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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자욱한 안갯속이다. 과연 정규리그 우승팀과 플레이오프(PO) 진출 팀은 언제나 결정될 수 있을까.

2013~2014 NH농협 V리그 남자부가 막판까지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달아난다 싶으면 곧바로 따라잡거나 역전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변수가 워낙 많다 보니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한 상태다. 우리 팀의 경기도 중요하지만 상대 팀의 경기 결과까지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다른 팀의 불행은 나의 행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V리그 정규리그는 오는 16일이면 끝난다. 이제 각 팀별로 3~4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보통 때 같으면 지금쯤 우승팀 정도는 확정돼 주전들 체력 관리에 들어갈 시기다. 작년 시즌에는 마지막 6라운드 들어가기도 전인 2월에 삼성화재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해버렸다.

그러나 올해는 마지막 5라운드 중반이 넘어섰는데도 정규리그 우승팀도, 플레이오프에 나갈 팀도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게 없다. 준플레이오프마저 열릴 수 있을지 없을지 오리무중이다. 팀 간 승점 차이도 초박빙이어서 자칫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최종 순위가 결정될 수도 있다.

10년째인 V리그에서 이처럼 시즌 막판까지 대혼전으로 전개된 적이 없다. 팬들은 끝까지 흥미롭게 배구를 볼 수 있어 즐겁지만, 감독과 선수·구단 관계자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상위권 팀 감독들은 "매 경기 죽을 맛이다"고 토로할 정도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 결정될 수도

4일 현재 1위 삼성화재(59점)와 2위 현대캐피탈(58점)은 승점 차이가 1점밖에 나지 않는다. 두 팀은 3경기씩 남겨놓고 있다. 오는 9일 천안에서 열리는 현대캐피탈-삼성화재 맞대결에서 정규리그 우승의 향방이 가려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승점 차이가 초박빙인데다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두 팀이 다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3위 대한항공과 4위 우리카드의 PO 전쟁은 우리카드가 1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 승점 차이가 2점밖에 안 된다. 이 두 팀은 준플레이오프 개최 여부까지 걸려 있어 더욱 점치기가 어렵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 경기(대한항공-러시앤캐시)에서 최종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올 시즌은 3위와 4위의 승점 차이가 3점 이내일 경우에는 준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남자부가 7개 팀으로 늘어나면서 생겨난 제도다. 다만 1~2위 팀과의 형평성 등을 감안해 3-4위의 승점차가 3점 이내로 박빙일 경우에만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도록 규정했다.

준플레이오프는 18일 3위팀 홈구장에서 단판으로 치른다. 이 1경기만으로 4위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3위팀은 시즌을 접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3위팀은 준플레이오프를 아예 없애버리기 위해 4위팀과 4점 이상으로 벌려야 하고, 4위팀은 3점 이하로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텨야 한다.

그러나 정작 상위권 팀들을 공포에 떨게 만드는 요소는 따로 있다. 바로 '하위권답지 않은' 러시앤캐시와 '꼴지 같지 않은' 한국전력 때문이다. 두 팀의 현재 순위는 7개팀 중에서 6위와 7위다. 러시앤캐시는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둘 경우 준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신생팀으로서 경기마다 기복이 큰 게 단점이다. 한국전력은 6승밖에 거두지 못 했다. 준플레이오프도 이미 좌절된 상태다.

이쯤 되면 상위권 팀들은 이들 팀을 만날 때 승리는 당연하고, 쉬어가는 타임으로 여기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팀이나 배구팬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상위권 팀들보다 더 부담스럽고, 더 무섭다. 두 팀이 언제라도 상위권 팀들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경기력이 더 안정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우승·PO?... '공포의 하위팀' 러시앤캐시와 한국전력에게 물어봐!

치열한 순위 싸움에서 하위 팀에게 패배는 치명상에 가깝다. 실제 1위 삼성화재는 4라운드 중반 러시앤캐시에 0-3 완패를 당하고, 5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전력에게 3-2 풀세트 접전으로 승점을 내주면서 우승 전선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우리카드는 지난 2월 27일 러시앤캐시에 0-3 완패를 당하면서 플레이오프 진출이 위태롭게 됐다.

살엄음판 우승 다툼을 하고 있는 현대캐피탈도 5라운드 한국전력과 경기에서 진땀을 빼야 했다. 비록 3-1로 이기긴 했지만, 경기 내용은 팽팽했다. 한국전력 구단과 팬들은 치고올라갈 만한 타임에 오심이 잇따라 나오면서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트릴 정도다. 그러나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한국전력은 지난 1일 준플레이오프 희망을 이어가던 LIG를 3-0으로 완파하며 벼랑 끝으로 내몰고 말았다.

이런 기세라면 정규리그 우승과 PO 진출은 러시앤캐시와 한국전력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언제 어느 팀의 희망을 또 앗아갈지 모르는 공포의 팀들이다. 게다가 두 팀 모두 '역대급 신인'들이 등장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인들 보는 재미가 쏠쏠한 팀들이다. 올 시즌 프로배구가 끝까지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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