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논스톱>의 한 장면. 항공보안관 빌(리암 니슨 분)은 혼자서 누구인지 모르는 테러리스트를 찾아내야 한다.

영화 <논스톱>의 한 장면. 항공보안관 빌(리암 니슨 분)은 혼자서 누구인지 모르는 테러리스트를 찾아내야 한다. ⓒ 실버픽쳐스


* 기사에 영화 내용의 일부가 담겨있습니다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 돌아왔다.

어느 샌가 리암 니슨은 액션의 아이콘이 되었다. <테이큰>의 엄청난 성공으로 인해 이 환갑이 넘은 할아버지는 <다크맨>이나 <쉰들러 리스트> 등의 성격파 배우가 아니라 맷 데이먼이나 채닝 테이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액션 배우로 인식이 되어버렸다.

교통사고 후 깨어보니 '난 누구고, 여긴 어딘가'의 상황에 놓인 주인공을 맡은 스릴러 영화 <언노운> 이후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논스톱>은 작품 자체의 성향이나 홍보 측면에서도 <테이큰>을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납치 당한 비행기,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암으로 어린 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술에 의존한 채 살아가던 항공 보안관 빌 막스(리암 니슨 분)는 런던 행 항공기에 탑승한다. 철저하게 신분을 속이고 비행기에 탑승해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게 일인 그에게 문자 메시지가 도착한다. 1억 5천만 달러를 송금하지 않으면 20분마다 승객 한 사람씩을 죽이겠다는 것이다.

창가 자리를 고집하는 의문의 부인(줄리안 무어 분), 승무원 낸시(미셀 도커리 분), 뉴욕 경찰, 아랍인 의사, 심지어 기장과 부기장까지 비행기 안의 모두가 용의자다. 설상가상으로 비행기 안에서 자신의 과잉 수사를 찍은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TV 뉴스에서는 그가 테러리스트라고 보도하는 상황에 놓인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20분에 한 명씩 승객이 죽는다.

돈을 보내지 않으면 20분에 한 명씩 승객이 죽는다. ⓒ 실버픽쳐스


영화 초반부, 술에 의존한 초췌한 모습의 리암 니슨의 시점에서 영화가 시작함에 따라 그의 시점쇼트를 많이 보여준다. 심도가 낮은 클로즈 쇼트를 핸드헬드(카메라 혹은 조명 장치 등을 손으로 드는 것)로 찍은 장면들이 많은데 이런 연출로 인해 관객은 영화가 진행되는 중에 리암 니슨 역시 용의자 선상에 올릴 수도 있다. 조디 포스터 주연의 <플라이트 플랜>처럼 리암 니슨이 술과 피폐한 정신 때문에 착각을 하거나 정신분열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서스펜스를 자아내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극을 산만하게 하는 불필요한 연출이 될 수도 있다. 지나치게 동어반복적인 상황 역시 중후반부에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범인의 정체나 범행 수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인물들의 갈등이나 감정선에 개연성이 떨어지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마지막에 범인이 밝히는 범행 동기에서는 솔직히 실소가 나올 정도다. 때가 어느 땐데 아직도 9.11과 이라크 전쟁이라니!

액션과 스릴러 사이 갈팡질팡, 화끈함이 아쉬워

<본 아이덴티티>부터 유행한 제한된 공간에서의 맨손 격투기 장면에서는 환갑을 훌쩍 넘긴 리암 니슨의 투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행기 폭발이나 비상 착륙 등의 스펙터클이 볼 만하긴 하지만 액션은 어딘지 모르게 밋밋하고 추리가 주는 긴장감은 떨어진다. 과거 스티븐 시갈 '옹'의 <파이널 디씨전>이나 해리슨 포드 주연의 <에어 포스 원> 같은 화끈한 하이재킹(납치) 액션 영화로 가든가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밀도 높은 스릴러로 방향을 잡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물론 둘 다 나쁘지는 않지만 너무 욕심을 낸 나머지 주특기를 애매하게 잡은 상황이랄까? 짬뽕과 짜장면을 둘 다 잘 할 자신이 없으면 한 가지 메뉴만 팔아야 하는데, 짬짜면으로 손님을 공략하려다가 실패한 느낌이다. 물론 손님 입장에서야 아주 뛰어난 맛은 아니라도 짜장면과 짬뽕 둘 다 맛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다. 즉, 관객에 따라서 이 영화를 좋아할 수도 실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줄리안 무어는 혼자서 붕 뜨는 듯한 느낌이고, 리암 니슨이 맡은 빌 막스 캐릭터 또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다. 젊었을 적 라라 플랜 보일을 빼박은 미셀 도커리는 예쁘기는 하지만 수동적인 인물로 극의 진행에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하는 인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고군분투하는 리암 니슨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고군분투하는 리암 니슨 ⓒ 실버픽처스


<테이큰>이 성공했던 것은 화려한 액션신과 더불어 기존 액션 영화의 구출 플롯을 오히려 전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평범한 소시민(?)인 주인공이 아무런 위기 없이 단 한 번의 실패도 하지 않고 딸을 구한다는 내용이 자칫 허술한 삼류 영화의 그것으로 전락할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관객의 정서를 파고들어 관객으로 하여금 완전 몰입하여 볼 수 있게 하였다.

영화에서 리얼리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과거 우리가 람보나 코만도에 열광했던 것처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 영화 <논스톱>도 그런 과감한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논스톱>은 주인공 빌의 고뇌와 작전 수뇌부와의 갈등을 담아내어 이런 장르영화의 컨벤션을 그대로 따랐지만 지나치게 뻔한 상황 설정과 더불어 여객기를 격추하기 위해 출격하는 전투기, 시한폭탄, 권위적이었지만 결국 영웅적인 행동으로 멋지게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기장, 민폐 끼치는 승객 등 하이재킹 영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클리셰를 배치함으로써 단조로움을 피할 수 없었다.

 마지막 비행기 안에서의 총격전은 이 영화의 백미다.

마지막 비행기 안에서의 총격전은 이 영화의 백미다. ⓒ 실버픽쳐스


하지만 디테일한 항공기 세트와 안정된 촬영은 시원한 느낌을 주며, 누가 범인인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설정과 승객들이 죽어가는 과정 등은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트 특급살인> 같은 흥미를 준다. 고도 8천 피트 상공에서 비행기 폭발 후 무중력 상태에서의 총격전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언론시사회 분위기와 개봉 전 관객의 평점으로 보아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지만 <테이큰>을 생각하고 보는 관객이라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2월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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