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3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최진성 감독의 영화<소녀>의 여주인공 김윤혜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달 3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최진성 감독의 영화<소녀>의 여주인공 김윤혜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희훈


|오마이스타 ■취재/이선필 기자·사진 이희훈 기자| 영화 <점쟁이들> 이후 1년이 지났고, 김윤혜는 그 사이 두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더 추가했다. 하나는 영화 <소녀>로, 또 하나는 케이블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으로 말이다.

그중 <소녀>는 김윤혜에게 큰 도전이었다. 두 번째 경험하는 영화에서 그녀는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주연 역할을 해야 했고, 신비감을 물씬 풍기며 감정을 미세하게 발전시키는 캐릭터를 소화해야 했다.

마을 사람들에겐 귀신이 들렸다며 온갖 수군거림을 듣는 괴이한 소녀지만 동시에 뭔가 애틋하면서 유약한 면도 갖고 있는 해원이라는 캐릭터는 김윤혜가 갖고 있던 이미지와 잠재력에 잘 녹아들었다. 여기에 그간 <저수지의 개들>(2010), <잼 다큐 강정>(2011), <아이 엠>(2012)의 다큐멘터리로 알려진 최진성 감독의 연출로 영화는 '한국판 <렛 미 인> 같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점쟁이들> 보고 캐스팅..."선악 공존하는 모습 덕분"

 지난 달 3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최진성 감독의 영화<소녀>의 여주인공 김윤혜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실 촬영 때는 사람들과 있으니 막상 외롭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다 끝나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윤수(김시후 분)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시사회 때 영화를 보면서 괜히 슬펐어요." ⓒ 이희훈


"감독님이 <점쟁이들>을 보고 저를 캐스팅 했다고 하셨어요. 신비로우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보고 선과 악을 동시에 갖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상상했대요. <소녀>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참 감사했지만 사실 고민도 많이 했어요. 해원이라는 캐릭터가 어렵게 다가왔거든요. 이걸 잘 소화하지 못하면 스스로 많이 속상할 거고 감독님에게도 죄송할 게 뻔하잖아요."

본격적인 첫 주연이라는 점과 캐릭터의 특별한 성격에 주저했지만, 김윤혜는 부딪혀보자는 마음이 더 강하게 들었다. 놓치면 후회할 정도로 시나리오가 좋았고, 작품을 통해 한층 성장하고 싶은 욕심도 컸다. 물론 어려움도 있었다. 영화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얼음 호수 위 스케이팅 장면을 위해 약 한 달간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기도 했고, 감정 표현에서는 최진성 감독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남들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캐릭터의 성격상 자칫 스물세 살의 김윤혜 역시 현장에서 큰 외로움을 느낄 법했다.

"해원이의 감정에 대해서 차마 상상 못하는 부분도 있었고, 이해 못하는 부분도 많았아요. 어찌 보면 해원이가 아무 생각 없이 보일 수도 있는데 그렇게 보이기보단 쓸쓸하면서도 외로워 보여야 하는 면도 있었죠. 그 감정에 집중하려 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종종 감독님이 사진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고독해 보이는 인물, 고요해 보이는 풍경 사진을 보이며 도움을 주셨죠. 

사실 촬영 때는 사람들과 있으니 막상 외롭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다 끝나고 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윤수(김시후 분)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고요. 그래서 시사회 때 영화를 보면서 괜히 슬펐어요(웃음)."

김시후와의 작업..."연기 경험 적다고? 더 믿으려 했다"

 지난 달 3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최진성 감독의 영화<소녀>의 여주인공 김윤혜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감독님이 눈을 많이 깜빡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어요. 아마 시후 오빠에게도 같은 주문을 했을 거예요. 서로 쳐다보는데 눈을 깜빡이면서 보는 것과 쭉 응시하는 게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 이희훈


좀 더 작품을 들여다보면 <소녀>는 두 신예 배우의 호흡이 돋보인다. 해원에게서 풍기는 신비하면서도 섬뜩한 기운을 윤수가 받아 애틋함으로 승화시킨다. 두 소년소녀의 서로에 대한 감정 변화가 <소녀>를 감상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다.

"아무래도 감정의 전달이 중요했기에 감독님이 눈을 많이 깜빡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어요. 아마 시후 오빠에게도 같은 주문을 했을 거예요. 서로 쳐다보는데 눈을 깜빡이면서 보는 것과 쭉 응시하는 게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고요."

솔직하게 물었다. 김시후와 김윤혜가 호흡을 맞춰 작품을 끌어간다는 게 사실 모험일 수도 있었다고 말이다. 중심인물이 모두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배우다보니 그들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김윤혜는 "부담일 수도 있는데 그런 생각은 안 하려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소녀>로 처음 만났으니 초반엔 어색한 시기가 있잖아요. 다행히 영화 내에서도 서로에게 서먹한 내용이 초반이었어요. 촬영이 진행되면서 우리의 친분이 쌓이는 속도와 시나리오상 해원과 윤수가 가까워지는 속도가 비슷했죠.

시후 오빠를 믿었던 거 같아요. 함께 만들어 가는 거니까 흔들리면 안 되잖아요. 감독님 배려도 컸죠. 혼내시기보다는 격려해주시는 스타일이었어요. 재밌는 건 영화 끝나고는 오히려 연락 한 번 주고받고 시후 오빠랑은 못 보고 있어요. 오히려 같은 반 학생으로 출연한 다른 오빠들과 고기도 먹고 친해졌는데. 시후 오빠나 저나 낯가림이 좀 심해요(웃음)."

"<소녀>로 많은 걸 배워...너무 감사한 시간들"

 지난 달 31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한 카페에서 최진성 감독의 영화<소녀>의 여주인공 김윤혜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중에 작은 꽃집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은 안 어울린다고 말리는데 전 그런 게 좋아요. 어울리지 않나요?" ⓒ 이희훈


한 작품을 끌고 간 경험이 김윤혜에겐 어떻게 작용했을까. 자신감이 좀 붙을 법도 하지만 김윤혜는 "분명하게 자신의 연기를 느꼈다"며 "부족한 면이 많이 보였다"는 아쉬움부터 전했다.

"현장에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정말 많이 배웠죠. 사실 <소녀>를 찍기 전에는 조급함이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모델로 일을 시작해서인지 작품을 빨리 만나고 싶었죠. 그런데 <소녀>를 마치고 나서는 빨리 많은 작품을 하기보다 한 작품씩 차근차근 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깨달음을 쌓아가면서 천천히 보여주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영화 속 해원과 달리 실제 김윤혜는 여성스럽기도 하면서 추진력도 있다. 지난 영화 <점쟁이들>로 만났을 때 각종 꽃꽂이와 요리 등에 도전하고 싶다더니 절반 이상은 실천했단다. 김윤혜는 "올 겨울엔 뜨개질을 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뭔가를 주고 싶다"며 바람을 전했다. 이럴 땐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티 없는 학생이었다.

"나중에 작은 꽃집 카페를 차리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은 안 어울린다고 말리는데 전 그런 게 좋아요. 어울리지 않나요? (웃음) 시사회 때도 꽃 선물을 받으면 집에 가져가서 병에 꽂아놓거든요.

앞으로도 작품을 하겠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일게요. 사실 드라마보다는 영화를 더 하고 싶지만 주어지는 대로 하나씩 만들어가야죠. 그동안 너무 신비감 있는 역할을 했는데 일상 연기에 도전하고 싶기도 해요."

소녀 김윤혜 김시후 최진성 점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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