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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
고리 1호기에 이어 한빛 3호기도 고장으로 가동이 중지됐다. 올 겨울 길고 극심한 추위가 예고된 가운데 원전의 잇따른 고장으로 올 겨울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 3호기가 4일 오전 8시 45분경 고장으로 가동이 정지됐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터빈발전기 쪽이 정지됐는데 고장 원인을 파악 중"이라며 "원자로는 정지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No. 2.
한국수력원자력은 28일 새벽 1시 18분쯤 58만kW급 고리원전 1호기가 갑자기 정지했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터빈 계통 고장으로 보이는데 현재 정확한 원인을 파악 중이다"며 "방사능 누출 등 특이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잇따른 원전 가동 중지로 올 겨울 심각한 전력대란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여 전력 당국의 긴장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위 No. 1번 기사는 <디지털타임스>의 2013년 12월 4일의 "원전 한빛 3호기 가동 중지… 겨울철 전력난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이고, No. 2는 <머니투데이>의 2013년 11월 28일자 "원전 1호기 가동중단, 이른 한파에 전력난 우려"란 기사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를 찾아 고리1호기 고장에 우려를 전하고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의 즉각 폐쇄를 촉구했다.
 반핵부산시민대책위원회는 29일 오전 부산 기장군 한국수력원자력 고리본부를 찾아 고리1호기 고장에 우려를 전하고 노후 원전인 고리1호기의 즉각 폐쇄를 촉구했다.
ⓒ 반핵부산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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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와 원전 이름 말고는 너무나 기사의 내용이 비슷하다. 두 매체 모두 원전 가동이 고장으로 중단된 것임을 밝히면서도 그 고장으로 인한 방사능 노출 위험보다는 올 겨울 한파에 의한 전력 문제만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난 원전 고장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그것은 2년 전에 경험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문이다.

악몽 같았던 대지진의 그날

나는 사고가 있던 2011년 일본 도쿄에서 살고 있었다. 동일본대지진(아래 대지진)이 있던 3월 11일은 내가 다니던 침구 과정 학교 졸업을 앞두고 사은회가 있던 날이었다. 저녁에 있을 사은회를 위해 학생 일부는 선생님들께 드릴 꽃과 선물을 준비했고 나를 포함한 일부는 학교에 남아 있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11일 오후 도쿄 JR도쿄역 개찰구 근처에서 승객들이 운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역에서 강진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11일 오후 도쿄 JR도쿄역 개찰구 근처에서 승객들이 운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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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46분 첫번째 흔들림이 있었다. 내가 살던 도쿄는 가끔 지진이 일어나던 터라 그날도 그런 가벼운 지진인 줄로만 알았다. 일본 생활 6년차였던 당시는 가벼운 지진 정도는 즐길 수도 있을 만큼 지진에 적응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날의 흔들림은 평소와 달랐다. 교실내의 책장이 넘어지고 온갖 집기들이 덜컹거렸다. 지진이 나면 책상이나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는 연습을 가끔 했지만 한 번도 실제 지진에서 그런 대피를 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당시 나는 나도 모르게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 있었다. 1년 같은 5분 정도의 1차 흔들림을 겪고 나서 모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내가 다닌 학교 건물은 50년도 넘은 낡은 건물로 내진 설계가 되어 있지 않은 건물이었다. 운동장에서 겪은 또 한 번의 거대한 흔들림. 소위 멘붕을 겪어야 했다. 갑자기 아이들이 생각났다. 우리집도 40년이 넘은 낡은 맨션이었다. 건물 7층에 집이 있었고, 1층엔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있었다. 아이들은 얼마나 놀라고 있을까? 엄마와 아빠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을까?

다행인 것은 그날 아내가 집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뿔싸. 아내는 괜찮을까? 집에 있을 때면 늘 서재에 있는 아내. 우리집 서재는 싸구려 책꽂이를 얼기설기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평소에도 흔들거렸다. 이 정도의 지진이면 틀림없이 그 책꽂이들이 우르르 무너졌으리라. 혹시 아내가 그 책꽂이에 깔리지나 않았을까? 전화 버튼을 아무리 눌러도 연결은 되지 않았다. 교통은 마비되었다. 전차는 물론 버스도 운행을 중지 했고, 도로는 몰려나온 차들로 거대한 주차장이었다 아내와 통화할 방법이 없었다.

그날은 그렇게 발만 동동구르며 집으로도 가지 못하고 아내와 아이들을 걱정하며 학교에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는 나보다 더욱 힘든 고생을 해야 했다. 두 아이를 데리고 공원으로 대피했지만 갑자기 몰아닥친 추위로 떨어야 했다. 지속되는 여진으로 낡은 건물인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공원 주위를 서성이며 몇 시간을 떨어야 했다. 겨우 집으로 들어가서도 바로 대피할 수 있도록 외투도 벗지 못한 상태로 아이들을 재우고 여진이 있을 때마다 만 1살, 4살의 아이들을 깨워야 했다.

방사능 피해 피난 살이

대지진 후 세상은 엉망이 되었다. 세계 경제 2, 3위라는 일본의 수도가 마비된 듯했다. 사람들은 슈퍼로 몰려 생필품 사재기에 바빴고 화장실용 휴지 한 롤도 귀한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서 터진 후쿠시마의 원전은 그야말로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외국인들은 모두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 가족도 고민을 해야 했다. 계속되는 땅의 흔들림도 문제였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후쿠시마 원전은 우리를 불안케 했다.

대지진이 있은 지 이틀 후 우선 아이들을 먼저 한국으로 보냈다. 아이들이 한국으로 가는비행기가 이륙하던 시간에 후쿠시마 원전2호기가 폭발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며칠 후 도쿄 시내 수돗물에서 영유아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나와 아내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대학에서 연구원으로 있던 아내와 그 해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던 나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내는 자신이 진행하고 있던 프로젝트도 있었고 연구원을 그만두면 미래도 불투명 했다. 그러다 결국 아내가 연구원을 그만두고 몇 개월간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우리들의 아이들이었다.

한국에서 몇개월 생활을 했지만 일본의 원전 사고 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고 내용을 은폐하는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전문가들은 방사능의 위험에 대하여 우려를 나타내는데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오히려 피난 갔던 사람들을 후쿠시마로 복귀시키는 조처를 하기도 했다. 이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대응에 대하여 강하게 위험을 주장하는 전문가 중에 도쿄대학의 고다마 교수도 있었다.

고다마 교수는 의사이면서 분자생물학의 권위있는 전문가이고,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후 방사능 위험에도 연구를 계속해온 방사능 관련 전문가이다. 아내는 박사 논문을 쓰면서 고다마 교수에게 지도를 받았기 때문에 그를 잘 알고 있었다. 평소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던 고다마 교수가 국회에서 정책 토론을 할 때 매우 격렬한 논조로 발언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원전의 위험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고다마 교수는 "현재 후쿠시마 원전은 간단하게 정리할 단계가 아니다. 무엇보다 먼저 아이들을 비롯한 노약자를 피신시키고 방사능 제선에 최대한 힘을 기울여야 한다. 도쿄라고 해서 안전하지 않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도쿄와 후쿠시마의 거리는 대략 300km 정도이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을 위해 도쿄 생활을 접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후쿠시마와 1500km 정도 떨어진 후쿠오카로 이사를 했다.

늑대를 피했더니 호랑이가...

우리가 후쿠오카로 이사를 온 건 단 한 가지 이유뿐이다. 원전의 위험 속에 내 아이들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후쿠오카로 이사를 온 후에도 우리의 불안은 끊이지 않는다. 바로 우리나라의 원전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후쿠오카와 부산시 기장군에 있는 고리 원전까지는 200km가 조금 넘는 거리이다. 내가 살던 후쿠시마와 도쿄보다도 가까운 거리이다. 그런 가까운 곳에 고리원전이 있다. 이미 30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10년 연장에 들어간 고리1호기는 잦은 고장으로 그 위험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다(관련기사 : 국내 원전 정지 사고 672건... '수명 연장' 고리1호기 1위).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특별위원회 소속 강동원 의원(무소속)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제출받은 '국내 원전가동 이후 발생한 사고·고장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원전 23호기에서 올해 4월까지 사고·고장으로 원전가동을 중단한 사례는 모두 672건에 이르고, 그중 폐로를 앞둔 고리 1호기가 129건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23일 오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앞바다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 반대 및 폐쇄, 원전 건설 반대 등을 요구하며 고무보트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고리 = 제2의 후쿠시마' 환경운동가 해상시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국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23일 오후 부산시 기장군 고리원전 앞바다에서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노후 원전 수명연장 반대 및 폐쇄, 원전 건설 반대 등을 요구하며 고무보트로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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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고장에서 고리1호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9%에 이르는 것이다. 지금 밀양에서 벌어지고 있는 송전탑 반대도 원전 때문이다. 더욱이 그 송전탑을 통해 전기를 내보낼 고리3호기는 현재 불량부품 등으로 인해 언제 가동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나 조급하게 발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왜 그리 조급하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 왜 그리 감추는지 모르겠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단지 지진으로 인한 천재지변이 아니었다. 감추고 서두르고 안일하게 대처한 탓이었다. 우리나라의 고리 원전도 다르지 않다. 더욱이 고리 원전 주변 30km에는 수백만명이 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후쿠시마의 원전을 피해 후쿠오카로 도망온 지금, 고리 원전의 위험을 보면서 늑대를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난 기분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텔레비전에서 본 한 전문가의 지적이 생각난다.

"지금까지 세계 원전 430기 가운데 6기가 폭발했다.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은 연구자들이 실험을 하다가 미국의 쓰리마일은 직원의 실수로 그리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4기는 지진과 츠나미에 의해 발생됐다. 원전 사고의 원인이 적힌 만장의 카드 중에서 단 석 장만이 꺼내진 것이다. 다음 사고는 이 카드 석 장을 다시 카드통에 집어넣고 꺼내야 하는 것이다."

만약 고리에서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가 난다면 어떤 원인이 적힌 카드가 나올까. 난 불량부품과 밀어제끼기식의 무모한 일처리, 무엇보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폐쇄성이 원인으로 적혀있을 것이라 추측한다. 현대 사회에서 전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원전을 폐지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더 안전하게 조금 더 확인해가면서 원전을 가동시키면 안 되는지 마음이 답답할 뿐이다.


태그:#고리 원전, #탈핵, #송전탑, #후쿠시마, #일본 대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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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1급 시각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의 삶과 그 삶에 맞서 분투하는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을 둘러싼 환경을 기사화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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