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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이 며칠 전에 관람객 천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부산에서 세무변호사로 꽤나 잘 나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생을 바꾸어놓은 부림사건. 5공화국 신군부의 용공조작의 하나였던 이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은 첫 장면에서 영화는 허구라고 밝힌다. 그러나 1980년대를 살아온 어느 누구도 이 영화를 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니 사실이 그렇다. 국밥집 아들 준우가 부림사건의 피해자와 동일 인물이 아니라는 것 외에는 대부분이 노 전 대통령의 실화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을 모른다고 하여도 이 영화는 재미있다. 그리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5000만 대한민국 국민 중 1000만이 영화를 봤다는 것 자체가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혹자는 영남의 '박정희 신드롬'을 빗대어 '노무현 신드롬'이라 하고, 보수꼴통들은 '노빠들의 반란'이라고까지 한다. 그러나 '노빠'가 아닌 나도 이 영화가 재미있었다.

"내게 국가란..."이란 대목에서 배우 송강호의 절규는 이 영화의 압권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와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외침은 바로 이 시대 저 위정자들을 위한 항변이다.

그렇기에 노무현을 기억하지 못해도 좋다. 군사 독재권력이 조작한 용공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변호사 송우석의 몸부림은 이 시대에도 있어야할 저항이다. 아니 민주공화국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하는 용기 있는 자의 행동이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의 관람을 권한다. "<변호인>의 최고 변호인은 다름 아니라 바로 관객 여러분들입니다"라는 배우 송강호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개인적으로는 1000만이 아니라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의 모든 국민이 봐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는 되지 않더라도, 한국영화 사상, 아니 국내 상영영화 사상 최다 관객의 수치를 갈아치우기를 기대하며 제작자와 스탭, 연기자 그리고 이 영화와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영화에는 옥에 티도 살짝 있다.

옥에 티 하나

국밥집 아들 준우가 경찰에 끌려가기 전 야학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칠판에는 피천득의 수필 <인연>이 적혀 있고, 준우는 교과서를 읽는다. 바로 칠판에 적혀 있는 그 수필 내용이다. 그러나 야학의 누나, 아줌마들은 수필 <인연>에는 관심이 없다. 모두들 준우의 모습을 바라보며 농담을 던진다.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들려달라고. 수필이 바로 그런 내용이기에 그렇다.

피천득의 수필 <인연>은 제4차 교육과정, 고등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다. 그러니 실제 부림사건이 일어난 1981년 9월과 시대상황이 맞는 설정이다.

야학에서 강의하는 준우
 야학에서 강의하는 준우
ⓒ 변호인공식싸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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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준우가 손에 들고 읽는 책, 학생들이 책상 위에 펼쳐놓은 혹은 덮어놓은 책은 1학년 교과서가 아니라 3학년 것이다.

 진우가 강의하는 고교 3학년 국어교과서
ⓒ 변호인공식싸이트

결국 선생은 칠판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피천득의 수필 <인연>을 적어놓은 채, 3학년 국어책을 들고 1학년 국어 교과서 내용을 읽어가면서, 학생들은 3학년 국어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셈이다.

나는 영화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왜 이런 것이 눈에 보일까. 식자우환(識字憂患), 즉 아는 것이 정말 병일까? 어쨌든 <변호인>이 천만 관객을 넘어 우리 영화사상 최다관객 동원했으면 한다. 그만큼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바로잡습니다
애초 이 기사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군의관(중위), 보안사 간부(대령)의 군복 계급장이 당시 실제의 계급장과 다르다고 적시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에 다시 확인한 결과 군복 계급장은 1980년 9월에 변했고, 결국 <변호인>에 등장하는 계급장 모습은 실제와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이에따라 관련 내용은 수정, 삭제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영화 <변호인> 측에도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저의 블로그에 게재한 글입니다.
http://lby56.blog.me/150184020428



태그:#옥의티, #변호인옥의티, #피천득수필인연, #고1국어교과서, #육군계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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