느 정도 수준이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에서는 답변항목으로 전년도 의정비에 비해 27%에서 91%까지 인상된 총액만을 제시함으로써 의정비 인상에 유리하도록 문항 및 답변을 짰다고 주장했다.

감사를 벌인 서울시는 "성동구청이 의정활동비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선정과 월정수당 인상과 관련해 시행한 주민여론조사 절차가 적절하지 않았고, 월정수당 인상률도 재정자립도 등을 고려해 반영하지 않았다"며 담당 공무원에 대한 훈계·주의를 내용으로 하는 신분상 조치를 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성동구 주민들은 "서울시의 조치가 구의원들에게 이미 지급한 월정수당을 환수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포함되지 않아 재정상 손해를 회복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에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개정 조례는 위법·무효"라고 주장하며 "지급된 월정수당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서태환 부장판사)는 2009년 6월 성동구 주민 326명이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주민소송(부당이득반환)에서 원고 승소 판결하며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김용덕 부장판사)는 2011년 2월 "심의위원회 심의과장에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주민들의 상고로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서울 성동구 주민 326명이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주민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의정비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선정절차가 규정에 엄격히 부합하지 않더라도 심의회의 구성에 다양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취지를 실질적으로 훼손했다고 평가할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해당 심의회의 의결이 위법하다거나, 이를 기초로 한 의정활동비 등에 관한 조례가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피고가 위법하게 심의위원을 위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위법 무효라는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수긍이 간다"고 말했다.

또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심의회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ARS 여론조사 방식으로 지역주민 1000명을 상대로 의견조사를 실시한 점, 설문이 의정활동비 인상 취지임을 알 수 있도록 한 점 등과 관계 법령 규정상 심의회가 의정활동비 등을 결정함에 있어 지역주민 의견수렴절차에서 얻어진 결과를 참작해야 하나, 반드시 그 결과에 구속된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심의회가 시행한 지역주민 의견수렴절차가 위법하고, 나아가 이에 근거한 조례가 위법·무효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의정활동비 상한액 결정이 위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심의회가 '의정활동비 등의 상한액'을 결정한 경우 그 결정 과정에서 주민들의 정서나 여론조사 결과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도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것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볼 정도에 이르지 않았다면, 심의회가 행한 '의정활동비 등의 상한액' 결정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의회가 지역주민의 소득수준, 지방공무원 보수인상률, 물가상승률 및 지방의회 의정활동실적 등을 고려한 것이 분명하고, 지방의원의 유급제 도입취지와 현실을 반영해 월정수당을 상당히 인상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적절한 금액의 보수를 찾는다는 점에서 심의회의 월정수당을 포함한 '의정활동비 상한액' 결정이 지역주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나 도시근로자인 지역주민의 연 평균 가구소득 등에 비춰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수긍이 간다"고 판단했다.

한편, 대법원은 성북구 주민 325명과 은평구 주민 296명이 제기한 같은 취지의 주민소송(부당이득반환)에서도 모두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방의회, #의정활동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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