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의 외국인 공격수 데얀이 한국 무대를 떠난다.

동유럽 몬테네그로에서 온 데얀은 K리그에서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K리그 최초 3년 연속 득점왕, 한 시즌 개인 최다골(31골)을 바탕으로 K리그 역대 외국인 선수 최다 골(141골)을 터뜨렸다.

K리그를 평정한 데얀은 더 큰 꿈이 기다리고 있는 유럽이 아닌 중국으로 떠난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데얀은 장쑤 세인티로부터 20억 원의 연봉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받던 연봉의 두 배가 넘는다.

돈이 곧 가치를 뜻하는 프로의 세계에서 더 많은 연봉을 주는 곳으로 가려는 선수를 비난할 수는 없다. 이미 지난 시즌에도 한국을 떠나려는 데얀을 어렵게 설득했던 서울로서는 더 이상 데안을 잡을 수 없었다.

데얀의 이적은 K리그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최고의 유럽 무대는 물론이고 거대한 자금을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의 유혹에 K리그는 속수무책으로 우수한 자원을 빼앗기고 있다.

중국의 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세계적 수준의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올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서울을 꺾고 사상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아시아 축구에 곧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임을 알렸다.

K리그는 어느덧 출범 30주년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기반은 취약하다. 구단들이 지갑을 닫으니 스타 선수들은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과 중동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K리그가 발굴한 스타를 낚아채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자본 대결에서 밀리면 앞으로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가 어려워진다. 잠재력 있는 선수를 스타로 키우더라도 데얀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허무하게 빼앗길 수밖에 없고, 결국 K리그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성공한 투자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동안 투자에 인색했던 K리그는 중국 축구의 급격한 성장에 밀려나 아시아에서도 '2류 리그'로 떨어질 위기에 놓였다. K리그의 위기는 곧 한국 축구의 위기로 이어진다.

구단의 과감한 투자와 K리그의 독특한 색깔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중국에 스타를 빼앗기는 처지가 되어버린 K리그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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