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방송된 tvN 드라마 <빠스껫볼>의 한 장면. 강산(도지한 분)과 신영(이엘리야 분)가 키스를 하고 있다.

28일 방송된 tvN 드라마 <빠스껫볼>의 한 장면. 강산(도지한 분)과 신영(이엘리야 분)가 키스를 하고 있다. ⓒ CJ E&M


강산(도지한 분)은 윤배(공형진 분)에게 속았다. '나랏일'이라기에 정당하게 돈을 버는 줄로만 알았더니 실상은 '움막촌 철거'였던 것이다. 강산이 농구를 할 때면 늘 큰 소리로 응원해주던 복주(손범준 분)는 쓰러진 할머니를 품에 안고 강산을 하염없이 노려봤다. 전후 사정을 모르는 강산은 복주와 자신이 왜 대치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의 팔에 채워진 '미화'라는 글씨의 완장이 모든 것을 대신 설명하고 있었다.

움막촌 철거는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경인방적 사장 최제국(김응수 분)이 시킨 일이었다. 자신의 잇속을 위해서는 동족의 주거지라도 과감히 쳐부숴야 하는 것이 당시 일제에 순응했던 이들의 모습이었다. 사흘의 말미를 얻은 움막촌은 결국 보상금 문제로 이웃 간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28일 방송된 tvN 드라마 <빠스껫볼> 3회에서는 강산의 성격 변화가 눈길을 끌었다. 윤배에게 속아 빚을 지게 된 강산은 어떻게 해서든 돈을 갚고 윤배와의 관계를 끊으려 했다. 하지만 윤배는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아무리 갚아도 이자에 못 미친다고 강산을 압박하며 자신의 밑으로 다시 들어오라고 협박했다. 남은 것이라고는 자존심밖에 없었던 강산은 윤배를 향해 분노의 주먹을 뻗어보지만, 결국 복주 할머니의 병원비 때문에 다시 윤배 밑으로 들어가 도박 농구를 하게 된다.

가난한 강산을 극한으로 내모는 이야기의 전개는 사실 고루하기도 하다. 야비한 성격의 윤배가 착한 강산을 괴롭혀 가난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장면은 악당이 주인공을 못살게 구는 빤한 장면으로 묘사된다. 또 윤배가 신영(이엘리야 분)을 만나 강산을 핑계 삼아 돈을 뜯으며 둘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장면은 막장 드라마에서 흔히 볼법한 '금일봉 던져주기'와 비슷한 구도여서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빠스껫볼>은 이처럼 대부분의 장면을 '클리셰'로 풀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클리셰가 촌스럽다기보다는 클래식한 느낌이다. 마치 영화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엄마의 첫사랑이 보낸 옛 편지를 보고는 "그래...클래식 하다고 해두지!"하는 것처럼 촌스러움과 습자지 한 장의 차이가 날 듯한 오묘한 클래식이다. <빠스껫볼>에는 이런 클래식한 매력이 넘친다.

 28일 방송된 tvN 드라마 <빠스껫볼>의 한 장면. 윤배(공형진 분)와 밤실댁(진경 분)이 사랑놀음을 하고 있다.

28일 방송된 tvN 드라마 <빠스껫볼>의 한 장면. 윤배(공형진 분)와 밤실댁(진경 분)이 사랑놀음을 하고 있다. ⓒ CJ E&M


<빠스껫볼>의 클래식한 매력은 등장인물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데도 활용된다. 민치호(정동현 분)와 신영은 각자 오인수(강성민 분), 고봉순(예은 분)과의 대화에서만 속마음을 노출한다. 친구의 입을 통해서만 늘 주인공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만드는 드라마 연출의 고전이 여기서 재현된다. 윤배와 밤실댁(진경 분)이 보이는 사랑놀음도 클래식하다. 둘이 알콩달콩하는 모습을 보면 금세 MBC 드라마 <허준>의 임오근(임현식 분)과 홍춘희(최란 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누군가에게 들키는 꼴도 똑같다.

이외에도 민치호가 신영을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 강산과 신영의 우연한 만남 등은 반복적으로 쓰이며 드라마의 클래식한 매력을 더함과 동시에 이들을 본격적인 삼각관계 구도로 변화시켰다.

강산은 복주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보고는 복주에게 갖가지 욕을 얻어먹는다.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서 윤배에게 굴종했던 강산이었는데도 복주는 강산이 자신의 할머니를 죽였다며 강산을 몰아세운다. 강산은 그제야 이 더러운 세상이 가난한 자신을 끝없이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신분상승을 꿈꾼다. 신영이 그 동아줄이 돼주기를 바라면서.

강산의 성격 변화로 강산과 신영, 치호의 삼각 관계는 급물살을 탔지만 박진감 넘치는 농구는 오래 등장하지 않아 아쉬움을 자아냈다. 정식 농구 경기 장면이 초반에 등장했지만 이마저도 움막촌 장면과 교차 편집된데다가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의 반응이 더 많은 분량을 차지하면서 싱겁게 표현되었다.

무엇보다도 농구 선수로 등장하는 강산과 치호가 농구에 매진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농구를 피하는(?)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장황했던 자막이 줄고, 다양한 인물과 이야기로 시대상을 충실히 그리면서, 로맨스까지 발동이 걸려 한결 보기 편안해졌는데, 아직 농구는 꼭꼭 숨어있다. 부디 다음 회부터는 박진감 넘치는 농구 경기 장면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멋진 '빠스껫볼' 경기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jksoulfilm.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빠스껫볼 도지한 이엘리야 공형진 정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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