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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들이 국회의원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국회가 이들을 정규직화 하겠다고 하자 "노동3권 보장되면 툭 하면 파업할 것"이라며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노동'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우리사회는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알바가 태반이고, 파업만 했다면 큰 잘못처럼 생각합니다. 역시 '노동'을 몰라서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노동가치를 인정하는 사회를 위해 노동교육을 이야기하려 합니다 [편집자말]
'친기업, 민영화, 선진화'

'MB 노믹스'의 핵심 용어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목표로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고 규제를 풀었다. 효율화, 투명화라는 이름으로 산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일부 공기업을 민영화했다. 선진화는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41개 공공기관을 16개 기관으로 통폐합했다. 12.7%의 인력도 줄였다. 이 단어들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반복됐다.

일사천리로 사라진 한국노동교육원

전신인 한국노동교육원이 사라지고 지난 2009년 3월, 설립된 고용노동연수원 홈페이지.
 전신인 한국노동교육원이 사라지고 지난 2009년 3월, 설립된 고용노동연수원 홈페이지.
ⓒ 고용노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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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노동 분야도 이 회오리 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의 하나가 바로 한국노동교육원(아래 노동교육원) 폐지다. 기획재정부는 2008년 8월, 2차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을 통해 연구원, 정리금융공사, 코레일애드컴 폐지를 발표했다.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민간 노동교육기관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과 노동자 교육을 민간에 맡기고 공공부문 노동 교육은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행정공무원의 직무교육, 공무원·교원 등은 공공부문 노동교육을 한국기술교육대학교(아래 한기대)에 맡기기로 했다.

노동교육원 설립은 24년 거슬러 올라간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노사 문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1989년 경제부총리, 한국노총, 경총 등은 노사정 대표 간담회를 열어 '공익 차원의 올바른 노사관계 교육 기관' 설립을 약속했다. 그해 10월 노사정의 설립발기인이 공동 출연한 70만 원으로 '한국노사교육본부'를 출범시켰다. 노동교육원 전신의 탄생이다. 1년간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던 본부는 다음해 '한국노동교육원법'이 공포되면서 노동교육원으로 재출범했다.

노동교육원은 유일 노동교육기관으로 평가 받아 왔다. 90년대에는 노사 당사자 교육을 직접 담당하며 노사 교육 인프라를 만드는 등 민간 부문 중심이었다. 2000년대 들어 공무원 교육까지 확장했고 2003년에는 교육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 노동 교육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다. 폐지되기까지 20년간 기업, 노동자, 공무원, 학생 등 110여만 명의 교육생을 배출해 왔다.

하지만 노동교육원 폐지는 일사천리였다. 국회는 2008년 12월 8일 한국노동교육원법 폐지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의원 220명 중 찬성 218명, 반대 1명, 기권 1명이었다.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법률을 상정한 지 10분 만이다. 그해 12월 31일 한국노동교육원법 폐지에 따른 보완 내용을 담은 한국산업인력공단 일부개정법률안이 공포됐다. 이어 다음해 3월 1일, 한기대 부속기관으로 노동행정연수원(이하 연수원, 원장 이우룡, 2년 뒤 고용노동연수원으로 개명)이 출범했다. 정원 108명에 1원장 3본부 2실 18개팀 1센터를 갖추었다.

가장 큰 변화는 민간부문과 노사 협력 교육이 사라진 것이다. 민간부문 노동 교육인 ▲ 민간부문맞춤교육 ▲ 노동조합노동교육 ▲ 노동관계테마교육 ▲ 국제노동교육 등이 사라졌다. 또 노사 협력사업으로 진행되던 ▲ 노사파트너십 교육 ▲ 노사협력캠페인 ▲ 노동교육지 발간 ▲ 노동교육협의회 운영 등의 사업이 폐지됐다. 반면 공무원, 교원, 노동부 공무원 대상 교육은 확대됐다.

취약 계층과 학교 노동 교육 대폭 축소

지난 2009년 3월, 전신인 한국노동교육원이 사라지고 새로 설립된 고용노동연수원. 연수원은 공공부문에 노동 교육을 집중하고 민간 부문에 노동 교육을 맡기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노동 교육이 사라졌다.
 지난 2009년 3월, 전신인 한국노동교육원이 사라지고 새로 설립된 고용노동연수원. 연수원은 공공부문에 노동 교육을 집중하고 민간 부문에 노동 교육을 맡기겠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이 때문에 취약계층에 대한 노동 교육이 사라졌다.
ⓒ 고용노동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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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비정규직, 외국인노동자 등 취약 계층 분야는 사라지고 학교 노동 교육 분야가 대폭 축소됐다는 점이다. 연수원 노동조합에 따르면 학교 노동 교육 분야 예산은 2008년도 노동교육원 시절 2억 7226만 원에서 2009년에는 4291만 원으로 줄었다. 취약계층 교육은 8316만 원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 분야가 민간 교육 대상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까지도 이 예산은 이어졌다.

노조가 없는 중소 기업은 비정규직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교육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또 최근 들어 아르바이트 경험 청소년 비율이 높아지고 학교 교육에서 노동 교육이 약화되는 현실에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한기대 부속 기관이라는 점도 문제다. 독자적인 업무를 추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기대는 1991년 노동부가 전액 출연해 만든 특수목적 대학이다. 산업 기술자 양성을 목표로 한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기관이다. 공과대학이라는 할 수 있는 한기대와 사회 교육 성격이 강한 연수원이 그 역할을 해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연수원은 내부적으로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연수원 노조가 중심이 된 고용노동교육재정립 추진위원회(아래 추진위)는 올해 6월 '연수원 합리화 방안'을 작성했다. 추진위는 자율성을 가진 독립 기관인 '한국고용노동교육원'으로의 재편을 검토하고 있다.

가능한 형태는 ▲ 독립 법인화 ▲ 재출연기관화 2가지다. 독립 법인화는 폐지된 한국노동교육원 법률과 같이 기능과 예산을 담은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다. 기능에 민간 부문 노동 교육과 취약계층 권리 교육도 포함된다. 특히 경제민주화에 부합한 직업 윤리를 확산 시키기 위해 학교에서의 노동교육 강화를 꾀하고 있다. 재출연기관화는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법을 개정해 한기대 산하 기구에서 벗어나 한기대와 동등한 출연기관이 되는 방안이다. 기능과 주요사업은 독립법인화 방안과 같다.

"자율성 가진 독립기관으로 재편해야"

송태수 고용노동연수원 교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노동 교육을 위해 기능과 예산 등 다양한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면서 "현재는 한기대 부설기관으로 대학의 운영방침에 벗어날 수 없어서 독립적인 기능과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송 교수는 "노동교육원이 노동교육의 컨트롤 타워로 기능상 문제가 없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노동 교육 의미를 축소시켜 성급하게 폐지가 결정됐다"며 "통일교육지원법에 따라 통일교육원이 있는 것처럼 노동 교육의 내셔널 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경수 고용노동연수원 노조 위원장도 "노동 교육을 일부 계층에게만 해서는 안 되며 중립적인 입장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공익적인 노동 교육을 전파 해야 하지만 지금은 그 역할이 축소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아래서는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나온다. 이명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노동 교육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없다시피한 현실이어서 노동교육원을 재설립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며 "노동교육원 만큼의 기능과 예산이 불가능하더라도 독립성을 갖는 자율 기관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고용노동연수원, #이명박 정부,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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