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비밀>의 한 장면. 강유정(황정음 분)을 뒤에서 안은 조민혁(지성 분).

지난 6일 방송된 KBS 2TV <비밀>의 한 장면. 강유정(황정음 분)을 뒤에서 안은 조민혁(지성 분).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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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률이 오르면 제작진의 마음속엔 기묘한 욕심 하나가 들어차게 된다. 1회나 2회 정도의 연장방송이다. 광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방송국 측에서 종용을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성원이 준 황홀경에 빠져 제작진 스스로가 내리는 결정일 수도 있다. KBS 2TV <비밀> 역시 그러했다. 연장방송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에 살이 붙었었다.

10회가 넘어갈 무렵부터 <비밀>의 연장방송 이야기가 들려왔다. 그도 그럴 것이 방송 초반에 16부작으로 예고되어, 조금은 짧게 느껴지던 터였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속도감이나 짜임새로 봐서 20회까지 늘려도 별 무리는 없을 거라 여겨졌었다. 여기엔 신인작가 유보라의 필력이 믿을만하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나 <비밀>은 연장방송이라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지난 6일 <비밀> 방송 후에 후속작인 <예쁜 남자>가 오는 20일부터 첫 방송된다는 것을 고지했다. <비밀>이 다음 주 목요일 16회를 끝으로 깔끔하게 종영할 것임을 돌려 말해준 셈이다.

<비밀>은 재미있기도 하면서도 영리하기까지 하다. 1회를 연장해도 스토리가 느슨해지고, 2회 이상을 연장하게 되면 이곳저곳에서 구멍이 뚫려 작품 자체가 망가진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고, 완성도를 끝까지 고수하기 위해 미련을 떨지 않았다. 마지막 회의 내용이 어떠할지라도, 전혀 흐트러지지 않은 결말을 볼 수 있게 해준 권한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 것이다. 

이 작품의 아쉬움은 의외로 다른 부분에서 비롯되고 있다. 지금까지 긴장감 넘치게 이야기를 이끌어온 제작진과 배우들의 수고, 연장방송을 하지 않겠다며 작품을 보호하려는 의지는 분명 칭찬할 만하나, 엉뚱한 곳에서 욕심을 부리고 있는 듯하다. 탐미적인 비주얼에 대한 욕심. 그것이 점점 과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로맨스를 다루는 멜로드라마에서 남녀주인공의 감정을 풋풋한 영상에 담아내는 작업은 당연한 일이다. 여기엔 적절한 영상미가 가미되어야 하며, 때로는 비현실적인 비주얼로 동경심을 유발시켜야 하기도 한다. 상징적인 의미를 부각시키기 위해 동작 하나, 표정 하나에 포커스를 맞춰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것이 과해지면 캐릭터에 몰입된 상태를 깨버릴 수도 있으며, 이야기에 잘 휩쓸려가고 있는 흐름의 맥을 끊어 놓을 수도 있다. 13회에서는 유난히 그런 장면들이 눈에 띄었다. 서로 등을 지고 강유정(황정음 분)의 손을 잡고 있는 조민혁(지성 분)의 손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 조민혁과 강유정이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가 흐느끼며 비통해하는 장면, 마지막에 버스에 오르려는 강유정을 조민혁이 뒤에서 잡아끌어 백허그를 하는 장면 등이 말이다.

 <비밀> 13회의 한 장면.

<비밀> 13회의 한 장면. ⓒ KBS


물론 멜로드라마에서 이러한 장면들이 아예 없을 순 없다.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아련한 마음을 품게 만드는 하나의 장치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조금은 감정과잉으로 보이는 장면들은 어색하면서 동시에 민망한 기분까지 들게 했다.

강유정과 조민혁의 손이 클로즈업되는 장면은 그런대로 애틋했다. 철문을 사이에 두고 제법 오래도록 눈물을 흘렸던 장면도 어느 정도 감정 이입이 가능했다. 볼수록 마음이 가지만 또 볼수록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여자, 한 여자에 대한 복수가 이내 사랑으로 변해가는 남자. 이들의 상황을 더욱 안타까워하게끔 만드는 데 일조를 한 장면들이긴 했다.

그러나 마지막 엔딩장면은 지나치게 탐미적인 영상에 대한 욕심에 치우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조민혁의 옛 연인 서지희의 납골당을 찾아간 강유정. 그리고 버스를 타고 다시 되돌아가려는 그녀를 조민혁이 발견하게 되고, 그는 갑자기 버스에 올라탄 그녀를 뒤에서 끌어내려 자신의 품에 안기게 한다. 13회의 엔딩장면이었고, 그 엔딩장면은 멋지게 슬로우모션으로 처리됐다.

인기 멜로드라마에는 항상 화제의 키스신, 포옹신 등이 붙기 마련이다. <아이리스>의 사탕키스, <시크릿가든>의 거품키스, <구가의서>의 눈물 백허그처럼 말이다. 특정한 로맨스 장면이 화제에 오르면 드라마를 향한 관심의 온도가 조금 더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굳이 이 부분에 과한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더욱이 이미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드라마라면 말이다.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아도, <비밀>은 충분히 탐미적인 드라마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영상미만으로도 간결하고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 면에서 지성과 황정음의 슬로우 모션 백허그는 암만 봐도 아쉽다. 사랑이 깊어가고 있음을 그리려고 했다는 것은 알겠으나, 왠지 모를 오글거림이 자꾸만 간지럼을 태워서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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