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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
▲ <내 아내에 대하여> 겉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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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동쪽 바다에는 펨바(Pemba)라는 이름의 작은 섬이 있다. 탄자니아의 수도인 다르예스살람의 동쪽에 있는 섬 잔지바르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섬이다.

예전에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지금도 그곳에서는 매년 투우 경기가 열린다. 농장에서는 정향과 쌀, 야자나무, 코코넛, 망고를 재배한다.

야생동물로 박쥐와 몽구스, 원숭이도 있다. 이런 동물들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머물기에 참 좋은 곳이다. 당연히 해산물도 풍부하다. 문어와 킹피시, 왕새우 등등.

이런 곳에서 남은 인생을 살면 어떨까. 해먹에 누워서 편안히 바다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거나, 아니면 나무로 만든 방갈로에 앉아서 책을 읽으면서 하루를 보낼 수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커피 대신에 상큼한 파파야 열매를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하루종일 업무에 쫓길 필요도 없고 상사에게 잔소리 들을 일도 없다.

아프리카 동쪽의 작고 한가한 섬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2010년 작품 <내 아내에 대하여>에 등장하는 인물 셰퍼드 내커는 뉴욕에 살면서 자신의 제 2의 인생으로 펨바를 꿈꾼다. 그는 기업형 만물수리상의 직원으로 평소에 고객들의 불만전화를 접수하고 문제가 생기는 곳에 달려가서 수리를 해준다. 고객들과의 문제가 끊이지 않지만 그때마다 참으면서 고객들을 만족시킨다. 자신에게는 펨바가 있으니까.

셰퍼드는 그동안 일하면서 모아둔 돈으로 처자식과 함께 펨바로 떠나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싼 물가의 섬인 펨바에 가면 남은 인생동안 일을 안하고도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들이 펨바에서 어떻게 학교교육을 받을지, 그곳에서 아프거나 심각한 병이 생기면 어떻게 할지 등은 나중의 문제다. 단지 미국 사회에서 주는 온갖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남은 인생을 그곳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펨바로 가려고 계획 중이던 그때에 셰퍼드는 자신의 아내 글리니스가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글리니스는 '복막중피종'이라는 희귀 난치암에 걸렸고, 이 병을 완치시키기는 힘들지만 최소한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해서는 백만 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셰퍼드는 어떻게 펨바로 떠날 수 있을까.

외딴 섬으로의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

많은 사람들은 '두 번째 삶'을 원한다. 그 삶은 직업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고 사는 곳을 바꾸는 것일 수도 있다. 셰퍼드 처럼 어딘가로 떠나는 것일 수도 있다. '펨바'는 그러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펨바의 인구는 약 30만명이고 외국인들은 극소수다. 일 년 내내 관광객이 아주 적고 그 이유는 그 섬이 찾아오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외부인들이 닿기 어려운 곳이고, 그만큼 자기가 그 섬을 떠나기도 힘들다는 의미다.

지금 살던 곳을 벗어나면 아쉬운 것들도 있다. 그곳에는 초고속 인터넷도 흔하지 않을테고 스마트폰이 펑펑 터지지 않을 수도 있다. 24시간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도 없을지 모른다. 급할 때 달려갈 응급의료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기는 좋지만, 미국에서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의 상당수가 그곳에는 없을 수 있는 것이다.

떠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의문이다. 힘든 현실을 떠나서 도피했다고 손가락질을 할 수도 있고, 사회에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래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러워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가 떠났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자기만의 '펨바'를 꿈꾸면서 산다.

덧붙이는 글 | <내 아내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내 아내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지음, 박아람 옮김, 알에이치코리아(RHK)(2013)


태그:#내아내에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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