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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전지현이 13년 만에 드라마 복귀작으로 선택한 이 드라마는 20% 중후반대의 높은 시청률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전지현으로선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선택을 한 셈이다.

전지현의 승승장구를 보노라니 생각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작년 이맘때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송혜교다.

'태혜지 시대'의 라이벌, 전지현과 송혜교

 KBS 2TV 드라마 <가을동화>(2000)의 송혜교.

KBS 2TV 드라마 <가을동화>(2000)의 송혜교. ⓒ KBS


한때 '태혜지'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미녀 3인방인 김태희-송혜교-전지현을 일컫는 말이다. 이 중에서도 송혜교와 전지현의 인기는 독보적이라 할 만큼 남다른 데가 있었다. 톱스타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광고계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을 뿐 아니라 각자의 활동 영역에서 대중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태혜지 시대'는 전지현과 송혜교의 라이벌 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2000년대 초반 TV 브라운관 속 최고의 히로인은 누가 뭐래도 송혜교였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받은 그는 곧이어 윤석호 PD의 <가을동화>를 통해 정극 연기자로 발돋움하는데 성공한다. 그 후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수호천사><호텔리어><올인><풀하우스> 등 송혜교가 출연한 작품은 30~5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최진실-김희선의 계보를 잇는 새로운 드라마 여왕의 탄생이었다.

특히 송혜교가 원톱으로 나서다시피 했던 드라마 <풀하우스>는 한국 뿐 아니라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공전의 히트를 치며 그를 한류스타로 우뚝 세우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드라마 속 발랄하고 유쾌한 캐릭터를 자신의 색깔로 소화했던 송혜교는 당시 대중에게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배우로 자리매김 했다. 송혜교하면 으레 떠오르는 '톡톡 튀는 유쾌함'도 바로 <풀하우스>의 대성공으로부터 비롯된 이미지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의 전지현.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의 전지현. ⓒ 신씨네


송혜교가 TV 드라마의 여왕이었다면, 전지현은 충무로가 사랑한 여배우였다. 1999년 드라마 <해피투게더>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그는 2000년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통해 전국구 스타로 성장한다. 차태현과 공동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에서 전지현은 긴 생머리와 깨끗한 피부로 남성 관객들을 사로잡은 한편, 예측 불가능한 독특한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영화 한 편으로 단박에 '충무로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것이다.

전지현은 이미지 관리에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송혜교가 친근함을 강조한 여배우였다면, 전지현은 최대한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간직하기 위해 노력한 스타였다. 당시 심은하, 이영애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퍼졌던 신비주의 마케팅을 선택한 그는 철저한 이미지 메이킹과 대중 노출 전략으로 누구에게도 침범 받지 않는 막강한 스타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엽기적인 그녀> 이후, <4인용 식탁>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데이지> 등의 흥행 실패에도 그가 끝까지 '스타 전지현'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마이너 택한 송혜교, 대중에게 모습 드러낸 전지현

그러나 빛이 강한만큼 그림자도 짙었다. 2000년대 후반, 전지현과 송혜교는 나란히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송혜교는 야심차게 도전한 영화 <파랑주의보><황진이>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한물갔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전지현은 흥행 실패와 각종 추문에 시달리며 이미지에 손상을 입었다. '태혜지 시대'의 양대 축이 한꺼번에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송혜교와 전지현은 각각 극과 극의 선택지를 꺼내들었다. 송혜교의 선택은 '이미지의 전복'이었다. 그는 <풀하우스>로 대표되는 '트렌디 드라마의 여왕'이란 타이틀을 과감히 반납했다. 발랄하고 유쾌한 이미지를 소모하는 대신 여배우로서 의미 있는 필모그래피를 만드는데 집중했고, 대중적인 작품 대신 노희경 작가, 이정향 감독 등과 호흡하며 작가주의에 심취했다.

물론 성장통도 있었다. 여전히 <풀하우스>의 송혜교를 사랑했던 대중은 송혜교의 갑작스런 변신에 당황했고, 그의 작품을 예전만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송혜교가 추구하는 길과 대중이 원하는 방향이 파열음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는 없었다. 이 시기 송혜교는 자신의 정체성을 '마이너 성향'으로 규정지었다. 대중적 인기를 포기하더라도 자기 색깔을 확실히 찾겠다는 일종의 출사표였다.

노희경과 첫 호흡을 맞춘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송혜교가 선택한 작품은 상업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손수범의 <페티쉬>, 유키사다 이사오의 <카멜리아>, 이정향의 <오늘>, 왕가위의 <일대종사>에서 송혜교는 한결같이 대중의 기대를 배반하며 '마이웨이'를 선택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2012년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배우 송혜교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배우 송혜교 ⓒ (주) 바람이분다


노희경이 집필을 맡고, 조인성과 투톱으로 나섰던 이 드라마에서 송혜교는 한층 깊어진 눈빛과 섬세한 연기력으로 대중의 열광적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고, 지금껏 그를 규정했던 수많은 수식어와 편견 역시 극복해냈다. 연기자에게 누구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노희경조차 "송혜교의 연기에 내가 졌다. 분하지만 오영 캐릭터의 성과는 오로지 송혜교의 차지다"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송혜교의 진정성 있는 승부수가 드디어 빛을 발한 것이다.

송혜교가 이미지 전복과 마이너 성향의 작품선택으로 제 2의 전성기를 구가했다면, 반대로 전지현은 대중이 원하는 이미지를 복원하고 보다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작품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그를 옭아맸던 무거운 신비주의의 장막에서 벗어나 출세작 <엽기적인 그녀>가 만들어 준 독특하면서 싱그러운 이미지를 여러 작품에서 반복 차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1인 기획사 설립과 결혼 이후, 사생활 문제에서 한결 가벼워진 전지현은 영화 <도둑들>의 예니콜 캐릭터를 통해 대중의 눈길을 다시 한 번 사로잡았다. 욕까지 섞어가며 할 말 다하고 모든 일에 적극적인 예니콜은 대중이 원하던 전지현의 이미지와 일맥상통한 최적의 캐릭터였다.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이 영화를 통해 전지현은 비로소 10년 가까이 멀어졌던 대중 곁에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었다.

 영화 <도둑들> 속 최후 승자 예니콜(전지현 분)

영화 <도둑들>의 전지현. ⓒ 케이퍼필름


전지현의 이미지 전략도 급격한 변화를 맞이했다. 인터뷰를 꺼리고, 최소한의 대중 노출만을 추구했던 전지현은 사라지고 제작발표회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농담을 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언론 인터뷰를 즐기는 전지현만이 남았다. 그는 일부러 신비주의를 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다시 시험대에 올라선 만큼 제대로 배우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과거와는 180도 다른 성향의 배우로 재탄생 한 것이다.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드라마 컴백을 결정한 것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내조의 여왕><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가 집필을, <뿌리 깊은 나무>의 장태유 PD가 연출을 맡은 <별에서 온 그대>에 합류를 결정한 전지현은 코믹과 멜로를 넘나드는 유려한 연기력으로 안방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15년간 변함없는 긴 생머리와 뽀얀 피부를 자랑하며 매력적인 톱스타 천송이를 절묘하게 그려내는 그를 보노라면 <엽기적인 그녀>의 재림을 보는 듯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2000년대 광고계를 양분하며 라이벌 전을 펼쳤던 송혜교와 전지현은 이렇듯 극과 극의 방법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그들에게 같은 점이 있다면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어엿한 30대 대표 여배우로 성장한 두 여배우가 예전에도 그랬듯이 각자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자리를 지켜나가기를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바라본다.

전지현 별에서 온 그대 송혜교 그 겨울,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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