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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소재 부평미군기지(이하 캠프마켓) 주변 지역이 석유계탄화수소와 다이옥신 등으로 오염된 것이 몇 차례 확인된 가운데, 3차 2단계 환경기초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부평구가 2012년에 실시한 1차 1단계 환경기초조사 결과를 반영한 내용이다.

최근 입수한 이번 조사 결과 자료를 보면, 캠프마켓 주변지역이 석유계탄화수소를 비롯한 유해물질에 의해 상당히 오염된 것으로 다시 확인됐다.

조사 결과, 토양과 지하수에서 납·구리·아연·니켈 등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유류 물질인 석유계탄화수소와 자일렌(xylene: 벤젠고리에 메틸기(-CH3) 2개가 결합해있는 구조의 방향족탄화수소. 주로 인쇄·고무·가죽 산업에서 용매로 사용된다)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토양 오염 면적은 3440㎡(부피 583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하수 조사에서도 2개 지점에서 석유계탄화수소와 납 등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다만, 환경부는 유해물질과 다이옥신과의 상관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벤젠고리 두 개 이상을 가지는 방향족 화합물로 독성을 지닌 물질이 많고 일부 발암물질로 알려짐) 중 다이벤조에이에이취안트라센(Dibenzo[a,h]anthracene: 발암물질의 하나) 항목은 선별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평미군기지와 인접해 있는 부영공원. 토양과 지하수가 상당히 오염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시사인천 자료사진>
 부평미군기지와 인접해 있는 부영공원. 토양과 지하수가 상당히 오염돼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시사인천 자료사진>
ⓒ 한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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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성 물질들 종합적인 상관관계 조사해야"

환경부가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과의 상관성이 낮다고 밝혔지만, <시사인천>이 분석한 결과 상관성이 낮지만은 않다.

환경부는 다이옥신을 비롯한 유해물질의 독성 크기를 측정하기 위해 바이오어세이(Bioassay: 생물학적 검정) 방법으로 조사했다. 부영공원과 디아르엠오(DRMO: 캠프마켓 내 폐기물 처리소) 주변 토양의 다이옥신과 유해물질의 상관관계는 0.964로 나왔다. 상관관계가 '1'과 가까울수록 높다는 뜻이다. 또한 펜타클로로페놀(PCP=유기 염소계의 살충제)의 상관관계는 0.4783으로 나타났다.

해당 분야의 한 전문가는 "환경부의 이번 조사는 한 가지 (독성)물질과의 관계를 보여준 조사에 불과하다. 전체적인 독성은 어느 하나에 의해서 나타날 수 없고, 동시에 합쳐져 나타날 수도 있다"며 "다이옥신, 펜타클로로페놀, 폴리염화비페닐(PCBs: 발암물질의 하나) 등의 독성 물질을 종합한 상관관계를 조사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독성 물질들의 농도가 그렇게 높게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상관관계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부평구는 이러한 오염 원인과 후속조치와 관련해 "캠프마켓 내부 오염의 확산과 과거 군사기지 활동에 의한 영향으로 추정되는데, 캠프마켓 내부 오염의 확산에 의한 영향 등을 판단하기 위해 내부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또한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에 의한 경작 금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캠프마켓 주변지역 토양과 지하수의 유해물질에 대한 조사였으며, 조사 항목은 토양의 경우 석유계탄화수소와 납·아연·구리 등이었다. 지하수는 특정 유해물질 15가지를 생활용수기준으로 조사했으며, 유해물질 항목엔 다이옥신, 펜타클로로페놀, 폴리염화비페닐, 다핵방향족탄화수소가 포함됐다.

토양 40개 지점에서 시료 200개를 채취했으며, 유해물질 조사는 1단계 환경기초조사 지점에 근거해 18개 지점에서 시료 36개를 채취했다. 지하수는 11개 지점에서 시료를 2회 채취했다.

부평구는 민관공동조사단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뒤 각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염 토양의 정화 방안은 환경부·국방부와 협의해 결정하고, 오염 지하수에 대해서는 별도로 전수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환경부, 조사진행-결과분석 과정 공개 안해"

환경부와 국방부, 부평구 등은 지난 12월 27일 서울역 공항철도 회의실에서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회를 열었다. 하지만 민관공동조사단에 참가하고 있는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쪽 위원들은 이날 보고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환경부의 일방적인 통보를 비롯한 '불통'행정 때문이다.

캠프마켓 주변지역 1단계 환경기초조사 결과 발표 당시 민관공동조사단은 '다이옥신뿐 아니라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을 가진 유해물질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부평구가 추천한 시민단체 관계자 5명을 포함한 2단계 환경조사단을 구성해 회의를 2012년 11월에서부터 2013년 3월까지 세 차례 진행했다.

시민단체 쪽 위원들은 조사단 회의에서 조사계획 수립과 진행과정, 결과 분석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논의할 것을 환경부에 몇 차례 주문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조사 진행과 결과 분석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환경부는 3월 이후 단 한 차례 회의도 없이 9개월이 지난 12월 말에서야 조사 결과 보고회 개최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더구나 시료 채취 등 현장조사가 5월에 이뤄졌는데, 7개월이 지나서야 결과 보고회를 개최하겠다는 점과 결과 자료를 보고회 하루 전에야 위원들에게 보낸 점에 대해 시민단체 쪽 위원들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사단에 참여하고 있는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조사 과정 6개월 동안 한 차례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과 보고회를 진행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며 "도심 속에 위치한 캠프마켓이 수많은 시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투명한 공개와 열린 논의가 요구된다는 시민단체 쪽 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이다. 시민단체를 들러리 정도로 여기고 조사단 회의를 형식적으로 해치워버리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쪽 위원인 장정구 사무처장과 이광호 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 사무처장, 이혜경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과 이동수 서울대학교 교수는 27일 결과 보고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보고회에는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 환경조사단의 옥곤·장윤영·이진용 교수, 김윤승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연구위원, 부평구 관계자 등 16명만이 참석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isisa.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 #다이옥신,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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