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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말을 타고 다니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부터 하반신이 말의 형상인 반인반수 켄타우로스까지, 고대의 신화나 동화 등에서 말은 친숙한 존재다. 뿔이 달린 유니콘은 메소포타미아의 가장 오래된 회화예술 속에도 등장하며 지금까지도 신비의 동물로 전해진다. 도대체 인간은 언제부터 거친 야생의 말과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일까.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이 2012년 밝힌 바에 따르면 인류는 약 6천년 전 지금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남서부, 그리고 카자흐스탄 서부의 초원 지대에서 처음으로 말을 길들였다.

이후 인류의 역사에서 말은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요긴한 이동 수단이 되거나 농사에 활용됐으며 때로는 전쟁의 전력이 되어 주었다. 16세기 탐험가들과 함께 신대륙으로 건너갔을 때는 인디언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권위 있는 비영리 과학 교육 기구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말의 등장'을 세계사를 바꾼 1000가지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선정할 정도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자동차나 열차 등이 교통수단으로서의 말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말은 인간의 생활 속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이제 농사에서도 말을 활용하는 곳은 거의 없고, 경마장을 일부러 찾지 않는 이상 좀처럼 말을 볼 기회가 없다. 말의 해인데도 쉽게 말의 이미지가 와 닿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말의 해, 상영시간 내내 말을 실컷 볼 수 있는 영화를 통해 새해의 기운을 느껴보자.

쟁쟁한 배우들보다 말이 더 멋지게 나오는 <워 호스>

 영화 <워 호스> 스틸 컷

영화 <워 호스> 스틸 컷 ⓒ 브에나비스타 픽처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한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 당시를 배경으로 한다. 경주마로 태어난 말이 가난한 농장을 지키다가 군대에 팔려가고, 전장을 누비며 지옥 같은 참상을 겪던 끝에 자신을 키워줬던 주인과 극적으로 재회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흥미진진한 전투 장면까지, 감동과 재미를 모두 잡은 이 영화는 2011년 개봉 당시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영화 베스트 10'에 오르기도 했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마치 옴니버스처럼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말을 중심으로 연결되면서 매끄럽게 진행된다. 영화의 배경이 푸른 언덕에서 농경지로, 전쟁 중인 영국군과 독일군의 진영로 넘나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배우들이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또한 <스타트랙 다크니스>의 인상 깊은 악역이자 영국 드라마 <셜록>의 주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토르 : 다크 월드>의 톰 히들스톤,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의 데이빗 크로스, <나우 이즈 굿>의 제레미 어바인 등 쟁쟁한 배우들이 각 에피소드마다 주요 인물로 호연을 펼쳤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진짜 주연은 '조이'라는 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중심적인 역할을 사람 대신 이 말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촬영 당시 15년 동안 말을 키워 왔던 스필버그 감독은 이 영화에서 조이의 섬세한 감정을 훌륭하게 잘 살려냈다. 부상의 위험 때문에 특수효과로 촬영한 단 한 장면을 제외하면, 실제 말이 모든 장면을 연기했다고 한다. 영화 속 말이 등장인물들과 감정을 나누는 표정 연기, 눈빛 연기는 일품이다.

매 장면마다 등장하는 조이의 모습 역시 상당히 멋있는데, 생생한 연기와 촬영 덕분에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동물인지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또한 아이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함께 보기에 부담 없는 영화다.

실패를 경험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감동실화 <씨비스킷>

 영화 <씨비스킷> 스틸 컷

영화 <씨비스킷> 스틸 컷 ⓒ 유니버셜 스튜디오


스필버그 감독의 <워 호스>가 말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야기를 끌어간 것과 달리, 게리 로스 감독의 <씨비스킷>은 배우들의 연기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토비 맥과이어, 60여 편 가까운 영화들에 출연한 명배우 제프 브리지스 등이 열연을 펼친 이 영화는 미국의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던 미국에서 시작된 대공황은 당시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희망을 무참히 짓밟았다. 은행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1930년부터 3년 동안 매주 평균 6만 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하는 등 사람들은 극심한 패배주의에 빠져들고 있었다. 

이러한 시대 배경 속에서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이 만나게 되고, 기적 같은 드라마가 전개된다.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하나뿐인 아들을 잃은 하워드, 떠돌이에 불과한 카우보이 톰, 가난 때문에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경마장 기수로 살아가는 쟈니 등이 퇴물로 버림받은 경주마를 통해 우승을 이뤄낸다. 이 일은 곧 국민적인 화제가 되면서 시름에 잠겨 있던 대중도 다시 용기를 얻기 시작한다.

영화는 저마다 실패와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 서로를 보살펴주며 희망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통해 깊은 감동을 전달한다. 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사실을 바탕으로 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밖에도 할리우드 미녀 배우 스칼렛 요한슨의 어릴 적 모습을 볼 수 있는 <호스 위스퍼러>, 한국영화인 <각설탕>, <그랑프리>, <챔프> 등이 말을 중심 소재로 등장시키고 있다. 더 오래된 고전들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게 구해서 볼 수 있는 영화들은 이 정도다. 말과 관련된 영화를 찾다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남기는 <대부> 같은 영화나 기타 엉뚱한 시대극들을 보는 것보다는 나은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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