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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김용준, 정몽준,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과 지도부로부터 당선 축하의 박수를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 참석해 김용준, 정몽준,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과 지도부로부터 당선 축하의 박수를 받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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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이. 혹자에게는 1년 중 평범한 하루이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절대 잊을 수 없는 바로 '그날'이기도 하다. 과연 12월 19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우선 2013년 12월 19일은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은 지 정확히 1년 째 되는 날이다.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날. 여느 정권 때 같았으면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이 어떤 치적을 남겼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 나가야 할지 이야기하느라 분주하겠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사람들은 서로 안녕들 하냐며 각자의 안부를 묻고, 종교인들은 1년도 되지 않은 대통령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취임 후 대국민 기자회견도 한 번 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레임덕'이 닥친 꼴이다.

국민의 광범위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을 가장 뚝심 있게 밀고나가야 할 집권 1년 차에 도리어 1주년 기념일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을 의미한다. 대선 기간 준비되어 있는 대통령이라고 외치고 다녔건만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준비한 것은 없다.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보고 배워왔던 독재의 기술이 곧 준비라고 착각했던 건 아닐까.

당선 1주년, 박근혜 정부의 무능력은 처참한 수준

이제는 더 이상 덮어버릴 수 없게 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부정선거'를 예로 들어보자. 이 문제는 애초 대통령이 명확히 사과를 하고 국정원 개혁만 추진했다면 지금과 같은 양상으로 번질 문제가 아니었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아직까지도 높은 편이고, 민주주의에서 결과에 대한 불복은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상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를 적절한 선에서 마무리 하며 국정을 이끌어 나가야 했다. 어차피  악의 근원은 MB에게 있다고 둘러댄 뒤 대선 당시 공약했던 경제민주화, 복지공약들을 이행해 나갔다면 적지 않은 국민들은 부정선거에 관심을 크게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박근혜 정부의 탄생보다 먹고 사는 문제를 더 급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과는 커녕 기껏해야 국정원 직원들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대선국면에 단 댓글 몇 개 가지고 야당이 국정의 발목을 잡으니 정책을 펼 수 없었다고 강변했다. 정부는 국민도 믿지 못하는 지리멸렬한 야당이 자신들을 방해했다고 주장하며 국민들의 살림살이 개선에 대해선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오히려 대선공약들을 하나 둘씩 파기하기 시작했다. 선거 당시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경제민주화는 애초에 폐기했으며, 그들의 강력한 지지 근거가 되었던 노인연금이나 4대 질환, 보육지원, 반값등록금 등에 관한 복지공약 역시 모두 축소하거나 없애버렸다. 새마을 운동 등에 관한 예산은 늘리면서 정작 국민들에게 필요한 예산은 줄여버렸다.

이런 정부를 국민들이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정부는 철도 민영화 관련, 국민들이 민영화를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믿지 않는다고 답답해 하지만 그것은 결국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아무리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고운 한복 자태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도, 그 너머를 보고 상호 간에 소통하는 것이 21세기 국민들의 수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못 하는 게 없고, 이명박은 안 해본 게 없고, 박근혜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세간의 시쳇말은 지금 이 시국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다. 당선 1주년. 현 정부의 무능력은 처참한 수준이다.

국정원 직원들, 군인들이 국민 상대 심리전 펼친 선거

대선 1년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등을 주장하는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YMCA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로 보신각앞까지 '민주회복 시민행진'을 벌였다.
 대선 1년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등을 주장하는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YMCA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로 보신각앞까지 '민주회복 시민행진'을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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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9일이 가진 또 하나의 의미는 그날 국가가 개입한 대대적인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것이다. 아직 그 전모가 완전히 드러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사실만으로도 지난해 12월 19일에 있었던 대선을 '12·19 부정선거'라고 칭하는 것에는 별 부족함이 없다. 국정원 직원들이 2000만 건이 넘는 야당 후보 비하 댓글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군인들이 나라를 지키기는커녕 국민들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선거.

정부는 아직까지 재판 결과를 기다려 봐야 한다며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려고 하고 있지만, 이미 국민들에게 12월 19일에 있었던 대선은 결코 공명정대하지 않은 선거로 각인되었다. 50~70년대 투표함을 바꿔치기 했던 수법이 21세기에 와서 다른 유형으로 바뀌었을 뿐,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국가권력의 개입으로 더렵혀졌다는 것은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관건은 그 부정행위가 대선결과를 바꿀 수 있었을 만큼 영향력을 지녔냐는 문제인데, 이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고 있다. 초기에는 댓글 몇 개가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고 생각되었지만, 이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던 검찰총장이 교체되고, 고위 공무원들의 '개인적 일탈'을 주장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MB정권의 범죄 사실을 박근혜 정부가 고스란히 품에 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얼마나 큰 무언가가 있기에 박근혜 정부는 이토록 떳떳하지 못한 것인가.

박근혜 정부에게 있어 지난해 12월 19일의 대선을 '12·19 부정선거'라고 명명하는 것은 최악의 경우일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승만 정부의 몰락을 '3·15 부정선거'라고 외우는데서 알 수 있듯이 '12·19 부정선거'는 그 이름 자체로도 파괴력을 지니며, 우리의 사고체계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이와 같은 논란을 막기 위해 '종북몰이'와 '대선불복' 프레임으로 국민들의 입을 막아 왔다. 그러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에서 보듯이 이제는 이 역시 한계에 봉착한 듯하다. 종북몰이는 조롱의 대상이 되었으며, 적지 않은 이들이 감히 대선불복을 이야기 하고 있다. 정부가 더 이상 이 문제를 지금처럼 안일하게 방치한다면,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대선 1년 맞아 다시 광장으로 나오는 시민들

대선 1년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등을 주장하는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YMCA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로 보신각앞까지 '민주회복 시민행진'을 벌였다.
 대선 1년을 하루 앞둔 18일 오전 '민주주의 회복'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등을 주장하는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YMCA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광장에서 종로 보신각앞까지 '민주회복 시민행진'을 벌였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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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2013년 12월 19일의 현재적 의미를 살펴보자.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18일 개봉한 영화 <변호인>이다.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림 사건(부산 지역 사상 최대의 용공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변호인>.

아마도 이 영화는 개봉 이후 정국의 뜨거운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별점을 둘러싼 전쟁 아닌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영화가 가지는 정치적 함의가 매우 상징적이기 때문이다. 소위 '노빠'들은 이 영화를 보고 다시금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가치를 떠올리며 작금을 비판할 것이며, '노빠'가 아니더라도 합리적인 사람들이라면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처참하게 망가진 우리의 민주주의를 생각할 것이다.

과연 이 영화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보게 될까? 정부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흥행되지 않기를 바라겠지만, 그렇다고 <천안함 프로젝트>와 같이 대놓고 영화 상영을 방해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부림 사건은 아주 오래 전 용공사건으로 밝혀진 터,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주연 송강호에게 다음 작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나돌지 않는가.

또한 19일, 국정원 시국과 관련하여 시청광장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점점 드러나고 있는 정부의 철도 민영화 계획에 맞서 저항하는 철도노조가 이날 결합했고, "안녕들 하십니까"를 외친 20대 청년들 역시 함께 했다. 지난 대선 이후 절망에 빠졌던 이들은 1년만에 다시 광장으로 나와 소리쳤다. 어쩌면 훗날 2013년 12월 19일이 역사적인 날로 기억될는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감히 짐작할 수 없다. 다만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들의 불신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의 안일함과 무능력은 48.0%의 절망을 의심으로 바꿔 놓았고, 51.6%의 희망을 허망으로 바꿔 놓았다. 자,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대답할 차례다.

"안녕들 하십니까?"

P.S. : "아, 여기 한 가지 잊은 사실이 있다. 12월 19일은 다름 아닌 전 대통령 이명박 가카의 탄신일이자 결혼기념일이다. 가카 생일과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요즘 날씨가 추워져 자전거도 못 타시는 등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하실 텐데 부디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내년에는 TV에서 좀 더 자주 뵙기를.


태그:#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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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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