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선물' 공식 포스터

▲ '신의 선물' 공식 포스터 ⓒ SBS


이제 막 시작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이 뭔가 심상치 않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구조, 다양한 인물들의 수상한 낌새 등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의 향방을 짐작조차 하지 못하게 만듦으로써 커다란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고 있는 것.

이 드라마는 <내 딸 서영이>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이보영의 차기작인데다, <마의> 이후 뮤지컬 등에서 활약하던 조승우까지 합세함으로써 이미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첫 회인 탓이었을까? 3일, 첫 방송의 초반은 빠른 장면 전환과 수많은 인물들의 등장으로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면서 전체적으로 정리되지 못한 인상을 주었다. 하지만 후반으로 가며 주요 사건이 전면에 본격 부상하면서 이어질 이야기들에 바짝 귀를 기울이게 만들었다.  

주변 모든 것들이 두려움의 대상, 시청자 이끈 것은 현장감

대개 우리는 일이 터진 후에야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사실은 사건의 단초가 되었던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무심코 지나쳤던 장소나 인물들의 표정이 실은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차리기도 한다.

시사프로 방송작가 김수현(이보영 분)과 인권변호사 한지훈(김태우 분)이 바로 그렇다. 그들은 딸 한샛별(김유빈 분)을 키우는 평범한 부부다. 이들은 누가보아도 부러워할만한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1회 마지막, 샛별이 납치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은 그들 앞에 놓인 가혹한 운명, 그리고 그들을 향한 어두운 그림자를 드러냈다. 그것은 그들을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공포로 다가 온다. 그것이 무작위의 누군가가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그 대상이 바로 우리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신의 선물>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수많은 사건들이 유사한 형태로 극화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일 등은 매우 아이러니한 일이다. 만일 우리에게 그러한 일들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두 눈과 귀를 제대로 열고 감상할 수 있을까?

그것은 조심스럽지만 이렇게도 해석할 수 있겠다. '남의 이야기'니까 들어줄만한 이야기, 그러나 '나의 이야기'가 되면 전혀 받아들이기 힘든 고통스러운 것. 한낱 드라마에서 별 얘기를 다 한다 나무랄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속성에 관해 파고들어가자면 아주 틀린 얘기는 아닐지도 모른다. 

<신의 선물>의 '선물', 잊고 있었던 가치 환기시키길

'신의 선물' 김수현과 그의 딸 한샛별에게 닥칠 비극을 예고하는 한 장면이다.

▲ '신의 선물' 김수현과 그의 딸 한샛별에게 닥칠 비극을 예고하는 한 장면이다. ⓒ SBS


일상의 많은 것들을 의심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가능한 일도 아니거니와, 또 그것처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과 사물에 대해 대개는 믿으며 살아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 이상은 능력의 범주 안에 있지 않으므로. <신의 선물>이 주는 긴장감과 공포는 바로 그러한 점을 비트는 데 있다. 주변의 많은 것들이 사실은 평범한 일상을 깨부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신의 선물>, 보기에 편안하지 않다. 이렇게 불편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아무 생각 없이 웃을 수 있거나, 사랑, 결혼, 이혼 등 우리 곁의 소소한 문제들을 다룬 흥미로운 드라마들이 도처에 넘쳐나고 있는데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삶에서 어떠한 일들을 맞닥뜨릴지 알 수 없지만, 정말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후회하게 될 수도 있는 많은 것들, <신의 선물>이 그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 줄지도 모르겠다고.

부부간의 신뢰, 자녀에 대한 사랑 등 가족 내의 가치들도 있겠고, 더 나아가 한 사회를 이루는 데 필요한 가치들도 열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평범한 일상에서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그러한 점에서 보자면 <신의 선물>은 그냥 흘려버릴 드라마는 분명 아니다.

이 드라마에서 '선물'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이제 막 뚜껑을 연 드라마에서 많은 것을 유추해내기는 어렵지만,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커다란 메시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우리가 잊고 있는 많은 것들, 쉽게 무시해버리거나 간과할 수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한 자그마한 초인종, 그 역할을 <신의 선물>에 조심스레 바라본다.

신의 선물 14일 이보영 조승우 김태우 김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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