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올림픽에서 새로운 기대종목으로 주목받은 스피드스케이팅. 이번 소치에선 이상화(서울시청) 등 빙속 3총사를 비롯해, 새로운 팀추월 메달까지 탄생했다. 애초 기대했던 예상엔 기대에 조금 못 미쳤지만 또다른 종목에서 메달이 나오면서 평창을 앞두고 희망과 과제를 동시에 안았다.

빙속 3총사, 이들의 건재함은 여전했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과 주형준이 22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국 남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승훈과 주형준이 22일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결승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밴쿠버에서 함께 메달을 따낸 '빙속 3총사' 이상화, 모태범, 이승훈(이상 대한항공)의 활약은 소치에서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상화는 많은 이들의 기대와 부담 속에 출전했지만 결국 올림픽 신기록을 내면서 2연패를 달성해 단거리 최강자의 입지를 또다시 굳혔다. 이상화는 1, 2차 레이스에서 모두 맨 마지막에 출전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1차 레이스 37초 42, 2차 레이스 37초 28로 최종 합계 74초 70이라는 새로운 기록으로 2연패에 성공했다. 0.01초 차이로도 순위가 갈리는 단거리 종목에서 올림픽 정상을 2번이나 오른 건 분명 엄청난 일이다.

모태범은 500m 4위를 기록해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기록에 있어서는 분명 뒤지지 않았다. 모태범은 69초 69라는 기록으로 밴쿠버올림픽 보다 0.2초 정도 줄였지만 네덜란드의 기세는 철옹성 같았다. 비록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모태범은 2년간 이어졌던 부진을 털어내고 소치에서 최고의 레이스를 보여줬다.

이승훈은 5000m와 10000m에 대한 아쉬움을 팀추월에서 깨끗이 만회했다. 이승훈은 개인전에선 네덜란드의 텃세와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당초 목표에 못 미치는 기록을 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가장 기대를 모았던 팀추월에서 예상대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은메달을 획득했다.

또 다른 개척지로 주목받은 팀추월

스피드스케이팅의 팀추월 경기는 유일한 단체전 경기다. 세명의 선수가 400m의 트랙을 8바퀴를 도는 경기로, 가장 마지막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매기는 경기다. 지난 2006년 토리노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 경기에서 우리나라는 올림픽 두 번째 출전만에 은메달을 따냈다.

밴쿠버올림픽까지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4년 동안 한국 빙속은 이 종목에서 조금씩 성과를 드러냈다. 짧은 기간 성과를 낸 요인은 팀추월을 출전하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이 모두 쇼트트랙에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전향했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에서 전향한 선수들의 대부분은 뛰어난 코너웍 실력을 가지고 있어 스피드스케이팅에 상당히 유리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에 은메달을 따낸 이승훈, 주형준, 김철민(이상 한국체대)은 모두 쇼트트랙 출신이었다. 개개인의 실력은 중하위권이지만 팀추월에서 만큼은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세계 최강 네덜란드 팀과 8바퀴 중 5바퀴 가량을 동등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여자 팀추월 팀은 월드컵에서 5위권의 성적을 꾸준히 내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아쉽게 올림픽에선 강팀 일본과 만나 예선전 대진운이 조금 좋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계속 좋은 성적을 내왔던 만큼 평창에서의 활약은 분명 기대된다.

새로운 유망주 발굴과 시스템 필요한 시점

하지만 한국 빙속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선 빙속 3총사 이외에 새로운 선수 발굴이 시급하다. 아직까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들에게 의지하는 것이 크다. 이들 이외에 여자 중거리에선 김보름(한국체대)이 3000m에서 13위를 기록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그 외에도 여자 단거리에는 박승주(단국대), 김현영(한국체대)이 도전했고, 남자 단거리엔 김준호가 생애 첫 올림픽에 도전했다.

이들이 세계적인 기량의 선수들로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현재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빙상훈련을 할 수 있는 링크장은 태릉에 있는 국제스케이트장이 유일하다. 그 외에 빙상장에는 스피드스케이팅 400m 트랙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해 국제 빙상장을 새로이 개관해 실내온도를 높이고 작은 쇼트트랙 링크까지 만들었지만, 빙질에 문제가 생기는 등 여전히 어려움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주니어까지만 해도 많은 선수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우수하다. 하지만 시니어 레벨에 올라오면서 외국 선수들과의 격차가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망주들의 성장이 평창까지 이어지기 위해선 시니어에서 도약하기 위한 육성책과 함께 환경에 대한 개선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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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스케이팅 소치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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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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