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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예능과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 농구.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역시 이번 종목을 농구로 선택했다.

최근 예능과 드라마의 단골 소재가 된 농구.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역시 이번 종목을 농구로 선택했다. ⓒ KBS


우연일까, 필연일까. 최근 TV를 점령한 콘텐츠는 단연 '농구'다. KBS <우리동네 예체능>은 지난주부터 본격적인 농구배우기에 들어갔고,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tvN <응답하라1994> 역시 1990년대 중반 농구대잔치 세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일제시대 우리나라 최초의 농구대표팀 이야기를 그린 <빠스껫 볼>이 시청자를 찾았고, <출발 드림팀> 역시 조만간 농구 편을 선보인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농구일까? 류현진과 같은 빅리그 스타를 보유한 종목도 아니고, 축구처럼 온 국민을 하나로 묶는 마법을 발휘하는 스포츠도 아닌 농구가 새삼 예능과 드라마의 단골소재가 된 이유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 답은 아마도 현재 TV 속에 등장하는 농구가 '추억거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응답하라1994>의 주인공인 나정이가 이상민을 좋아한다든가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1990년대 농구 흥행을 이끌던 고려대-연세대 농구스타를 게스트로 초대한 것만 보더라도, 농구가 일종의 복고 마케팅으로 소비된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물론 TV와 영화로 대표되는 대중문화계의 복고 마케팅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왕년의 스타들이 토크쇼를 찾았고, 예능 프로그램에 초대됐으며, 그들의 이야기가 영화화 됐다. 하지만 '90년대 문화'가 하나의 아이콘이 된 것은 불과 몇 년 만의 일이다.

1990년대 향수 불러 일으키는 TV 속 '농구', 결국은 방송의 '복고 마케팅'

 18일 방영 예정인 tvN <응답하라 1994> 포스터

tvN <응답하라 1994> 포스터 ⓒ CJ E&M


그 중심에는 지난해 대박을 터트린 영화 <건축학개론>과 케이블 드라마의 혁신이라 할 만한 <응답하라 1997>이 자리잡고 있다. 이 두 작품은 대중의 감성을 철저하게 1990년대로 되돌려 놓았으며, '추억'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기억이 아닌 오늘날의 '트렌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유는 분명하다.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내고 문화를 주도했던 세다가 이제는 30~40대가 되어 사회적으로 가장 큰 소비력을 지닌 세대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건축학개론>과 <응답하라 1997>이 불을 지핀 '1990년대 문화'는 이후 가요와 예능 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며 본격적인 30~40대 잡기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1세대 아이돌이 다시 뭉쳐 결성한 '핫젝갓알지'가 탄생했으며, 199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 <히든싱어>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유행에 민감한 방송사가 이제 '농구'로 눈을 돌린 것은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990년대 문화가 고루한 유산이 아닌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만큼, '농구'만큼 이에 적합한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만화 <슬램덩크>로 시작해서 미국의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과 농구대잔치, 그리고 길거리 농구로 이어진 1990년대의 농구는 지금의 프로야구나 월드컵 못지않은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 농구와 관련된 크고 작은 추억하나 간직하지 않은 30~40대는 아마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그 당시 농구는 찬란 황금기를 구가했다.

물론, 지금에 와서 농구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당시 10~20대는 코트 위에서 농구를 즐겼지만, 지금의 10~20대는 스마트폰을 통해 야구와 축구를 즐긴다. 삶의 방식이 달라졌고, 문화는 변했다. 그렇다고 30~40대가 다시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코트로 뛰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하다못해 프로농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 좋겠지만 KBL의 시청률이나 대중의 관심을 생각해본다면 이 또한 현실성이 낮기는 매한가지다. 

때문에 방송은 철저하게 농구를 즐겼던 세대에게 추억과 1990년대 감성을 선물하며 '장사'를 할 뿐이다. 복고 마케팅에 적합한 또 다른 콘텐츠가 발굴된다면, 농구에 대한 대중문화계의 뜨거운 관심 또한 금방 식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환승역'이 될지 '종착역'이 될지 모를 지금의 이 TV 속 농구 열풍을 그저 마음 편안히 즐기며, 맥주 한 캔과 더불어 추억여행의 동반자쯤으로 생각하도록 하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농구 우리동네 예체능 응답하라 1994 빠스껫볼 출발 드림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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