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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심리전단 3팀과 트위터 등 SNS에서 활동했던 심리전단 5팀의 활동 내용을 비교해본 결과, 뚜렷한 일치성이 나타났다. 이같은 일치는 상부로부터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지시가 심리전단 각 팀에 하달된 증거로 해석된다.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3팀과 트위터 등 SNS에서 활동했던 심리전단 5팀의 활동 내용을 비교해본 결과, 뚜렷한 일치성이 나타났다. 이같은 일치는 상부로부터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지시가 심리전단 각 팀에 하달된 증거로 해석된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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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중소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3팀과 트위터 등 SNS에서 활동했던 심리전단 5팀의 활동 내용을 <오마이뉴스>가 비교해 본 결과, 같은 시기 같은 주제에 대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는 등 뚜렷하게 일치하는 경향성을 나타냈다.

팀이 다를 경우는 물론이고 같은 팀이라 할지라도 파트가 다를 경우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정보기관의 점조직 특성을 고려할 때, 이같은 일치는 상부로부터 동일한 시기에 동일한 지시가 심리전단 각 팀에 하달된 증거로 해석된다. 김하영씨 등 심리전단 직원들은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모두 "매일 상부로부터 하달되는 '이슈 및 논지'에 따라 게시글을 작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검찰 특별수사팀이 지난 6월 14일 공소장에 첨부한 1차 범죄일람표 중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직접 작성 게시물 73건(범죄일람표(4))과 지난 18일 변경 공소장에 첨부한 2차 범죄일람표 트위터 게시물 5만5689건(범죄일람표(5))을 비교했다. 그 결과 시기와 주제, 내용이 모두 비슷한 게시물을 여러 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팀이 서로 다르고 작업 대상이 서로 달랐음에도, 마치 한 몸처럼 비슷하게 움직였다. 이번 비교는 공정성을 위해 선거법 위반 혐의 직접 작성 게시물 73건으로 한정했음을 감안할 때,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금지) 게시글이나 찬반 클릭까지 합하면 훨씬 더 많은 내용이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결정되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원세훈 전 원장의 변호인은 새로 발견된 트위터 게시물은 이미 기소된 공소사실과 동일성이 없다면서 검찰의 공소장변경신청이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범죄일람표 비교 결과 뚜렷하게 일치하는 경향성이 나타나면서 원 전 원장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관련기사 : 법원, 원세훈 공소장 변경 결정 보류... 30일 결론)

연평도 포격 2주년 맞아 똑같은 논리로 문재인 공격... 판박이


지난해 9월 19일 오후 4시 25분. 온라인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정당을 만든다는 거니? 안 만든다는 거니?"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날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창당인지 민주당인지 무소속인지, 입장이 모호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시각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이 트위터에도 돌고 있었다. "안철수 출마 선언... 또 간 보고 있네요. 이 쪽 저 쪽 똑바로 해라." 그날 오후 4시 8분 리트윗(RT)된 내용이다. 위 글은 모두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들이 올린 것으로, 각각 범죄일람표(4)의 3번과 (5)의 1만4778번에 수록됐다.

심리전단 3팀5파트는 지난해 11월 7일 오후 6시 28분 오늘의 유머에 "왜 NLL을 부정하는가"라는 글을 올렸다(범죄일람표(4)의 17번). 이때는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한창일 때였다. 국정원 직원은 이 글에서 "우리 국군이 목숨을 걸고 지켜온 NLL은 두말할 필요 없는, 분명한 영토선"이라며 "이를 부정하는 것은 종북세력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주장했다.

같은 날 심리전단 5팀도 나섰다. 이날 오후 11시 14분 "우리가 휴전선 혹은 군사분계선을 부를 때 그걸 '영토선'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냐, NLL도 마찬가지"라며 "노무현패들은 북한 김씨 일가에 넘겨주기 위해 조직적으로 NLL의 법적 우상을 깎아내리려는 전술적 기동을…"이란 글을 리트윗했다(범죄일람표(5)의 43267번).

또 있다. 지난해 11월 23일 오전 10시 41분 심리전단 3팀5파트는 "연평도 포격 2년, 그날을 잊었는가?… 문재인 후보는 천안함 폭침 후 나온 5·24 대북제재까지 해제하겠다고 한다"라며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고리로 문 후보를 비난했다(범죄일람표(4)의 31번). 같은 날 오후 8시 41분 심리전단 5팀 역시 연평도 포격 사건을 거론하며 문 후보 비난과 연결시켰다(범죄일람표(5)의 47312번).

1차 대선 후보 TV토론 다음날인 지난해 12월 5일의 목표는 이정희 당시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였다. 심리전단 3팀은 오늘의 유머와 뽐뿌, 보배드림 뿐 아니라 네이버 블로그에서까지 소위 '남쪽 정부' 발언 등을 공격했다(범죄일람표(4)의 48~55번). 같은 날 심리전단 5팀은 비슷한 내용으로 수십건의 트윗을 쏟아냈다(범죄일람표(5)의 51150번 이하 다수).

심리전단 3팀5파트 김하영씨가 오피스텔에서 한창 대치 중이던 지난해 12월 12일에도 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심리전단 5팀은 11일 밤 늦은 시각부터 12일 내내 "내가 법치국가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 영장 없이 진입하려고?" "대선 캠프에서 어떻게 영장도 없이 마음대로 남의 집을 포위하는지 공포스럽다"는 등 민주당을 비난하는 글을 직접 쓰거나 리트윗 했다(범죄일람표(5)의 54682번 이하 다수).

심리전단 다른 팀에서도 이날 오후 11시 13분 "죄 없음 누가 와서 가방 열어라 함 열어주고, 문도 열어줘야 하냐"는 비슷한 내용으로 네이버 뉴스에 댓글을 단 것을 범죄일람표(4) 69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세훈 지시에 따른 행위가 추가로 발견된 것"

박주민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는 "서로 소속이 다른 심리전단 직원들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을 비슷한 시기에 올렸다면 윗선의 지시에 따라 움직인 증거로 볼 수 있다"라며 "결국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행위가 추가로 발견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공소 사실과 새로 발견된 트위터가 완전히 별개의 행위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상부에 수괴만 존재한다면 밑이 범죄 실행단위에서는 서로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포괄일죄(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적으로 1개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여 죄를 구성하는 경우)가 성립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에 대한 결정은 오는 30일 오전 11시 공판(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 21부. 부장판사 이범균)에서 결정된다. 이번 결정은 원 전 원장 등에 대한 공판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국정원 대선 개입, #원세훈,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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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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